"땅보다는 현금"
한진重, 울산 호텔.콘도 사업 부지 내놔
롯데그룹, 백화점.마트 매각 방침 '눈길'
"건설시장 불황 지속 우려...유동성 확보"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매물로 내놓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건설시장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자체개발보다는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건설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가 200억원대 이상의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일 공시지가 161억원 규모의 울산 일산유원지내 보유 부동산을 일괄 매각하기 위한 공고를 냈다. 한진중공업은 이 부지에 호텔과 콘도미니엄 등의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제강. 성원파이프도 최근 시가 200억원대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토지를 매물로 내놓고 금융서비스기업인 드림화인테크홀딩스와 매각협의를 마무리 중이다.
대한전선도 4400억원대의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공장부지와 2000억원대의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 부지를 매물로 내놓았고, 월드건설도 800억원대의 강남사옥이 팔리지 않자 공매 신청에 들어갔다. 또 우림건설도 서초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이밖에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도 4000억원대의 경기 성남시 분당 오리사옥 등을 매물로 내놓았고, 인천도시개발공사도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중구 명동 상업용지를 경쟁입찰로 매각하기 위해 실사중이다. 인천도개공은 올해말까지 경기 안산시 대부도 내 28개 필지를 포함해 부지를 매각할 방침이다. 인천도개공은 이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경수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형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은 기업 상당수가 사내 건설부문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내년도 건설시장 불황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자체개발보다는 매각을 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종필 에웰부동산투자자문 대표는 "기업들이 보유부동산을 매물로 내놓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유동성확보가 너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그룹 중에서는 롯데그룹이 최근 잇달아 부동산 매각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경기 성남시 수내동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롯데마트 서울 도봉. 구로점. 분당수지점, 부산 사상점, 전북 익산점 등 총 6곳을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