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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통역 카즈미 |
하나의 야구단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감독·코치와 같이 그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는 자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SK의 나카니시 카즈미(29)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카즈미 씨의 대외적인 임무는 수비코치를 맡고 있는 세이케 마사카즈(55)의 통역이다. 한국말을 잘하는 그가 선수와 코치의 가교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카즈미 씨는 배팅볼도 던지고, 세이케 코치가 펑고를 할 때는 내야수들이 던진 공을 1루에서 받기도 한다. 키가 작지만 팔을 쭉쭉 뻗어 곧잘 공을 글러브에 넣는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1인 3역을 하는 셈이다.
그는 사연이 많은 남자다.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대학생까지 야구선수로 뛰었고, 고등학교 때는 일본 최고 고교대회인 고시엔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친인척 중에 교포가 없는 순수 일본인이지만 한국어를 능숙하게 잘한다. 지금은 한국이 좋아 SK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카즈미 씨를 만나봤다.
-한국에 온 계기가 있나.
"처음에는 야구선수를 하고 싶어서 한국을 알아봤다. 하지만 주니치에 있는 구단 관계자를 통해 들었는데 교포면 연습생이나 신고선수라도 가능성이 있는데, 외국인이라서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 이전에 빙그레에서 뛰었던 (교포 선수인) 고원부 씨가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랑 친구였는데, 그분을 통해서 한국에 오게 됐다."
-인천에 살고 있는 건가.
"행신역 근처에 살고 있는데, 인천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으면 30분 정도 걸린다.(웃음)"
-일본에서는 프로에 가지 못한 건가.
"실력이 부족했던 거 같다. 원래는 일본에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하려고 했다. 일본은 코치를 하려면 선생님도 겸해야 한다. 때문에 교사 자격증도 따고 그랬지만 마지막에 결심을 뒤엎고 한국으로 왔다."
-명문 학교를 나온 것으로 아는데.
"(아이치현에 있는) 추쿄대학교 부속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교는 추쿄대학을 나왔다.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아사다 마오·안도 미키와 대학 동문이다.(웃음)"
-한국어를 굉장히 잘한다.
"대학교 때 제2외국어로 잠깐 배운 게 전부다.(웃음) 한국에 와서 경희대 어학원을 다녔고, 잠깐 일본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학원에만 있었던 건가.
"2년 정도 학원에 있다가 문래동에 있는 야구 레슨장에서 포수 코치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과 학창시절에 야구를 했다는 것 아니겠나."
SK 통역 나카니시 카즈미
-겪어본 한국야구가 어떤지 궁금하다.
"(한국에 들어와서 지낸 기간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일본야구가 어떤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야구를 하는 스타일 자체가 조금은 달라 보인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하게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수비 스타일이나 포수가 하는 캐칭도 미세하게 다르다."
-선수들을 보면 감회가 다르겠다.
"대학교까지 야구를 했지만 프로에 들어온 것은 나도 처음이라 가끔은 선수들이 부럽다.(웃음)"
-최근에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2년을 만나다가 지난해 결혼했다. 한국 여자다. 체중을 빼려고 운동을 하다가 만났다."
-형제는 어떻게 되나.
"외동이다."
-한국에 오는 걸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았나.
"약간 만류하기도 했다. '가고 싶으면 혼자서 준비를 해 가라'고 하시더라. 대학교 때는 야구가 가을이면 시즌이 끝난다. 그래서 졸업까지 5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국에 간다는 마음을 먹고, 원래 하려고 했던 고등학교 선생 자리도 양해를 구하고 취소를 했다. 4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3개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나.
"낮에는 고원부 씨가 운영하는 유통회사에서 일했고, 밤에는 사우나에서 접수를 받았다. 주말에는 결혼식장에서 서빙을 했다. 일본은 코스 요리가 나오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웃음) 와인도 갈아주고 그랬는데 시급이 높았다. 한 달에 한 번 쉬면서 돈을 벌었다. 그렇게라도 한국에 가고 싶었나보다. 부모님께서도 "얘가 이렇게 가고 싶어 하는구나 싶었다"고 나중에 말씀하시더라. 6개월만 유학을 하면 일본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한국이 좋아서 아직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