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건설사 재무구조

[철길따라]

최악으로 치닫는 건설사 재무구조

기사입력 2013-06-17

박스 1. 올 들어 현금 및 현금성자산 감소세

　올 들어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포함해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한 단기 금융상품, 금융기관 단기 예치금 등으로 큰 거래비용 없이 현금으로 전환이 쉬운 자산을 말한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올 들어서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작년 말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175억1800만원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 8966억1300만원으로 26.4% 감소하며 1조원의 벽이 무너졌다.

　현대산업개발도 2011년 말 4558억8100만원에서 지난해 말 3036억3000만원으로 33.4% 줄어들더니 올 들어 22.3% 줄어든 2359억3600만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악화됐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은 전년(7275억8717만원) 대비 18.3% 증가한 8608억3128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그러나 올 1분기 들어 5045억6300만원으로 무려 41.4% 급감했다.

　대림산업도 작년 말 1조3775억8000만원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증가했지만 올 들어 1조1354억6000만원으로 17.6%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작년 한 해 동안 이례적으로 줄었던 지출이 다시 늘어났고 대림산업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회사 리스크 관리를 위한 현금 확보가 주춤하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GS건설과 대우건설은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GS건설은 1분기 2조1754억6800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작년 말(1조2763억4000만원)보다 무려 70.4%가 증가했고 대우건설도 5175억6300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지난해 말(3235억7200만원) 대비 60.0%가 늘었다.

 박경남기자 knp@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박스 2. 대손충당금 얼마나 쌓았나?

　주요 건설사 대부분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이란 아직 받지 못한 금액에서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비용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을 말한다.

　설정률은 채권총액 대비 대손충당금의 비중을 의미한다.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대우건설(연결)이다.

　대우건설의 설정률은 16.3%다. 채권총액 5조4017억원 대비 대손충당금은 8790억으로 조사됐다.

　이 건설사는 몇해 전부터 설정률을 꾸준히 15% 이상으로 맞춰놓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사고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설정률을 1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과 GS건설도 10% 이상으로 확인됐다.

　GS건설은 설정률 수치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난 2011년 8.76%에서, 2012년 10.88%, 지난 1분기 11.04%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분기 14.9%를 기록한 대림산업도 설정률을 2년 전보다 약 1%포인트 끌어 올렸다.

　반면, 설정률이 가장 낮은 곳은 현대건설(연결)로 밝혀졌다. 지난 1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설정률은 4.04%다. 3조7014억원의 채권총액을 예상한 가운데 약 1497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마련해뒀다.

　현대건설은 “거래처의 재무상태, 채권보전내용을 감안한 개별 분석법과 과거 대손경험률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뒤를 이은 곳은 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연결)이다. 이들 건설사의 설정률은 각각 7.0%, 7.87%다.

　한 건설사 재무팀장은 “대손충당금이 늘리면 영업이익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지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과 건설경기 침체 대비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대림산업의 대손충담금은 5~7%대 수준이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건설과 조선업 등 재무구조가 취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설정을 유도하고 있다.

　

　최남영기자 hinews@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박스 3, 부채비율 상승…실적 악화 여파

　올 1분기 부채비율은 실적이 악화된 건설사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 ‘어닝 쇼크’ 여파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다.

　GS건설은 1분기 매출액 1조4756억8600만원, 영업손실 5518억62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9% 줄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탓에 부채비율도 작년 말 165.3%에서 233.9%로 크게 올랐다.

　GS건설은 부채비율이 상승하면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됐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실적 부진으로 1분기 부채비율이 233.5%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186.6%)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2조1491억6300만원, 영업이익은 637억6500만원 적자였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A등급 건설사의 평균보다 다소 높다.

　그러나 이들 건설사의 단기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여유로운 데다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도 1분기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매출액은 2조314억85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조6144억8900만원)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093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1126억5815만원)보다 다소 감소하면서 부채비율도 175.6%에서 179.9%로 올랐다.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현대건설(140.9%)과 대림산업(107.6%), 삼성물산(98.4%)의 부채비율은 소폭 낮아졌다.

 박경남기자 knp@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박스 4. 실적 부진에 법인세비용 일제히 감소

　실적 부진 여파로 올 1분기 건설사의 법인세 납부액이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법인세비용은 과세표준액에 따라 적용되는 법인세(10∼22%)에 자산과 부채가액차이에 따른 이연법인세 변동액을 더하거나 뺀 뒤 주민세를 합친 것으로 회계상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이다.

　1분기 건설사 중에서는 대림산업이 398억7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법인세비용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87억3000만원)보다 18.2%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면서 건설사 중 유일하게 300억원을 웃돌았다.

　현대건설의 법인세비용이 278억11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은 올 들어 안정된 실적으로 독주체제를 구축하면서 법인세비용 감소폭이 전년 동기(284억8800만원) 대비 2.4%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1분기 법인세비용 103억1500만원으로 전년 동기(73억8000만원)보다 법인세비용이 증가했다.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법인세비용은 각각 94억4000만원, 29억9100만원이었다.

　대우건설은 전년 동기(113억5300만원)에 비해 16.9% 줄면서 법인세비용이 1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현대산업개발은 전년 동기(95억2000만원)보다 무려 68.8%가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법인세비용이 278억3000만원이었던 GS건설은 올 들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법인세비용이 -1225억9400만원으로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인세비용 감소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경남기자 knp@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메인/현금·부채비율·충당금 등 재무지표 일제히 악화

　극심한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건설사의 재무상태는 그야말로 ‘쇼크’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각종 재무지표들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올 들어 국내 10대그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20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현금성자산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업이 비축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을 언급하며 현금성자산을 서둘러 투자하라고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기업들의 현금 곳간이 가득 찬 것과 달리 건설사들의 현금 곳간은 갈수록 비어가고 있다.

　돈 나갈 곳은 많은데 들어올 곳은 없어 건설사들은 그간 쌓아놓은 돈으로 버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사의 투자부동산 규모도 위축되는 추세다.

　경영난으로 인해 보유 중인 부동산을 매각하는가 하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투자부동산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부채비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올 들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부채비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중견건설사들은 말그대로 풍전등화 신세다.

　가뜩이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부족한 가운데 유동화할 만한 자산도 없어 자금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영환경이 악화된 탓에 세금 부담은 다소 감소했다.

　올 들어 건설사들의 법인세비용은 너나 할 것 없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건설사 입장에서 줄어든 세금 부담은 결코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니다.

　경영실적과 법인세 납부액은 비례하는 만큼 세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실적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한때 건설사들은 ‘납세자의 날’ 훈장 포상의 단골손님이었지만 실적 부진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줄면서 포상은 옛날 얘기가 됐다.

　건설사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도 꽉 막힌 상태다.

　국내 주택사업이 부진한 데다 해외건설 현장의 원가율이 상승한 탓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됐다.

　해외현장의 기성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고 미착공 부지에 대한 공정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매출채권에 대한 손실 발생이 미래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친 경우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게 된다.

　공사매출 관련 채권은 판매비와 관리비의 대손상각비로, 비경상적 기타채권은 기타영업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는데 경기 침체로 환입보다는 추가 계정이 많은 만큼 대손충당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의 재무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면 어느 하나 긍정적인 지표가 없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적자를 내는 건설사가 이익을 내는 건설사를 추월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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