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을 지은 지 꼭 한 달째.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새 마무리 작업까지 와 있다. 역시 시작만 해 놓으면 어떻게든 완성되어 지는 법이다.
그런데 지붕작업 이후로 찍어놓은 사진이 홀랑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단열재 작업, 합판 작업 등, 선유와 함께 즐겁게 일하는 모습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다 뜯어내고, 다시 작업하며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뭔가. 우리가 살아온 모습을 먼 훗날 들춰보기 위해 시작한 우리 삶의 기록이 요즘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터라, 이왕이면 더욱 친절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공 방법까지 꼼꼼하게 적어야지 했는데, 사진이 날아가니 조금 황당했다.
그러나 완성된 모습이나마 찍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난 집짓기 1부에서는 지붕에 방수시트까지 씌웠다고 썼다.
이게 1부의 마지막 사진이다.
그 이후엔 지붕에 슁글을 덮는 차례인데, 슁글작업은 매우 쉬운 편이다.
슁글에 나 있는 줄을 맞춰서 슁글못을 쳐주면 된다.
오른쪽은 기존 지붕이고 왼쪽은 새로 작업한 지붕이다. 슁글은 같은 회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같은 날 구입하지 않으면 색깔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지붕 크기가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정확해서, 슁글 역시 보기 좋게 마감이 되었다.
여러번 말을 한 기억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집 짓기에서 가장 기분 좋은 작업은 슁글작업이다. 지붕에 올라앉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는지..... 이번 작업을 할 땐 선유가 바이올린을 가지고 지붕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일하는 아빠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었다.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선율, 비탈리 샤콘느..... 지붕에서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서툴더라도 기막힌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사진도 홀랑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은 다시 한번 재연할 것이다.
아, 슁글 작업은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지붕에 슁글을 올리는 일은, 정말 고역 중에 고역이다.
서까래 사이에는 단열재인 인슐레이션을 끼워넣었다. (이 사진은 작년 집지을 때 찍은 사진이다) 집 짓기에 단열재 선택은 무척 중요하다. 한옥에서는 흙이나 왕겨, 스티로폼 따위를 쓰지만, 목조주택은 대개 인슐레이션을 사용한다. 인슐레이션은 열을 차단하는데 탁월하다. 인슐레이션의 유리 가루가 날릴까봐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시공을 제대로만 하면 전혀 가루가 날리지 않는다.
인슐레이션은 그 두께에 따라 R-11, R-19_, R-30으로 나뉜다.
R-11은 2*4 구조재 두께에,
R-19는 2*6 구조재 두께에,
R-30은 2*8 구조재 두께에 맞추게 되어 있다.
당연히 두꺼울수록 단열이 잘 된다.
간혹, 집은 멋진데 지붕이 얇아보이는 집들이 있다. 이런 집은 십중팔구 R-11을 썼고, 당연히 춥거나 더운 집일 수밖에 없다. R-30을 써도 한 여름엔 뜨거운데 R-11은 오죽하랴.
(이 것도 작년 사진이다)
인슐레이션 설치 후에 4.5mm 합판을 붙인다. 그 위에 각목을 댄다. 보통은 여기에 두꺼운 합판으로 마감하기도 하는데, 그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더 단열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경우는 각목 위에 또 한 장의 합판을 붙인다. 그러면 각목 만큼의 공기층이 생기므로 당연히 단열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미송합판으로 마감을 했다. 여기에 모양 좋게 서까래를 걸칠 생각이다.
전기 선은 미리 합판 속에 집어 넣었다. 전기는 외부 노출로 할 생각이다. 인터넷을 뒤져서 애자를 구해 놓았다.
출입문은 직접 만들었다. 문은 만들기 무척 까다로운 편이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물건이라, 잘못 만들 경우 하자가 발생한다. 문짝전문가가 내게 귀뜸을 해 주었다. 요령은 각재로 프레임을 짜고 그 위에 꼭 합판을 붙여야한다. 합판을 붙일 때 꼭 본드를 써야 하고, 그 위에 타카총으로 고정을 해야한다고 한다. 그러면 절대 틀어지는 법이 없대나....
문 두께를 남겨두고 문틀을 만들었다.
이 분이 문짝 전문가다.
오래 거래를 하다보니 친구처럼 말도 트고 지내는 사람이다. 전문가는 전문가인데, 원체 헐렁헐렁한 사람이라, 일을 한번에 제대로 하는 법이 없다. 엉뚱한 곳에 끌질을 하는가 하면 유리를 잘 못 재서 엉터리로 잘라오곤 한다. 쓰던 연장을 챙겨가지 않아 은근히 기분까지 좋다. ^^ 그래도 나는 이 사람에게 항상 일을 맡긴다. 일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손잡이 구멍을 뚫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이 사람이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는 손잡이를 반대편에 달고 싶었다. 그 얘기를 몇번이고 들려주었는데, 그걸 까먹고 이쪽에 구멍을 뚫고 있는 것이다.
으으,
잠깐 화가 났지만 웃어주고 말았다.
그냥 이쪽으로 열지 뭐, 하고 톡톡 등을 두드려주었다.
경첩도 달았다.
이렇게 문이 완성되었다.
반대편으로 열면 더 좋았을 걸....여전히 아쉽다.
작은 문도 만들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문이다.
이 문은 찰싹 닫히도록 자석을 달았다.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다른 곳은 통유리를 끼웠다.
통나무 집에 구조물을 덧달 경우, 가장 애로 점이 여기에 있다.
원형 부분에 틈이 생기기 때문에 이 방법을 썼다.
벽에 톱으로 금을 긋고 합판을 끼워 넣었다. 그 안엔 전기선과 단열재를 넣었다.
나중에 매끄런 나무로 마감을 할 생각이다.
나무들 틈새는 파우더로 메우고 그라인더로 밀었다.
이 위에 오일스테인을 바르면 깔끔해진다.
기초 시멘트 부분엔 황토 테라코타를 칠했다.
바깥엔 외장용을 써야한다.
외장용은 방수가 되어 습기와 빗물을 차단한다.
물받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받이 설치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부속물이 많아서 일일히 적어가서 구입을 하는 게 좋다.
배수관도 미리 설치하고....
처마도리는 미송합판으로 마감했다.
바닥은 일단 수평을 잡기 위해 쓰다남은 황토 벽돌을 깔고 물을 부었다. 그랬더니 찰떡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차후에 다른 재질로 마감할 생각이다.
작업실과 만나는 거실 벽을 이렇게 뚫었다.
창을 설치하고, 작업실엔 인테리어 기둥을 설치했다.
기둥 옆에 툇마루를 짤 생각이다.
이 창 앞에 마루가 생기면, 생활이 무척 편리해질 것이다.
작업실에서 본 바깥 풍경이다.
원래 우리집은 이렇게 생겼었다.
한 달만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
덧달았지만
덧달은 티 안 나고 자연스럽게
옛날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편리한 공간을 얻게 되었다.
이곳에서 책도 보고 악기도 연주하고
음악도 듣고 포켓볼도 칠 날이 머지 않았다.
3부를 기대하시라...
첫댓글 정말 사진이 날아가서 안타깝습니다. 우리도 나중에 직접 집을 지어야 하는디...근디 기술이 없네요. 문손잡이가 저 위치에 있는 것이 더 편한디...넘 좋은데 아름답게 해 놓고 사시네요. 차근차근 설명도 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지요? 나눔의 정성이 크지 않고는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율님,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