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싸띠 수행 >
뮬라상가(Mula Saṅgha)와 함께 한
싸띠 수행과 인도불적순례
인도 붓다가야 국제수행학교 글로벌 현장 실습 (1/11 - 1/22)
Art of Satipaṭṭhāna Workshop 2020 참가 후기
글 | 자성스님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선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기념사진
필자의 성지순례 중 기념사진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
행념(行念) 1단계를 하는 수행자를 위해서 6일 내내 싸띠 마스터(Sati master) 산띠라자(SantiRaja) 스님께서 늘 도량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짚어 주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성지순례를 하는 동안 “싸띠합시다.”라고 누군가 말을 하면 동시에 ‘오른발 왼발’이 챙겨졌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일행 중 많은 이들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알고 함께 크게 웃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걸을 때 움직이는 발에 초점을 두고 나아가는 발에 자동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은 동국대 참가자들이 수행에 성실하게 참가하였다는 증거이다. 알아차림을 할 때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뮬라상가(Mūla Saṅgha) 싸띠 수행의 핵심적 기술이기 때문이다. 붓따팔라(Buddhapāla) 방장스님께서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의 시간에 강조하시며, 이는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뮬라상가에서 개발 혹은 추가한 기술이라고 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여타 다른 수행처에서 행하는 사띠 수행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싸띠 아라마(SATI Arāma)에서 처음 6일간은 수행 기술을 익히고, 수행의 근거가 되는 이론과 수행으로 인해 얻게 되는 효과와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새벽 4시 예불로 일과가 시작되었다. 이후 새벽·오후·저녁 2시간씩 3번 사띠 마스터의 지도로 행념(行念)과 좌념(坐念), 자비관(慈悲觀) 수행기술을, 아침공양과 점심공양을 통해 생활념(生活念)에 해당하는 공양념(供養念) 수행기술을 익혔다. 행념, 좌념, 자비관, 공양념은 뮬라 상가의 대표적 수행 기술로 마지마니까야(Majjhima Nikāya)에 기초해 재현한 수행법이라고 한다. 수행법의 근거와 원리 그리고 효과 등은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강의 시간에 붓따빨라 스님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었다. 수행에 관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경전에서 가져오고, 수행법의 원리와 효과는 마음과학에 입각하여 설명하셨다. 그리고 수행 이론과 기술에 대한 의문점은 질의문답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그밖에 증명법사이신 진월스님, 동국대 대중의 인솔책임자이신 불교학과 혜명스님, 뇌과학 전문가이신 동국대 문일수 교수님, 델리대 불교학과 학장이신 사라오(Sarao) 교수님 등 외부 명사들의 강의 등을 통하여 사띠 수행을 조망하는 다양한 입장을 접할 수 있었다. 델리대에서 참가한 학생들은 문일수 교수님의 사띠 수행에 대한 뇌과학적 접근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 때문에 강의 다음날 문일수 교수님과 델리대 학생들 간의 질의문답 시간이 특별히 할애되었다.
싸띠 아라마에서의 일정이 끝나는 날 잊을 수 없었던 기억 중 하나는 워크숍이 회향하는 날 이루어진 대중공양이다. 인도에서는 큰 행사 후 여러 수행처에서 수행자들을 모시고 대중공양을 통하여 공덕을 회향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워크숍이 끝나는 날 근처 수행처에서 300명이 넘는 스님들이 싸띠 아라마에 초대되어 대중공양을 받으셨다. 스님들께서 지나가는 길에 꽃을 흩뿌리는 산화락(散花落) 의례를 통하여, 스님들 지나가는 길이 장엄되었다. 이때 이를 준비하고 공양 올리는 이들의 밝고 환희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산화락 장면
6일간의 수행을 회향하고 드디어 성지순례!
12일간의 워크숍 일정은 6일간 싸티 아라마에서 사티 수행 이론과 기술을 익힌 후, 이를 바탕으로 수행의 연장선에서 6일간 성지순례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수행처에서 새로운 수행법을 익히는 기쁨도 컸지만, 인도까지 왔기 때문에 성지순례가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싸띠 아라마에서 수행하던 중에도 보리대탑(菩提大塔)을 비롯하여 수자타탑, 전정각산 등 가까운 곳으로 참배 갔었지만 그래도 시작이라는 자체가 주는 감응이 달랐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니 난감하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 단지 열흘 남짓 지났을 뿐인데 한꺼번에 많은 경험을 해서인지, 아니면 갔다 온 후 몸살감기를 심하게 해서인지 성지순례 기간에 대한 편린과 느낌만 남아있다.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구체적 내용이 담긴 기억은 다소 아득하다. 아니면 내가 머물고 공부하는,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주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황룡사 등 개별적 유적지를 언급하지 않아도 들어가는 순간 그 자체의 느낌으로 있듯이 2500여 년 전 부처님의 자취가 간직된 인도도 구체적 장소에 대한 정보나 기억 이전에 인도만의 독특한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즉, 책과 사진으로 보던 유적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설명을 들을 때 느꼈던 감흥(感興)도 환희했지만 이동하는 와중에 길에서 떠오르는 부처님의 전법 과정에 대한 이미지도 인도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아득한 기억을 자료에 의지하여 더듬어 보니, 첫날인 17일은 라즈기르(Rajgir)에서 칠엽굴, 죽림정사, 나란다사, 영축산, 18일은 바이샬리(Vaishali)에서 리차비 탑과 대림정사, 케사리아탑, 19일은 구시나가르(Kushinagar)에서 천관사 열반당과 대한사, 20일은 스라바스티(Sravasti)에서 기원정사, 천불화현탑, 뿌바 아라마, 21일은 지난 밤 늦게까지 우리를 위해 법문해 주시고, 또 새벽에 출발하는 우리를 직접 배웅해 주신 천축선원 주지이신 대인노스님께 인사드리고, 마지막 순례지인 바라나시(Varanas)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22일 갠지스강에서 일출을 보고 녹야원에 참배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성지마다 붓따팔라 스님께서 관련된 설명을 직접 구체적으로 해 주셨다. 그리고 열반당을 비롯하여 몇몇 곳에서는 대중이 함께 그 자리에서 바로 좌념 혹은 행념 수행을 하였다. 그런 순간순간이 단편으로 남아 떠오른다.
붓따팔라 스님께서는 뮬라상가에서 연 첫 국제 워크숍이라 부족하고 불편한 점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과 미안함을 표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워크숍을 위해 뮬라상가 대중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아 많은 준비를 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이 수행과 순례를 준비하고, 함께 한 모든 인연에 감사드린다.
보드가야 대탑 금강보좌 앞에서 좌념하는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