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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People-행복한 동행, Golf equal Life
골프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나 있다.
사치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굳이 들이댄 핑계일 뿐이다.
사치스럽기로 말하면, 골프보다 더한 운동들이 숱하게 많다.
요트도 그렇고, 스쿠버다이빙도 그렇고, 테니스도 그렇고, 패러글라이딩도 그렇고, 수영도 그렇고, 사이클도 그렇고, 등산도 그렇다.
장비 마련에도 꽤나 비용이 들고, 옷가지를 제대로 차려 입는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저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일로, 내 고향땅의 해발 956m 단산에서의 패러글라이딩도 딱 10분짜리 한 번 타는데 16만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었다.
그러나 그런 운동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이 없다.
돈 쓰기로 말하면,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들을 수집하는 것도, 고급호텔에 투숙하는 것도, 고급음식점에 드나드는 것도, 비행기 비즈니스 석에 타는 것도 모두 사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치가 시비된 것을 난 아직 듣지 못했다.
오로지 골프만 가지고 찧고 빻고들 한다.
결국 비용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골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솔직한 그 속내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짐작을 입으로 뱉어 말로 할 수가 없다.
그렇다느니 안 그렇다느니 하는, 그런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 공연한 다툼에 끼어들기 싫어서다.
「Golf equal Life」
내가 지어낸 말이다.
골프가 꼭 인생 같더라는 이야기다.
30여 년 골프를 쳐본 그 경험에서 그 문장을 지어냈다.
나도 원래 골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내 조무래기 검찰수사관 시절의 일이다.
매년 봄이면 하는 행사로, 서울 근교 어디론가 봄철 모내기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물을 가득 댄 논으로 들어가 열심히 모를 심고 있는데, 바로 코앞에 뭔가가 날아들어 퐁당 빠지는 것이었다.
그 떨어진 자리에서 건져낸 것이 골프공이었다.
자칫 맞아 다칠 뻔한 순간이었다.
노기가 치솟았다.
“에잇! 이 씨팔놈들! 남은 죽싸코 노동을 하는데, 골프나 즐겨? 이 쌍놈의 새끼들!”
그렇게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
내 나이 스물 중반 때의 편견이었다.
돌이켜 고백컨대, 그때 내 가난함에 대한 볼멘 소리였고, 내 말단 공무원 신세에 대한 한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골프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나 많다.
골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넷이 함께 하는 운동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니 어울림이 있고, 그래도 운동이라고 하니 승부가 있게 마련이다.
그 둘 중에 어떤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골프의 맛이 달라지게되어 있다.
승부를 중시하면 악다구니 같은 다툼에 소위 ‘알까기’ 같은 속임수까지 난무하게 되고, 어울림을 중시하면 비록 짜릿한 승부의 묘미는 없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분위기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둘 중에서 어울림을 중시했다.
물론 승부로 본 세월도 있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고 내기에서 돈까지 따려고 안달하기 일쑤였다.
골프를 처음 배우던 그 초기의 내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그때만 해도 ‘golf’라는 그 영문 이니셜을 ‘green grass’와 ‘oxygen’과 ‘light’와 ‘foot’로 풀었다.
즉 밝은 대낮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푸른 초원을 걷는 운동이라는 뜻을 담았었다.
그러나 골프 경륜이 깊어지면서, 내 생각은 사뭇 달라졌다.
골프를 치기 시작한 지 20여년 쯤 되었을 즈음에, 승부욕이 인간관계를 망친다는 사실에 대한 깨우침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정리한 것이 ‘l’과 ‘f’였다
‘l’은 ‘learn’으로 풀고 ‘f’는 ‘friendship’으로 바꿔 풀었다.
즉 우정을 배우는 현장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풀이를 다시 한 이후로 나는 골프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됐다.
승부는 하등 관계가 없이 오로지 두루뭉술하게 잘 어울리는 분위기에서 정겨운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골프가 곧 인생이라는 인식이 싹튼 것이 그때부터였다.
정산cc에 특이한 풍경이 하나 있었다.
휘두른 골프채가 잔디를 치고나간 자리인 ‘디봇’을 메우는 모래를 담은 통에 작은 종이 하나 달려 있는 풍경이 그랬다.
대충 짐작이 갔다.
골프채로 두드려봤다.
땅 땅 아주 경쾌한 울림이 있었다.
“내기 할 때 쓰는 거예요. 한 번 때리면 배판, 두 번 때리면 배의 배판이라는 뜻이지요. 손님들이 하도 내기를 좋아해서 매 홀 티그라운드에 그렇게 종을 매달아 놓았어요.”
캐디의 설명이 그랬다.
그 종, 또 하나의 인생사 같은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