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고 표현하라!
- 봉선화(TOUCH ME NOT)
칠월의 장맛비가 후줄근히 내리는 출근길에 지인으로부터 “갈색 지빠귀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카톡이 왔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솔 벨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 합니다.
『갈색 지빠귀의 예쁜 소리에 반한 솔은 새끼 한 마리를 잡아와 새장에 가두었다. 매일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튿날 갈색 지빠귀의 어미가 입에 먹이를 물고 새장으로 날아왔다. 어미는 새끼에게 정성껏 먹이를 먹였다. 솔은 새끼를 돌보는 어미의 모습에 감격했다. 그런데 다음 날 새장으로 가보니 새끼가 새장 바닥에 죽어 있었다. 그 뒤 유명한 조류학자 아서 윌리가 우연히 솔의 집에 들렀다. 솔은 갈색 지빠귀가 왜 갑작스럽게 죽었는지를 물었다. 조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갈색지빠귀 어미는 자신의 새끼가 새장에 갇힌 걸 알고 일부러 독초를 먹였단다. 평생 갇혀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여긴 것이지.” 』
서울 시장의 자살소식을 듣고 우울한 마음으로 출근하던 터라 이 카톡은 또 다른 충격을 더해주었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사,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이 출근길 내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새장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영혼이 불쌍하고 가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아름다운 감정이 싹터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자유의사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죄가 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좋아해야 합니다.
한 시대의 악습을 청소한다고 “미투”가 유행하자 여기에 대응하는 “펜스 룰”이란 말이 새롭게 유행되고 있습니다. 자기 아내 이외의 그 어떤 여성들과도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을 딴 말이라고 합니다. 펜스 룰이 확산되면 또 다른 성적 차별이 될 수가 있습니다. 사랑의 감정과 성적 수치심은 주관적인 느낌임으로 내가 “노!”라고 말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판사가 타인의 내면적인 감정을 어떻게 알고 판단한다는 말입니까? 결국은 조리돌리기 하다가 세상에 조롱 깜으로 추락 될 뿐입니다. 그건 정의도 사랑도 아니고 또 다른 방식의 인격말살이자 영혼파괴행위일 뿐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미투”를 외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합니다. 아니 “미투”를 복수의 수단으로 삼고 싶은 영혼들에게 말합니다. 그대가 어린애가 아니라면 싫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의 자유의지로 “노!”라고 표현하세요! 우리 사이의 감정의 선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세요! 그래도 반복이 되거든 “미투!”하고 경고를 주세요!
천재 시인 이상은 그의 수필 <비밀>에서 "치정세계의 비밀- 내가 남에게 간음한 비밀, 남을 내게 간음시킨 비밀, 즉 불의의 양면-"이 있다고 간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의에도 양면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권위와 그 황홀함에 눌려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 후에 뒤 늦게 "미투"로 폭로하여 상대방을 죽이려 달려드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됨으로 후세 사람들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 아닙니다.(남의 성추문에 킥킥 거리는 재미는 있겠지만)
필자가 “미투”에 대해서 한 가지 밝힐 것이 있습니다. 나는 새장에 갇히지 않은 창공을 나는 새임으로 그 누구라 하더라도 나를 포옹하거나 심지어는 그 보다 더 진한 키스까지 하더라도 성적 수치심이 전혀 일지 않고 그건 그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의 표현으로 수용하는 사람이니 나에게서 만큼은 “미투”에 대해서는 안심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 대신 내가 "노"라고 하거든 거기서 멈추시기 바랍니다. 내가 성적 결벽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자유의사에 반하는 것은 그 어떤 좋은 일도 나는 하고 싶지 않은 때문입니다. 내 삶의 주인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고 바로 "나" 입니다. 그대는 왜? 노라는 표현을 하지 못하는가요?
울 밑에 선 봉선화의 모습이 처량한 것은 오늘처럼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린 탓일 것입니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저 빗속을 뚫고 클림튼이 “키스”에서 보여준 아름답고도 황홀한 세계(=프레임이 없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고 싶습니다.(20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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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문민정부 이후 오늘까지 30여 동안 모든 정부들은 <역사바로 세우기>를 했습니다. 탈 이념으로 가야할 시간에 우리는 몰沒이념으로 치달아 온 것입니다. 역사바로세우기 하는 이유는 누가 대한민국 역사의 주체로서 정통성을 가져야 하느냐의 권력투쟁 논쟁입니다. 조선망국 이후 36년의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공백과 상처는 이렇게 크게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고, 6.25 한국전쟁은 또 그 보다 훨씬 더 큰 집단적 트라우마를 우리들의 영혼에 남겼습니다.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해방이 되는데 우리사회가 갈수록 집단 트라우마 속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듯 합니다. 임병양란 이후 서로가 서로에게 열심히 "화냥년! 잡놈!"하며 프레임에 갇혀서 서로가 서로에게 돌을 던지다 망국으로 흘러 갔듯이, 현재의 대한민국도 이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면 망국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정치하는 자들의 프레임 논쟁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휘 말리지 않기를 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에 불과한 우리가 과거를 통해서 배워야 할 것은 오직 온고이지신 뿐입니다. 저는 서울시장 자살사건을 정점으로 바람직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계에서 부터 성적 자기 의사 결정권을 당당하게 천명해 주길 바랍니다. 예술품 전시회에 가면 "손대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라고 써 붙여 놓듯이 가슴에다 봉선화 꽃을 달고다니는 운동, touch me not운동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봉선화 연정>을 부른 가수 현철이 타계했다는 소식 입니다. 우리를 가두려는 모든 사악한 프레임을 걷어 내고 "자유" 를 향해서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 갑시다.
"내 마음 별과 같이 저 하늘의 별이 되는" 그 어떤 구속으로 부터도 해방이 되는 진정한 자유를 바라보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갑시다! (2024.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