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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공상
실버벨(가제) 6
-- BE95 --
# 새벽 온통 혼잡스런 도심풍경. 도시 여기저기서 연기가 오르고 거리를 난폭하게 달리는 차들.
신호등이 먹통이라서 완전히 혼란의 도가니였다.
충돌할 뻔 하다가 가까스로 모면한 차가 대저택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리는 알렉스와 윤준서 최은주였는데 혼이 나간 표정들. 대문이 열리는데 문을 열어준 사람은 30살쯤의 털보사나이였다.
집안으로 들어서며 준서가 말했다.
"방송까지 먹통이란 것은...엄청난 폭발이었다는 말인데.."
"그럼 핵폭탄일 수도?"
"핵일수도, 화생방일 수도, 전파교란이 주목적인 폭탄일지도..."
"에이 설마"
# 거실로 세눈깔이 나오자.
은주와 알렉스가 깍듯이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기려기려 어여와"
"이사님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실 텐데...?"
"아..나도 몰러. 전기도 끊기고 모든 통신이 먹통이니 알 도리가 있어야지"
"여긴 제 친구 멀더인데요. 도구만 있다면 무전기를 만들어서 뉴스수신은 가능할 텐데"
"그려? 아주 잘되얏네. 세상의 연장 모두 있으니께 마음대로. 길상아, 이 친구 장비실로 즉각 안내히주라마"
털보가 멀더를 안내해 사라지고 은주도 따르려하는데
"알탱이 넌 정말 홍길동이로구나"
알렉스가 머리를 긁었다.
"그.그러게 지 팔자가 참 저도 황당하당게요..히히힛"
"그보다 핑크야. 반살이와 어케 엉킨 것인지 자세히 약해줘야 쓰것다. 존나는 졸라 헷갈려서 말여"
은주가 혼동스러워했다.
"이사님..반살인 누구고 존나란?"
막막해진 세눈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넨장..밤 꼬박 샜는디..일찍 자긴 글러부럿네"
양기사의 차가 당도하고 정진국이 저택안으로 들어갔다. 저택내 큰 거실에 둘러앉은 여러 사람들..
존나와 지나 날국과 멀더 은주..세눈깔. 알렉스. 털보.
"아. 대강은 알건디..전화..무선통신도 안되고..반살인 지금 자는 중이고 나도 자야 허니 모두 마음대로 혀.
각기 개인적으로 볼 일 보란 말여. 자유..독립만세 알것지?"
세눈깔이 피곤하게 말하는 중이었다.
"반살인 깨울 수가 없는디 오늘은 무지 힘든 날이 될 거라고 혔어. 전기도 개스도 수도도 끊긴 도시니 무덤이나 다름없지만.."
"저녁때 어디 멀리로 가려는 모양여..내도 반살일 따라갈기고 이상 끝"
세눈이 하품을 하며 내실로 들어가버렸다.
하나둘 일어나 밖으로 황황히 나가는데 존나가 지나를 돌아봤다.
"아안!.. 나.난 무조건 반살가 가치다"
존나 미련없이 냉큼 나가버리고.
< 참으로 어떨 땐 글로 쓰기가 막막..소용없을 때도 있는데..>
# 시간이 좀 흘러 식당안.
최은주와 지나만 남아 반살과 식사중이었다.
한참 막막해하던 은주가 말했다.
"미,미안해, 정말 미안해!"
반살과 시선이 마주치자.
"진국이와 준서 걔네들도 본래 그렇게까지 나쁜 애들은 아닌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도대체 너무너무 황당한"
"이 세상에 이해가 안되는 일은 많아. 그일도 어쩌면 너희 탓만이 아닐지도..."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헌데 핑크야. 그 노래 신버벌이던가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그,그래 무슨 노래든..사실 다른 노래도 많았는데 왜 하필 그 노래를 불렀는지 나도 혼란스럽지만..."
은주가 잠시 감정을 잡고는...
"거리마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노인들도 아이들도 은종을 만들어..."
묵묵히 듣는 반살의 몽롱한 표정.
"얼라? 야도 그런 노래를 부를 줄 아는개비네?"
세눈깔이 식당안으로 들어오며 하는 소리였다.
"일단 차 두대만 확보했는데...음식과 무기등 챙길 것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해골 빠개지거따"
이때 털보 길상이의 안내로 존나가 들어왔다.
"난리야 난리!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두 제각각이야. 교통은 완전 마비상태고 비행기도 추락하고 차는 운행이 절대 불가능해"
"그리고 어떤 사이비 교주는 휴거날이 닥쳤다고 크게 부흥회를 열려는 모양이고"
세눈깔이 침착히 말했다.
"그려? 차가 그리 불통이라면 오도바이로 움직일밖에...창고에 마침 몇대 있어서 다행이여. 길상아 들었지? 너라도 남지 않았담 어떡할 뻔 했는지"
"아..길상인 고아고 장가도 못가서 가족이 하나도 읎는 불쌍한 애니께 모두 함부로 대하면 안되여. 말못하는 벙어리라고 무시하면 당장 추방이란 말여!"
"길상아. 지름은 물론 타이아 바람체크하고 짐받이도 달어야 이동허거따. 비상약품이나 먹을 것도 챙기고.."
털보인 길상이가 알았다는듯 손을 들어 한두번 젖고 나가자. 모두 신기해하는 눈이 된다.
# 해가 기운 오후 무렵
마당에 오토바이 네대가 서있고 짐받이에 여러 물품이 적재되는 중이었다. 따로 조수석도 달리고..
세눈깔이 엽총 세자루를 안고 나와 점검하는데 허리춤엔 권총!?까지 몇자루 차고 있었다.
이때, 준서가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알만한 통로로 대강 알아봤는데...서해변인가..화성근방에 뭔가 폭격..핵인지 이엠피인지 화생방인지까지는 몰라, 최소 500키로톤, 히로시마급 스무배 이상, 백만명 이상이..당했을 거고..지금도 피해가 확산중일 것.."
윤준서의 말에 모두 경악의 표정이 되고 어느새 정진국이 준서의 후방에 나타나서 말했다.
"지진이 그렇다지. 에너지가 뭉치고 뭉쳐 한계에 달하면...너무 오랫동안 전쟁이 없었어. 3차세계대전이 진작에 일어났어야 했단 말이야. 내 말 알아들을지 몰라도.."
충격에 모두 말이 없는데 존나가 반살에게 물었다.
"그래. 반살 어디로 가려는 거지? 강북으로 갈 방법은 없어. 보따리 이고 지고 가려는 사람 나오려는 사람이 서로 뒤엉켜서 난리통이라고..서부 해안쪽도 마찬가지고..."
반살, 묵묵하다가
"해질 때 남쪽으로 갈거야"
"미,미쳤군! 여태 뭔 소리를 들은 거야? 폭심지로 향하다니..."
"...각자 마음대로 해..지나만 데려갈 거니까"
"이거야 원. 밤새 울고 누가 죽었냐고 묻는다더니, 나와 길상이도 널 따라간다 끝!"
"무,무정..비정한 의사가 환자를 버릴지언정..의리있는 환자는 의사를 절대 포기못해!"
"존나야. 문법이 많이 흔들리는 대사 같은디..?"
"나도 알아! 세눈깔이 언제부터 형노릇한지는 몰라도..이젠 아니잖아"
"그래, 안그래도 형노릇 오빠노릇 나도 피곤했는디 이제 안할란다. 이 시간부로 은퇴다!"
모두의 뒤로 멍청한 표정의 정진국 모습 크로즈.
< 적어도 멀더와 존나는 눈치가 몇단쯤은 되지만 나는 눈뜬 장님으로...도시 뭘 아는 것이 있어야..말이지 >
# 혼란스런 거리를 나아가는 오토바이 네대
남자들 넷이 운전하는데 여자 세명과 반살이 편승하고 있었다. 수많은 차들이 엉켜 서있고 아주 드물게 차와 자전거 오토바이가 다니고 혼란의 도가니인 사람들이 우왕좌왕중이었다.
한참을 가자 차량이 엉킨 길목에서 경찰인지 소방서제복 같은 옷을 입은 십여명이 호각과 경광등으로 세우라는 손짓을 했다.
[쾅쾅] 세눈이 거침없이 그쪽으로 엽총을 연사하는 통에 일행도 놀라고 무리가 혼비백산해서 물러서자 통과하는 일행들이다.
저쪽이 멀어지자
"이,이런 시국에 함부로 총을 쏘다니 어떻게 감당하려고?"
"비상계엄이나 좀비영화도 안봤어? 시방 종말직전인디 무조건 먼저 쏘지 않고는 당한다고"
준서가 발끈했다.
"종말이라니, 이정도로 종말일리가..일본도 핵 두발 맞았지만 끄떡없이 재기했잖아요"
진국이 나섰다.
"순진한 소리. 70년전보다 무기는 더커지고 많아졌어. 수원만이 아니라 부산 평양도 맞았을지 몰라. 조만간 서울마저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지금 우리 바로 위에서 번쩍한다면?"
모두의 안색이 사색이 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진국이 핸드폰을 보며 분통이 치미는듯
"전화..불통이란 게 이토록 막막하다니...도대체 꿈도 아니고..."
준서가 운전을 하며 뇌까렸다.
"로드란 영화였던가, 어쩌면 석기시대가 될지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쓴 코맥매카시가 쓴 종말소설말야?"
모두 말없이 얼마나 갔을까 작은 도로인데
사고가 난듯 여러차가 불타고 있어 길이 막혀있는 상황이었다.
"빠져나갈 수 없어. 돌아가야돼"
"날도 어두워졌는데 다른 길을 찾긴 힘들어. 무리야"
"반살 이제 어떡해야 하지?"
"사람은 지날갈 수 있잖아"
"오토바일 버리잔 말야? 짐은 어떡하고?"
이때 뒤에서 아주 작은 포크레인이 달려오고 있었다.
세눈과 길상이 총을 장전하고 모두가 초긴장하는데
정진국의 침통한 표정 크로즈
<이제와서 돌아보면 돈은 물론 진리나 사랑마저도 한푼 가치도 없는 거였어>
[빠빠] 포크레인이 다가와 멈추며 크랙션을 울렸다.
운전석의 카우보이 모자가 손을 흔들었다.
"그새 예까지 토꼈다니 번개가 따로 없네"
알렉스였는데 부리사가 황당해했다.
"누가 할소리야. 우릴 어떻게 뒤쫓아 온거야?"
포크레인에서 알렉스가 내리는데 배낭을 메고 있었다.
"강건너까지 갔다가 즉각 돌아왔당게요. 하마터면 죽을뻔..."
"정말 도깨비가 따로 없다니까, 그래 강북 사정은 어땠어?"
"말마세요. 총소리가 여기저기서 나고..불도 나고 교통사고, 코앞에서 헬기가 추락했는데도 구조대커녕 소방서한명도 안나타나더랑게요"
"마침 잘왔어. 저앞의 차들 치워야겠어"
"헤에~ 저는 겨우 주행운전만 하지 조작은 자신 없는디요"
준서가 포크레인에 올라타더니 불타고 있는 차로 향하는데 은주가 설명했다.
"준서는 본래 맥가이버 뺨치는 기계엔 도사예요"
과연 포크로 장애물을 쉽게 걷어치워 길을 트고는 준서가 내렸다.
"기름이 바닥이라서 더이상은...이정도면 통과는 가능할거 같은데"
하여 좁은 틈으로 오토바이들이 간신히 통과하자 앞 도로가 트였다.
다시 달리는 일행인데 준서가 가진 워크맨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 디스이즈더엔 뷰티풀프렌 --
-- 디스이즈더엔 마이온리프렌 --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달리는데 진국이 신경질을 냈다.
"빌어먹을! 다른 신나는 노래좀 없어?"
"없어 이것 한장밖에..."
한참 영어 노래가 흘렀다. 진국이 내뱉듯이
"하필 이런 노래라니 참...영국 오래된 애들인데 더도어스란 그룹이야. 제목은 끝"
-- 내아름다운 친구야 이젠 끝이야
내유일한 친구야 이제 끝났어
우리의 아름다운 계획이 끝나버렸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끝났어
끝장이야
놀랄 일도 안전한 것도 없어
끝장이야
네눈을 다시는 못보겠다
이제 어떻게 될 것 같니
한도 없는 자유로움이랴
생판 타인의 도움이 절실하건만
절망의 땅에서 고통의 로마황야에서
길을 잃어버렸어
죽여..죽여...죽여...--
< 수많은 종말 영화. 자연재해든, 좀비든, 바이러스든 얼마나 가차없는 서바이벌이냐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