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해 있는 사무실의 후배직원이 부인상을 당했습니다.
난소암 수술을 받은 후 잘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재발이 되었고 이후 급속히 진행되어
수술한지 1년 반만에 떠났습니다.
부인의 상태에 대해 계속 보고를 받고 있었고 휴가와 조퇴 등으로 배려를 해 주었기 때문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손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라는 얘기도 들은터라 세상을 떠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일을 당하니 그 직원의 상황이 마치 제 상황인 듯
먹먹해져 옵니다.
제 주변에 이렇게 부인상을 당해서 지금은 혼자 된 이들이 몇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딸이 아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원망하면서 아빠와는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딸들이 아빠 결혼을 적극 권하여 재혼한 이도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밤 11시 반까지 빈소에 앉아 있다가 돌아왔고, 오늘 저녁에도 일산에 있는
병원 장례식장으로 갈 예정입니다.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서로가 살아 있을 때 정말 잘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는 삶을 생각하면 지금 여기에서 서로 잘 해주며 보듬어 안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성경에 종말에 대한 말씀이 나오는 곳이 있죠. 그 말씀을 묵상하면서도 그 말씀이 주는 함의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종말론 자체에 매여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거나 자포자기할 것이 아니라 언제인지는 모르되 종말이 가까웠으므로 오히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좇아 순종하며 살아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을 세우신 분이 하나님이시죠. 결혼제도를 만드신 분이니까요. 교회를 세우신 분이기도 하구요. 가정생활과 교회생활에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