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달라진 것은 많았으나 그 중 가장 큰 것은 본선 진출국 수였다.
즉 1978년까지는 본선 16강 체제였으나, 1982년부터 본선 24강 체제로 바뀌었고 1998년부터는 본선 32강으로 바뀌었다.
1998년 32강 체제가 되면서 우리 나라 언론들은 '16강에 올라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한국은 24강 체제에서나 32강 체제에서나 본선에 올라가는 건 똑같지만 본선에서 만날 상대국에 대해선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16강 체제를 생각해 보자. 1970-1978년 대회까지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서 1위를 하면 월드컵 16강을 보장해 주는 체제였다. 그러나 1982년부터는 1위를 하더라도 보장받는 것은 월드컵 24강이지 16강이 아니었다. 16강에 들려면 본선에서 다른 대륙 팀을 적어도 하나라도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1954년과 1994년, 1998년의 한국대표팀을 비교해보자. 54년 당시는 일본 하나만 잡으면 16강이 보장되는 상태였기에 본선에서 죽을 쑤어도 16위는 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94년엔 간신히 24강에 들어간 뒤 본선에서 선전을 했지만 16강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인 셈이다. 1998년은 24위에도 들지 못했다. 본선 32강 체제였으니까. 즉, 16강 체제든, 24강 체제든, 32강 체제든 본선에서 만날 상대의 수준은 비슷했던 것이다. 16강이 24강이 되더라도 유럽에서 간신히 지역예선을 통과한 나라의 수준은 비슷했고, 아프리카, 북미 같은 축구 약체의 본선 진출 팀 수는 많지 않아 만날 가능성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1994년의 사우디아라비아 16강 진출의 비결은 이런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같은 조에 모로코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시아-아프리카가 같은 조에 들어간 건 월드컵 역사상 처음이었다.
32강 체제가 된 후 아시아 본선 진출팀도 늘어났다. 아시아 4.5, 아프리카 5, 북미 3.5, 오세아니아 0.5. 다 합치면 13.5팀이다. 8개 조니 조당 2팀이 조금 못 된다. 그러니 이들끼리의 맞대결이 가능한 것이다.
1970년대라면 아시아 1, 아프리카 1, 북미 1-2팀이니 다 합쳐봐야 3-4팀이고 이들이 같은 조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됐다(당시 3개 대륙에서 가장 강팀인 멕시코는 예외로 하더라도) 피파는 이들 팀을 가장 약체로 간주하고 조 추첨 때 같은 항아리에 넣었기 때문이다.
32강 체제에서 달라진 것 또 하나는 유럽의 본선 진출팀이 전체의 반을 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조에 유럽 1팀이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반이 넘었을 때는 한 조에 3팀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달라진 것이다.
이번 대회에도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미가 서로 같은 조에 들어간 보기가 많았다.
이란 대 앙골라
가나 대 미국
호주 대 일본
한국 대 토고
튀니지 대 사우디아라비아
비록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나라 중 8강 이상에 든 나라가 있긴 하나 아직은 소수고 정착되기 힘들다. 한번 든 나라가 다음번에 또 든다고 자신있게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 든 팀이 다음번에서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을 들어야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에도 축구 강국이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