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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서사가 빚는 언어초상 해체하고 조합하며 쌓이는 집단기억의 표상 작가노트: 기억의 층집합 - 이미지 속 탐색과 회상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무의식 속 기억의 지층은 파편화된 한글의 자모(字母)를 통해 되새겨 진다.
맨션나인(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23-29, 1층)이 5월의 맨션나인 아트살롱 포커스 아티스트로 한국인으로써 사유하고 공감하며, 시공간을 넘어서는 기억의 덩어리를 담는 신상철 작가를 소개했다.
신상철 작가는 자음과 모음을 조형요소로 활용하여 기억을 형상화 한다. 자음모음을 모자이크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기억의 지층을 오가는 신상철의 작업들은 존재자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게 한다.
신상철 작가는 자음과 모음을 조형요소로 활용하여 기억을 형상화 한다.(사진: 신상철 작가. 맨션나인 제공)
페인팅, 조각, 부조, 우연적 효과를 기대하는 아이스페인팅 등 다양하게 지속해오는 매체실험은 작가가 추계예술대학 학부시절부터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초석을 다져왔던 판화 전공에 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는, 일종의 과정형 작업인 판화매체에 대한 경험은 하나의 스타일로 고정되기보다는 열린 관념으로 직관하는 현재의 문자그림을 실험적으로 정립한다.
이순신 조각 상. 신상철 作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서사가 빚는 언어초상
신상철에게 기억이란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과 그 순간들의 행복을 떠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순수했던 가공되지 않은 미술에 대한 접근 초기에는 소재나 주제에 대한 고민 없이 그리는 행위 자체에 만족을 느꼈다. 그러나 대학 진학과 함께 그림의 목적과 소재, 당위성이 중요해지자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본질을 알아내야 하는 과제를 생각하게 됐다.
신상철은 20대 시절 전부를 바쳐가며 약 10년 간에 걸쳐 연구와 노력으로 홍대 앞에 전문적 설비를 갖춘 판화공용작업실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것은 신상철이 앞으로 무궁무진한 심도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작가가 젊은 시절 노력으로 일궈놓은 결과물들이 얼마 가지 못하고 큰 화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고향(강원도 원주)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온 뒤 고향집에 보관되어 있던 자신의 오래된 물건들과 어린시절 작성한 일기장 등을 찿아내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인생의 무게와 현실의 압박속에서 무력하게 잊혀져 왔던 내면의 숨겨진 소망과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집중해서 조망하고자 했다.
신상철은 과거의 순수한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담아 과거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페인팅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독일의 실존주의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듯, 언어는 인간이 존재자로써 삶을 형성하는 가장 고유한 방식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쌓여온 시간들은 인간이 언어를 토대로 소통하며 다져온 경험으로부터 기인한다. 무의식 속에 내재된 기억들은 소통언어를 통해 깊게 새겨진다. 한국인으로써 한국어로 소통되며 공중에 분해되는 언어를 신상철은 한글의 자음, 모음의 문자기호들로 채집하여, 일상 속 기억의 저편에 깊게 스며든 대상들의 초상을 기록한다.
신상철은 한국인으로써 한국어로 소통되며 공중에 분해되는 언어를 신상철은 한글의 자음, 모음의 문자기호들로 채집하여, 일상 속 기억의 저편에 깊게 스며든 대상들의 초상을 기록한다.(사진: 신상철 작가 인스타 자료 캡처)
● 해체하고 조합하며 쌓이는 집단기억의 표상
신상철의 유화 작품에서 많은 부분은 한 세대를 아우르며 기억 속에 잔존하는 영향력 있는 가수들 혹은 유명인들이 도상으로 등장한다.
신상철의 유화 작품에서 많은 부분은 한 세대를 아우르며 기억 속에 잔존하는 영향력 있는 가수들 혹은 유명인들이 도상으로 등장한다. 각개인의 비정형적이고 감성적인 기억의 수면 아래에서, 공통으로 소환될 수 있는 기억의 요소는 대중성과 상징성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매개체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도 유한히 존재하며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동시대 경험으로 실재한다.
사적인 내러티브에서 출발한 기억시리즈는 특정 유명인을 우상화하며 보편화 및 확장되어 그 시대와 세대를 대변하는 감성으로 공유될 수 있는 차원을 형성한다. 김광석, 신해철, 비틀즈, 그리고 최근에는 BTS 뷔의 '영웅' 시리즈로 신상철은 국내는 물론, 미국 뉴욕의 미술시장에서도 화제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신상철 작가의 이순신 조각상
원소의 최소단위 모나드monad 로서 자음과 모음은 해체되고 조합되며 시대적 경험들을 개념적으로 형상화하며 '동상'시리즈로 확장된다. 예수 그리스도를 떠안고 비통에 잠긴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세종대왕, 이순신, 그리고 각 동서양의 사유의 전형적인 아이콘=반가사유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신상철 작가의 문자그림이 구축한 문화와 종교, 가치를 포괄하는 상象들은 집단기억의 표상으로 공감과 교감을 자아낸다.
사진: 향기로운 말 100x100cm 레진에 혼합기법 2021. 신상철 작가 인스타 자료사진 캡처
사진설명: 지미 핸드릭스.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때 내안의 무엇인지 모르는 본능을 깨어나게 해주었다. 사춘기 소년의 세상에대한 호기심의 기폭제처럼 한음 한음의 기타 선율이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기억의지층ㅡ지미헨드릭스 100x100cm 혼합기법.2021. 신상철 작가 인스타 자료 캡처
<작가노트> 기억의 층집합 - 이미지 속 탐색과 회상
나의 작업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자음과 모음의 집합체는 나에게 어쩌면 하루일 수도 있고 순간일 수도 있다. 또는 시공간을 넘어선 여러 기억의 덩어리일 수도 있다. 이는 나에게 하나의 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한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무작위로 축적된 자음과 모음의 파편들은 개인의 기억을 소환시키며 말, 글, 그림, 사진, 영상, 음악, 관계 상황 등과 연관되어 특별한 무엇으로 다시 떠오르곤 한다. 이러한 조형적 시도는 수년간 반복되며 다양한 이미지들을 통해 탐구하고 있다. 초기에는 어떤 특정 이미지나 순간을 그대로 반영하는 재현적 시도도 해보았고, 감각적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추상적 표현도 해보았고, 단순한 색을 이용한 미니멀한 작업도 시도해 보았다.
그러다가 근래에 들어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습관이 생겼으며, SNS(눈)을 통해 현재의 기억층 연결시키는 경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그려지기 시작 했고, 그것은 자음과 모음의 무덤 같은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1859~1941)은 습관적 기억과 이미지적 기억에 대하여 언급한 바 있는데, 습관적 기억이란 신체적 기억이며 반복과 현재성(지금 하는 기술, 습관 ,동작)등의 외부 세계의 적응하는 기능적 기억이라 하였다. 반면, 이미지적 기억이란 표상의 기억으로 개인적 사건, 시간성, 우발적, 즉 순수 기억이라 칭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기억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현실적 지각의 요인이 된다고 하였다.
나는 이러한 베르그송의 기억에 관한 개념에 깊이 공감하며, 결국 인간의 삶에서 기억이란 어쩌면 삶의 모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또한 무의식의 기억이 만들어 낸 시각적 산물이라 생각한다. 베르그송의 논리에 의하면 그림이란 신체적 기억과 이성적 기억의 혼합으로, 이성적 기억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신체적 기억인 몸짓으로 표현하여 시각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내면에 있는 기억의 이미지들을 지층에 쌓여진 퇴적된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강렬했던 기억은 그 이미지를 또렷하게 유지하곤 한다. 나는 이러한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것을 화면에 묶어두는 행위의 연장으로써 작업에 임한다. 특히 유명한 셀리브리티들을 소재로 그리는 인물시리즈는 나의 삶에 영향을 준 캐릭터들로 개인적 우상의 기록과도 같으며, 이를 통해 그 시대를 대변하는 감성과 시대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하여 각자의 구체적인 기억과 생각은 다르지만 언제나 공통된 보편적 공감대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런 우상화 작업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으며 기억의 되새김질과도 같다. 미학적 순수성보다는 개인적 감성과 서사에 중점을 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시도하고 있는 색다른 표현방식으로 부조(반입체) 작업이 있다. 초기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파라핀을 이용하여 다양한 크기와 색상으로 캐스팅한 후 그것들을 금속판 위에 불규칙적으로 배열할 후, 금속판 아랫부분을 토치나 열판 같은 것으로 가열하여 글자들이 열에 의해 녹으면서 생기는 우연적 효과를 강조하였다. 그때의 결과물은 마치 ‘기억이 녹아들 듯’ 우연적 효과가 극대화 되며 희미한 기억에 대한 의미를 표현하는데 적합하였다.
사진설명: 아이스페인팅 - 신작 . 아이스페인팅의 기법적의미는 작가의도 반 자연적 해프닝, 반이 만나서 만드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놀이 같은 기대감이 항상 있다. 이번적업은 카메라세팅후 일이 있어 잠시 외출을 하고 1-2시간이 지난 후에 작업실로 돌아와서 결과물을 보았다. 작업실에서 나올때는 아무 감정이 없었지만 되돌아 오는 내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분주하게 차를 몰았다, 도착해서 작업실 문을 열고 결과를 보니 너무나도 만족 스러웠다 완전히 마르면 색이 약간 흐려지지만 그래도 생각이상의 결과물이 나온것 같다 ,자화자찬이 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놀이같은 작업의 재미가 멈추지 않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작업 완성 후, 시간이 경과하며 생기는 파라핀의 균열로 인해 현재의 작업은 좀 더 조각에 근접한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조각적 형태의 시리즈들을 통해 아주 먼 기억이나 감정 보다는 최근 몇 년 동안 느끼고 기억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마치 아직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기억과 같은 이야기들. 그 이미지는 추상적이지만 좀 더 가깝고 현실적인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이성적으로 이미지를 만들거나 그리는 느낌 보다는 회상을 하듯, 시간여행과 같은 놀이처럼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런 시각적 탐구를 통해 나는 기억 자체에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작업을 통해 그 생명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신상철
최근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색다른 표현방식으로 부조(반입체) 작업
사진: 아버지 어머니에대한 기억..신상철 작가 인스타 자료사진 캡처
한편 MANSION9은 다가오는 5월 24일(금)부터 6월 11일(화)까지 박소희&신상철 2인展: '사색' Contemplation전시를 개최한다.
박소희&신상철 2인展: '사색' Contemplation전시에서 신상철 작가는 내면 속 퇴적된 이미지의 더미에서 깊은 사색의 정제된 과정을 통해 추출해낸 이성적인 기억을 시각화 한다.
사진: 한국의 피에타
맨션나인 이영선 대표
맨션나인 이영선 대표는 전시를 앞두고 박소희&신상철 2인展: '사색' Contemplation전시에서 한 순간에 단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적게는 수십년, 많게는 수백년을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의 형식으로써 기념비적인 문자예술의 집합체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상철(Shin Shangcheol .1976)은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을 졸업했다.
▲2023년 아르떼 마르코(부산 롯데 백화점 본점, 광복점, 동래점), ▲2022년 구구갤러리(서울목동), ▲2021년 교하아트홀 초대전(파주), ▲2021년 올리비아박 갤러리 초대전(서울), ▲2020년 근현대사 미술관 개관 초대전(용인), ▲2018년 갤러리오 초대전(서울), ▲2015년 남산도서관 갤러리(초대전), ▲2014년 리더스 갤러리 수 초대전, ▲2013년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초대전, ▲2013년 The-K 갤러리 초대전, ▲2012년 갤러리 써포먼트 초대전, ▲2009년 봉아트갤러리 기획 55도 와인바, ▲2008년 갤러리 아이 기획초대전, ▲2008년 갤러리 소노 팩토리 기획초대전, ▲2007년 갤러리 하루 기획초대전, ▲2007년 갤러리 그림 집 기획초대전, ▲2007년 갤러리 the- D 기획초대전 등 매년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단체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23년 LA art show (LA)-a.p space, ◉2023년 서울국제아트엑스포(코엑스), ◉2022년 강원현대작가전-원주시립중앙도서관전시실(원주), ◉2022년 문래아트페어-아트필드갤러리(서울), ◉2021년 마이에미 아트페어-마이에미, ◉2021년 인천국제아트페어-인천, ◉2020년 강원 현대 작가전-강릉 시립미술관, ◉2020년 옹기구룹 아트센터/미술관 개관기념 미술인의 힘전, ◉2019년 그리고 100-순회전(마포아트센타, 청주문화원, 진주 문화원, 군산 팔마아트센타), ◉2019년 코리아아트 페스티벌-진천, ◉2018년 아트아시아-킨텍스, ◉2017년 핸드메아드 페어 특별전, ◉2016년 한일 미술 교류전(도쿄), ◉2016년 아트 제주(롯데 호텔), ◉2015년 상하이 오픈 아트페어(상하이 엑스포), ◉2015년 평창비엔날레(하이원)외에도 수많은 곳에 참여했다.
(#단체전 참여: 2023년 2곳, 2022년 12곳, 2021년 16곳, 2020년 4곳, 2019년 3곳, 2018년 1곳, 2017년 1곳, 2016년 2곳, 2015년 4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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