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0년 7월 20일 월요일
와! 새로운 식구가 한명 더 들어왔다. 순박한 여중생 얼굴의 '새'가 새로 왔다. 이제 둥지센터는 9명이다. 버글 버글 대는 와중에 아이들의 표정은 다 밝다. 이번 멤버들은 다 텐션이 업이다. 비도 오고 꾸리한 날에 처져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어떤 분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고 가셔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업을 하기로 했다. 쇠밥그릇에 나 먹으라고 따로 떠서 준다. 아이구, 고마워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니 반장 '은'이 바로 수업을 시작하고 한다. 역시 반장이다.
이번 주 아이들은 누가복음 15장 '기다리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었다. 지난 번 아이들은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주일 센터장님의 설교 말씀을 이미 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연극 '엄마의 바다'의 이야기와 비슷해 아이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정'은 남친 때문에 가출한 일을 고백했다. 남친만 있으면 부모님 없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말도 안되는 행동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에 들어갔을 때 부모님께서 고맙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단다. 그런 반면, '정'은 가출했다가 돌아가니 다시 나가라고 하셔서 진짜 다시 나갔단다. 자신의 자녀가 생기면 가출해서 돌아오면 따뜻하게 맞아 줄꺼라고 했다. '정'의 부모님은 이혼 후 다 따로 재혼을 하셨다.
모든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지 않는다. '정'뿐만 아니라 '경'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엄마와 자주 싸워서 집을 나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역시 서로 맞지 않으면 빨리 나가서 따로 사는게 맞다고 결론을 냈다. 입양아이였다가 결국 파양되어 이곳에 온 '윤'은 줄거리만 썼을 뿐 아무 감상도 쓰지 않았다. 표정도 내내 좋지 않다.
괜히 누가복응의 이야기를 읽으라고 했나? 라는 후회가 든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 아빠,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다. 그러나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군가 이 아이들을 기다려줬으면...동네 어귀에서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잘 돌아왔다고, 고생했다고 토닥거려 주었으면 좋겠다. 초월자 하나님께서 이야기의 아버지처럼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면 안되나? 수업을 마치고 괜히 그 아이들에게 가서 뜨겁게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를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