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동에 있는 엔콕사진관을 찾았다. 이곳의 대표인 정소무 작가는 재작년 우동과 반송동의 어르신들에게 영정사진을 찍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진촬영과 액자까지 무료로 해준 분이다. 작년 가을과 올해에도 가족사진 무료 인화권(20만 원 상당 500매)을 만들어주어 <해운대라이프>에서 매달 주최한 음악회에 참석한 어르신들과 다문화가족들에게 제공했다.
다문화가족들이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보니 베트남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시집을 온 이주여성들이 남편과 자식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너무 고맙다.
정 작가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몇 분의 가족들이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의 몸이 안 좋아 얼굴이 찡그러져있기에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이 있지만 어머니와 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이기에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 좀 더 잘 나오게 하려고 수고하는 정 작가의 모습을 뒤에서 보며 이전에 영정사진을 찍을 때 7~80대 어르신들의 굳은 얼굴을 미소짓게 하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작은 딸이 중학교에 입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큰 딸과 부모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큰 딸 나이이면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모랑 함께 다니는 것도 싫어하고 특히 친구들끼리는 사진을 찍어 SNS에 많이 올리지만 부모랑 찍는 것은 어색할 것인데도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사진 한 장으로 가족의 행복이 오롯이 모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찍고 저장하기에 그만큼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문득 18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에 쓸 사진이 없어 옛날에 찍은 사진 그것도 웃는 얼굴이 아니라 인상 찡그린 사진을 확대하여 사용하여 마음이 안 좋았고 살아생전에 자식들 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정작 아버지의 사진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몇 년 전 장례식장에 가니 돌아가신 분이 얼마 전 환하게 웃는 사진을 현수막으로 만들어 그 옆에 “제 장례식에 오신 분들 많이 드시고 가세요. 고마웠습니다” 라는 글이 적혀있는 것을 보았던 적이 있다. 비록 고인이지만 생전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슬프면서도 마음은 편한 것 같았다,
정 작가는 광안2동 봉사단체에 가입을 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사진 봉사를 계획 중이다. 그런 사랑과 베품의 마음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진관을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남의 사진은 잘 찍지만 자신은 사진 찍히는 것이 많이 서툰 정 작가와 사진을 한 장 찍고 사진관에서 나왔다.
/ 신병륜 이사
엔콕사진관 051- 628-5565
(지하철2호선 금련산역 1번출구 신한은행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