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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식스틴>, `중2병` 박진영을 위한 그들만의 재롱잔치
걸식 추천 0 조회 140 16.12.13 23: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케이블채널 엠넷의 <식스틴>이 처음 편성될때부터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이다. JYP 연습생들을 경쟁시켜 걸그룹 멤버를 선발한다고? 지네 정직원 뽑겠다는데 왜 공개적으로 전파를 낭비해가며 홍보를 하는 거지? 또 하나는 말그대로 JYP 집안잔치인데 '어차피 박진영 맘대로 장난치는' 프로그램이 되지않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아마 이런 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식을 아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한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부분이고, 결과적으로 예상은 크게빗나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식스틴>류의 프로그램은 끝물을 타고있는 오디션 예능물중에서도 가장 선정적이고 저급한 컨텐츠에 속한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욕하면서도 결말이 궁금해 계속 보게되는 막장드라마와 유사하게, 막상 다보고 나면 기분이 종종 더러워진다. 과거 MBC 일밤 <신입사원>(아나운서 선발), YG의 <위너>, 싸이더스의 <메이드 인유> DSP의 <카라 프로젝트>같이 대형 방송사나 기획사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들은 사실 기획취지부터가 반칙에 가깝다. <슈퍼스타 K>나 <케이팝스타>처럼 참여에 제한을 두지않고 유망주나 음지의 스타들을 재발굴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차피 지네들이 필요한 인재를, 지네들 맘대로 뽑을거면서 서바이벌을 빙자하여 상품을 홍보하려는 속내가 너무 빤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사 연습생들중 어느 정도 스타성이 있는 멤버들은 어차피 서바이벌 탈락 여부와 상관없이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다. 심사위원들도 어차피 같은 기획사 한통속인 만큼,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다기보다 잘나가는 멤버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들은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노력해도 방송문턱도 밟아보기 힘든 대다수의 연예인 지망생들에 비하면 과도한 특혜이자 대형 방송사(기획사)의 폐해이기도 하다. 결국 최종승자는 출연자가 아니라 기획사가 될 수밖에 없고, 서바이벌 게임 자체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할수 없는 이유다.

기획사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최소한의 공정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은 이미 지난 전례에서도 드러난다. <카라 프로젝트>에서 초반 제대로 미션에 합류하지도 않았고 에피소드내내 엄청난 두각을 나타냈다고도 하기 어려운 허영지가 최종 멤버에 발탁된 것이나, <위너>에서 미션내내 실력면에서 우위였던 B팀을 제치고 A팀이 승리자가 된 것은 지금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투표나 심사는 요식행위이고 처음부터 승자를 어느 정도 점찍어놓고 분위기를 몰아간 느낌이 강하다. 물론 당시 B팀 멤버들은 위너에서 축적된 인지도를 바탕으로 <믹스앤매치>나 <쇼미더머니>까지 넘나들며 방송을 잘 이용해먹었다. 반면 고인이 된 카라 프로젝트의 소진처럼 실컷 이용만 당하고 오디션 서바이벌의 소모품으로 사그라든 안타까운 존재들도 있었고.


그런데 <식스틴>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JYP의 수장이자 식스틴의 유일한 심사위원이었던 박진영은, 아예 멤버 선발 과정에서 최소한의 원칙과 공정성마저 대놓고 씹는다. 이미 일찌감치 탈락한 멤버를 패자부활전이나 최소한의 당위성을 해명하는 장치도 없이 자기 맘대로 죽였다 살렸다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독재다.


박진영이 JYP나 연습생 앞에서는 전지전능한 신 흉내를 낼수 있을지 몰라도, <식스틴>이라는 프로그램은 박진영 개인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고 박진영 역시 프로그램의 룰 안에서는 그저 일개 심사위원의 역할에 불과하다. 연습생들 역시 박진영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하는 장난감이 아니다. 이런 기획사형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전에도 비슷한 전례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막나간 경우도 찾기 힘들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비공개로 해서 지 마음대로 뽑을 일이지, 왜 TV까지 끌여들여서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떻게 미화해도 서바이벌을 빙자한 홍보로 대중들을 끌어들여 인지도만 쌓은뒤에 멤버 선발은 지 맘대로 하겠다는 얄팍한 속내를 드러낸 것밖에 안된다.


사실 박진영은 자신의 오만과 변덕스러움을 '남들과는 다른 시각' 내지는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미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성향은 반쯤 놀림감이된 공기반 소리반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케이팝스타때도 그랬고, 이전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섰을때도 여러번 드러난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박진영의 변덕을 다양성으로 커버하면서 균형을 맞춰줄 다른 심사위원들이 있었다. <식스틴>에서 말 그대로 제어장치가 사라진 박진영은 고질적인 말기 중2병 증상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과연 오디션 내내 박진영의 오락가락하는 심사평이나 난해한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는 연습생들은 얼마나 될까.


<식스틴>은 최근 방영된 역대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상당히 잔인한 방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끊임없이 메이저와 마이너를 나누고 1대 1로 서로를 쓰러뜨리면서 한편으로는 팀워크와 배려를 이야기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오디션 후반부에 삽입된 멤버들간 자체 여론조사라든지, 박진영의 뜬금없는 꼰대스타일의 인성강의가 웬지 자연스럽지 않고 <식스틴>의 이미지 관리를 위한 가식으로 보였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멤버들에게 연예인 이전에 올바른 사람이 되라고 설교하던 '어른' 박진영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아이들 앞에서 자기 손으로 프로그램의 원칙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절렀다. 마지막에 탈락한 멤버들도 멤버들이지만 어쩌면 최대의 피해자는 뒤늦게 합류한 모모와 쯔위, 트와이스 멤버들 전체인지도 모른다. 박진영의 변덕스러운 중2병 때문에 공연히 동료들을 밀어내고 무임승차한 꼴이 되어 들어먹지 않아도 될 욕을 들어먹게 생겼다.


결국 10주간의 잔인한 서바이벌 경쟁내 데뷔에 목말랐고 박진영의 눈에 들기위하여 사력을 다했던 불쌍한 어린 연습생들을, 처음부터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한 잔혹한 재롱잔치의 소도구로 전락시킨 것이 드러난 꼴이다. 잘나가는 PD나 연예계 대선배행세를 하기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 식스틴의 불쌍한 연습생들이 아니라 바로 박진영과 JYP라는 장사꾼들 스스로가 먼저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식스틴의 연습생들이 이 지저분한 서바이벌에서 보고 배운 교훈이라면, 세상은 어차피 더럽고 공정하지 않으며 박진영처럼 가식과 위선으로 무장한 어른들을 더 조심해야하는 세상이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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