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일단 지원은 해 보지만 제대로 된 언론사일까?”
이런 고민 해본 적 있나요? 보통 언론사 지망생이라고 해도 주요 방송사나 일간지만 챙겨보죠. 참 유명 주간지나 인터넷 언론사는 포함. 그런데 채용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기자는 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마이너 리그에도 눈을 돌리게 되죠.
하지만 이 때부터는 정보고갈에 시달리게 되요. 많은 양의 정보가 모인 아랑에서도 매체가 작아질수록 정보는 줄어들게 마련. 답답하죠. 저 역시 그랬고요. 그래서 도움이 될까 싶어 크고 작은 매체의 차이점에 대해 아는대로 소개할게요.
단 ‘어디까지가 메이저다’ ‘OO일보는 이게 구리다’ 이런 류의 구분은 안하겠습니다. 아직 그럴 만한 내공도 없을 뿐더러 전문지/지방지/주간지/월간지/인터넷/통신사/외신 등 종류가 워낙 많아서 ‘이건 이렇다’고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마이너는 취재 여건이 나쁘다?
네. 대체적으로 작은 매체가 취재 여건은 상대적으로 나빠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게 정보력. 이것만 빼면 다른 건 전혀 문제가 안 될 정도랍니다.
늘어나는 각종 매체들.. 취재원도 바쁘다
요샌 기자가 벌떼같이 많아요. 국회 기자실 가보면 1층의 절반은 기자실이고, 등록된 기자 수가 1000명도 넘겠더라고요. 큰 기업들의 담당기자도 이런저런 기자 합치면 대략 300~400명. 이쯤 되면 취재원도 정신없죠.
이런 실정이니 정보원들도 아무래도 주요 매체 순으로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밖에 없어요. 연예인의 예를 들면 활동을 시작할 때 수십 건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요. 홍보 효과가 큰 매체부터 시작하는 건 기획사로썬 불가피한 일이죠.
이 같은 차이 뿐 아니라 각종 인맥에서도 마이너는 밀릴 수 밖에 없어요. 역사가 오랜 언론사는 그만큼 문어발 인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자가 있게 마련. 후배들에게 이 인맥들이 대물림되면서 커 온 언론사는 현재 작더라도 ‘썩어도 준치’는 합디다.
작은 매체는 전문성으로.. 하지만 바쁘다
그러면 작은 매체 기자는 넋 놓고 앉아서 죽쑤고 있느냐. 그건 아니랍니다. 보통 작은 매체들은 ‘전문성’으로 승부하는게 보통이에요. 뭔가 특화된 정보력으로 승부를 보자는 거죠. 이것도 없다면 진짜 대책없죠.
특히 온라인 상에선 매체력 핑계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잘 쓰는 놈/빨리 쓰는 놈이 대장이에요. 절대적인 정보량에서는 뒤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지만, 영향력 만큼은 마이너에게 지금처럼 좋은 환경이 없다고 봐요.
1980년대 초 마이너부터 최근 메이저 시절까지 다 경험하신 M경제신문의 한 어르신은 “마이너 기자가 정보력은 빈곤할 수 밖에 없다”며 “대신 더 뛰어다니고 더 찾아보면서 좋은 분석기사를 쓰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대략 공감.
단 작은 매체는 인원 수도 상대적으로 적죠. 일간지의 경우 큰 언론사 기자는 일주일에 기사 4~5개 쓴다면 작은 언론사는 그 열 배를 써대야 하니까요. 퀄리티 맞추기 힘들죠. 뭐 결국 더 열심히 뛰는 수 밖에 없어요.
또 공감하실 분도 많을 텐데 작은 매체일수록 취재 외 잡수구레한 일들이 많아져요ㅋㅋ 바쁜데 덮친격이죠. 이건 매체 탓도 있지만 데스크/선배의 역량이 중요해요. 아암. 그렇고말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지금 행복한 편이랍니다.
◆마이너는 벌어먹고 살기 빠듯하다?
각 언론사 월급, 궁금하시죠? 돈 때문에 기자하겠다는 분은 없겠지만 기자도 월급쟁인데 밥은 먹고 살아야잖아요.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S국, C일보 등은 대기업 뺨치고 덩크슛도 한번 넣을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나 극소수 매체를 제외하고는 매체력과 월급은 약간 따로 노는 경향이 있어요. 아시죠? 대표적으로 진보 VS 보수가 그렇죠.
대표적으로 경제지들은 소위 ‘돈 되는 일’ 위주로 성장해 와서 월급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이 때문에 진보 성향이신 분들은 ‘경제지는 언론사가 아니다’라고도 말씀하시죠. 일부 공감합니다. K신문, H겨레 많이 좀 구독해 주세요. (지금 클릭!!)
그 밖에도 ‘이 언론사의 월급이 이 정도야?’ 의아할 정도로 매체력과 돈은 따로 노는 경우가 있어요. 또 초창기는 비슷해도 나중 능력에 따라선 천차만별. 저 같은 사이비 기자는 안짤리는데 감읍할 따름이고 유능하신 분들은 주가가 팍팍 뛰죠.
아!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면 언론사 비추입니다. 돈 많이주는 대기업이나 돈 오래주는 공기업에 가시는 걸 강추. 어차피 비슷한 노력 들일 바에야 돈 걱정없이 블로그에 내맘대로 세상을 논(論)하는 것도 풍취가 있답니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에요.
◆마이너는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다?
네. 작은 매체는 출입처별로 제대로 기자 대접 못받는 경우가 많아요. 앞서 말했다시피 요샌 기자가 엄청 많거든요. 각 출입처에서 대접 받으려면 “여기 기사 좀 썼소” 정도론 안되죠. 더 부지런히 다녀야 되요. 그럼에도 한계는 있고요.
일례를 들면 카르텔이 심한 일부 정부부처는 일부는 좋은 밥 먹이고, 다음은 그냥 밥 먹이고, 나머지는 알아서 먹으라고 하는 바람에 “밥 갖고 치사하게 군다”는 얘기도 나오던데요ㅋ 저야 웃자고 한 소리지만 그 분들께는 중요한 일이랍니다.
그래도 밥 얻어 먹으려고 기자하는 거 아니면, 큰 상관은 없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취재할 때 잘 협조만 해주신다면야 생큐죠. 그런데 취재원이 아닌 일반인을 만나면 아무래도 인지도가 있는 곳이 더 낫더라고요. 있어 보이잖아요ㅋㅋ
단 출입처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어요. ‘철강회사에 있어선 K국보다 철강 전문지가 더 중요하다’는게 좋은 예죠. 그럼에도 세상을 다 품을 기세로 언시를 준비중이신 분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활동범위를 한정지어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긴 하죠.
◆여기에 들어가도 진짜 괜찮은 걸까?
요새 언론사 경기도 안좋은데다 올해 경기침체로 준비하시는 분들 욕 많이 보셨죠? 내년에는 좀 어떨는지 걱정이네요. 이런 상황이라 눈높이를 낮춰 지원하시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아요. 다른 업종으로 가시는 분들도 있고요.
눈높이 낮추신 분들 자기가 지원하는 이 곳은 어떤 곳인지, 과연 괜찮을지 한번쯤 고민해 보셨죠? 개개인별로 상황이나 가치관이 다 틀리니 일괄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나름 경험자로써 조언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왕이면 큰 데서 시작해라
경제적 여건이나 다른 기타 잡다구리한 문제가 없다면 시일이 좀 더 걸리더라도 이왕이면 시작은 큰 물에서 노는게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이직이 많다곤 하지만 큰 물에서 작은 물 옮기긴 쉬워도 그 반대는 여간해선 어려워요.
모 언론사 취업의 달인 분께서는 ‘남자는 30, 여자는 28부터 눈높이를 낮춰라’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셨죠. 그때까지는 여건이 되는 대로 한번 대차게 부딪혀 보시는 걸 추천해요.
특히 자존심을 중히 여기시는 분들은 마이너에 갈 바에야 다른 길로 가세요. SKY아니면 대학이 아니고 대기업 아니면 기업이 아니신 분들께는 메이저 이하 언론사는 언론사가 아닐 테니까요ㅋㅋ
어떤 회사인지 취재해 봐라
정보가 없다고 그걸 찾지 않으면 기자지망생이 아니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정보를 찾아보세요. 일단 홈페이지나 방송/신문을 좀 보고, 친구나 선후배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말이죠.
물론 아랑에서도 검색해 보고 질문을 해 봐야겠죠? 단 월급이 얼마인지는 누구도 밝히기 어려울 듯 해요. 대외비니까. 보통 인턴은 오십~백오십, 수습/정기자 초봉은 백에서 이백오십 사이. 많으면 삼백 언저리 정도지 않나요? (그냥 추정^^;)
하지만 이런 식으로 취재가 끝났다고 해도 언론사란게 부/팀/선배별로 다 제각각이니까 일단 가서 부서배정 받아 봐야 자신이 지금 지옥에 있는지 천당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세요.
‘언론의 자유’를 논해야 될 긴박한 시국에 ‘개인의 밥그릇’을 논해서 죄송합니다. 뒷이야기글이니까 너그러이 봐주세요ㅋ 글의 의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사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만들고 싶어서였는데, 어떨런지 모르겠네요.
PS. 이 글은 제가 속한 신문공장과는 거의 무관한 얘기입니다. 부담되서 가급적 배제했어요. (몇몇 아는 분들이 있음ㅋㅋ)
첫댓글 와.. 원고료 주고 싶다.^^
술 사주세요~ㅋㅋ
콜! ㅋㅋ
좋은 글이네요. '추천' 한방 날리고 싶을 정도로..
작은 매체일 수록 역량이 딸리는 데스크가 있을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정확한 지적이네요. 그리고 일부 정부부처 ㅋㅋ 기획재정부 기자실 담당 직원들 뜨끔하겠네 :p
ㅋ그래도 뽑기 잘하면 좋은 데스크-팀장 만납니다. 저처럼^^
카페에 추천 기능이 없는 게 아쉬울 지경이네요... 좋은 글 잘 봤어요, 형 ㅎㅎ
동생, 어여 오시게
와... 좋은 글 감사해요 왠지 알아두고싶은분이다 ㅋ
부지런한 1980님. 기자가 천직!
재기발랄 라양. PD가 천직!
잘 읽었습니다. ^^
와- 짝짝짝!! ㅎㅎ박수!!
대략.. 감사요~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 항상 예외는 있으니 너무 상심 마셔요.
꺄오 좋아요 이런 글!
메이저만 인정하는 이 더러운 세상~!!!!!!!!!!!!!!!
아휴.. 너무 부정적으로만 썼나요? 사실 재밌는 것도 많은데 지면관계상(?) 못 썼거든요ㅋㅋ 2탄이라도 써야될 듯.
저도 홍보팀에서 알바하면서 목격한 기자 점심접대비 + 대하는 태도 보면서 언론사는 메이저 아니면 가면 안되겠다->어차피 안될 거 포기하자, 맘을 정하게 됐었죠. 2만원짜리 일식과 5천원짜리 순두부, 그 표면적인 가격을 넘어 만 오천원의 차이에 담겨있을 더럽고 치사한 일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더라는...
ㅋㅋㅋㅋㅋ뭐 인생이란게 그렇죠^^ 이 세상의 부조리 속에 맨몸으로 뛰어든다는게 마이너의 로망/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ㅋ 상당히 정확한 분석이며 꼭 필요한 분석인 듯 합니다. 언시생들이 이런부분에까지 큰 관심을 갖고있다는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서도요..; 글고 바로 윗분 통찰력에도 감탄~~~ㅎㅎㅎ
와, 2탄 기대할게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PD지망이지만, 읽어볼만 했어요
PD는 또 다른 세계가 있겠죠ㅎㅎ '하청에 재하청.. 또 하청' 이런거 아닌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물론 열공해서 더 큰 매체로 가라는 응원일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목적은 마이너를 지원하시는 분들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이었답니다^^;
왜.... 재밌죠?!!!! 잘읽었습니당!!
모 언론사 사장님의 차라리 언론사를 차리라는 말이 와닿네요... 같은 직업인데 대접이 다르니 원 참...
같은 샐러리맨이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다르죠. 차라리 언론사를 차리는 건 벤처창업 쯤 될까요?ㅋ
와................정말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글. 감사합니다. 군데군데...가슴이 아팠지만 ^^;
자존심이라.. 그저 맘이 아플 뿐이군요... 거쳐갈 마음으로 다니는 선배들을 보고 있자니... 그사람들이 자존심 없어 보이진 않지만; 저 포함;; 차암,...;;
마이너가면 소위 '마이너' 라는 문제는 둘째치고 '마이너'라는 이유로 고생 꽤나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