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 특집] 이 주의 오감만족 - DVD, CD, BOOK

[블리드]

[12/22 특집] 이 주의 오감만족 - DVD, CD, BOOK

2006년을 한 주 남겨놓고 있는 12월의 네 번째 주말은 크리마스가 끼어 있는 3일 연휴다. 1년을 마무리하는 각종 송년회와 크리스마스가 여기저기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신 없는 주말이기도 하다. 떠들썩한 모임으로 인해 지쳐 있을 때 하루 정도는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것도 필요하다. 자의로 휴식을 택한 사람이건 타의로 혼자 지내게 된 사람이건 오감을 만족시키는 영양분은 필수적이다. 연말 성수기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책과 DVD, CD로 문화적 허기를 채워보자.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추리소설의 걸작 [블랙 달리아]와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자 김언수의 단편소설집 [캐비닛]은 서점에 들르면 꼭 한 번쯤 훑어볼 만한 책들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다면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이 좋겠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러시아 미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동안 바빠서 못 챙긴 영화들도 DVD로 볼 수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 <마이애미 바이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수작들이다. 배경음악이 필요하다고? 가야금 4중주로 듣는 클래식과 재즈, 록은 퓨전 국악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전할 것이다. 조금 거친 음악을 원한다면 영화 <나나>의 주인공 나카시마 미카의 영화음악 앨범과 미국의 록 밴드 인큐버스의 새 앨범을 추천한다. 부디 모두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길.

<천하장사 마돈나> 감독 이해영, 이해준 | 주연 류덕환, 백윤식, 김윤석, 이상아 | 시간 116분  | 출시 CJ엔터테인먼트  <신라의 달밤> <품행제로>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알린 이해영, 이해준의 첫 감독작 <천하장사 마돈나>는 자신을 여자로 여기는 고등학생 동구가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게 위해 씨름대회에 출전한다는 이야기다. <월컴 투 동막골>의 북한 소년병으로 낯익은 류덕환이 동구 역을 맡아 감동을 자아내는 진솔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DVD에는 작가가 감독이 된 사연과 류덕환이 영화를 위해 체중을 불리며 동구로 거듭나는 과정, 영화에 쓰인 음악들 및 시각효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 대담, 삭제 장면, 예고편 등의 부가영상이 담겨 있다.

<마이애미 바이스> 감독 마이클 만 | 주연 콜린 패럴, 제이미 폭스 | 시간 132분 | 출시 유니버설 국제 마약조직에 맞서 싸우는 두 명의 마이애미 비밀경찰의 활약상을 그린 <마이애미 바이스>는 동명의 미국 NBC-TV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범죄액션영화다. <히트> <콜래트럴>의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알렉산더>의 콜린 패럴과 <콜래트럴>의 제이미 폭스, <게이샤의 추억>의 공리가 출연하는 <마이애미 바이스>는 마이클 만 감독 특유의 사실감 넘치는 액션과 탁월한 캐릭터 심리묘사를 보여준다. DVD는 본편과 함께 스페셜 피쳐로 마이애미 로케 촬영현장과 마이애미 경찰의 비밀수사에 대한 상세 설명, 뮤직 비디오 등이 실려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독 송해성 | 주연 강동원, 이나영 | 시간 100분 | 출시 HB 엔터테인먼트 공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파이란>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사형수 청년과 자살 중독자의 슬픈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다. 주연을 맡은 청춘스타 강동원과 이나영이 상처를 안고 사는 두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과잉없이 솔직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감독, 주연배우, 제작자, 음악 감독의 코멘터리를 들을 수 있는 DVD는 촬영현장을 담은 메이킹 필름과 배우 인터뷰, 극장 개봉시 볼수 없었던 삭제장면과 또다른 엔딩버전, 이승철이 부른 주제가 <영원한 사랑>의 뮤직비디오 등을 볼 수 있다.

나카시마 미카 The End 일본 | 팝 | 소니BMG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를 듣고 싶어 <나나> 사운드트랙을 샀으나 단 한 곡밖에 들을 수 없어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이 아쉬움을 만회해 줄 것이다. 1편 주제가인 ‘Glamorous Sky’는 물론 2편 주제가 ‘一色’의 또 다른 버전을 포함해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11곡이 수록됐다. 펑크 록 가수로서의 나카시마 미카가 지닌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시드 비셔스 스타일의 ‘My Way’가 특히 인상적이다.

여울 행복한 이야기 한국 | 국악 | C&L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가야금 4중주로 듣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대답이 여기 있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출신의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은 한국의 전통음악에 팝, 록, 재즈, 뉴에이지, 클래식을 접목시켜 독특한 퓨전 음악을 선보인다. 스탠더드 팝 ‘Fly Me to the Moon’의 삼바 버전도 들을 수 있다. ECM 레이블의 재즈 뮤지션들은 아릴드 안데르센과 랄프 타우너의 연주곡을 국악 버전으로 듣는 맛이 새롭다.

인큐버스 Light Grenades 미국 | 록 | 소니BMG 인큐버스는 메탈리카, 메가데스, 펄 잼, 너바나를 듣고 자란 세대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를 수용하면서 만든 2000년대의 미국 록 음악을 대변한다. 인큐버스가 2년 만에 발표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는 첫 싱글 ‘Anna Molly’와 ‘Dig’에서 알 수 있듯 대중친화적인 성향을 띤다. 지난 앨범보다 한결 가볍고 친근하다. 인큐버스의 장르적 다양성과 음악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블랙 달리아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소설 | 황금가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블랙 달리아>를 책으로 먼저 만날 수 있다. 추리 소설의 대가, 제임스 엘로이가 1940년대 로스엔젤레스에서 벌어진 ‘기묘한’ 살인사건을 긴박하게 전한다. 입술을 양쪽 귀까지 찢어 올려 기괴하게 웃는 꼴을 한, 토막 난 주검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이 사건에 두 경찰이 배치돼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영화 의 원작자이기도 한 제임스 엘로이가 잡아낸 인물 심리와 치밀한 이야기 구성이 매력적이다. 총 2권으로 짜여 있다.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이주헌 지음 | 에세이 | 학고재 유럽 각국의 미술관을 돌며 쉽고 편한 미술 이야기를 전해온 미술평론가 이주헌이 이번엔 러시아로 간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러시아 미술관을 돌며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미술가들의 ‘필치’를 소개한다. 물론 러시아 미술만 알리는 건 아니다. 그곳에 보관된 유럽 작가들의 그림과 동양 유물까지, 고루고루 알림 목록에 포함됐다. 푸슈킨 미술관에 있는 이집트 유물, 고갱과 마티스의 작품들은 덤으로 만날 수 있는 그림 선물. 그림 삼매경에 빠져 들다 보면 ‘스킨 헤드’ 족도 무섭지 않다. 당장 러시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인다.

캐비닛 김언수 | 소설 | 문학동네 은희경, 전경린, 천명관. 이들은 모두 ‘문학동네 소설상’을 가슴에 안은 작가들이다. 여기 올해 한 명의 작가 이름이 더 추가됐다. 제12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소설가 김언수는 <캐비닛> 안에 스무 편의 기발한 이야기를 챙겨 넣었다. 일년 중 딱 절반, 178일 동안 캔맥주를 마시는 <캐비닛>의 주인공은 하릴없이 캐비닛 속 파일을 정리하는 게 일인 평범한 직장인. 문제는 이 캐비닛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데 있다. 피노키오 아저씨, 남성과 여성을 한 몸에 모두 지닌 인간 등 수많은 인물 군상이 튀어나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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