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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을 재물 삼아 삼성을 살려라
우리는 이번 황우석 파문을 보면서 황 교수가 사기극을 벌이기에 앞서 재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또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황 교수가 16일 기자회견에서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도 그의 결백성에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결국 지금 자신이 이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런 결백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사법당국의 수사까지 요청했다.
만약 자신이 앞장서 처음부터 사기극을 벌이려 했다면 이런 결백을 주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황우석과 어제의 동지가 됐다 하루아침에 적이 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연일까 여기에는 삼성인맥이 연줄 걸리듯 겹겹이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인물은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다. 노 이사장은 문신용 서울대 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소개로 황 교수를 알게됐고, 황 교수에게 먼저 인간 배아 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제의한 인물이다.
노 이사장은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삼성과 함께 삼성제일병원을 공동창업한 고 노경병 전 대한병원협회 회장의 장남이다.
노 이사장의 선친인 고 노경병 회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형 이동희 박사와 산부인과 전문병원 '제일병원'을 공동 창업했고, 이 제일병원이 현재 삼성제일병원으로 발전했다. 노성일 이사장은 제일병원(삼성제일병원 전신)에서 산부인과 과장을 했다.
그런 노 이사장은 삼성그룹측에 제일병원을 기증하려던 고 이동희 동업자의 유지에 반발해 독립한 후 1991년 미즈메디 병원을 설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국내 불임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따라서 어떤 연유가 됐건 노 이사장은 삼성의 인맥으로 볼 수 있다.
최초 윤리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황 교수 편을 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다 급기야 결별을 선택한 메디포스트 양대 주주인 양윤선 대표도 이 범주 안에 있다.
양 대표는 메디포스트 최대 주주 보광창투와 손잡고 황우석 신드롬에 힘입어 한순간에 대박을 거머쥔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학교대학원 의학과를 수석 졸업한 수재로 서울대병원 임상병리과 에서 전공의를 거친 후 1995년부터 2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병리과 전문의로 근무하다가 2000년 메디포스트를 설립했다.
굳이 삼성병원 출신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의 투자사인 보광창투와 손잡은 것만 보더라도 삼성가의 외척인맥이다.
보광창투는 홍 전 대사의 동생인 홍석규, 홍석준, 홍석조, 홍라영씨가 61.81% 지분을 소유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척인 홍라희씨 가문의 회사로 보광그룹의 투자회사다.
보광창투는 2000년 6월 제대혈 관련회사로 메디포스트가 설립된 이후 초창기에 주당 2,500원으로 40만주(8.74%)를 10억원에 인수함으로써 보광그룹이 메디포스트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이다.
노 이사장이 윤리문제 파문이 터질때 까지만 해도 황 교수를 두둔했다. 그러나 12월 들어서면서 갑자기 양심고백 차원이라며 황 교수를 겨냥해 폭탄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와 동시에 메디포스트와 전면 동업관계를 맺었고, 메디포스트 양 대표 또한 황 교수를 버리고 노 이사장의 손을 잡는 대열에 동참했다.
이 때문에 '노-양의 이중플레이' '노성일 음모설' '삼성가의 황우석 재물삼기' 등의 다양한 분석이 네티즌 들 사이에 심도 있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황 교수가 말한 원천기술은 있는 것인가
줄기세포 가짜논란과 관련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맞춤형 줄기세포를 분명히 만들었으며 (현재)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논문은 가짜일지라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배아 줄기세포에 의한 연구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의 원천기술 보유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논란에 대한 해석은 양분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황 교수팀의 원천기술이 존재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만 미국 생명공학회사안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dvanced Cell Technology)'의 로버트 란자 박사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체세포 복제로 인간배아를 6∼8세포기 단계로 만들었지만 배반포 상태로 진전시키지 못했으며,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확립을 `처녀 생식'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학자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황 교수팀이 가지고 있는 이른바 `젓가락 기술'인 짜내는 기술(Squeezing Method)에 대해서도 독보적인 기술로 인정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황 교수팀의 기술을 가지고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이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는 것은 원천기술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만약이긴 하지만 황 교수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무엇인가에 쫓겨 졸작의 논문을 제출하는 꼴이됐고, 이를 알아차린 관련 인맥들이 황 교수를 재물로 삼는 기회로 삼았고, 결국 기회를 노려 여론의 반전을 기하는 카드로 써먹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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