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설악산 계조암 흔들바위] 정병경.
ㅡ깃털보다 가벼운 마음으로ㅡ
설악산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마음이 흐트러질 때 육중한 흔들바위를
떠올려본다. 때로는 깃털보다 가벼울 때가 있는가 하면 거대한 돌덩이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면의 마음을 뜻대로 가누지 못함은 의지력이 약한 탓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탐방팀 일행과 설악산 흔들바위를 향해 나서본다. 다행히 주말 날씨가 화창하다. 두 시간 거리인데 차막힘으로 점심 시간을 넘겨 도착했다. 지름길로 가기 위해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다보니 목적지를 벗어나 지각 도착이다. 설악동 주차장은 빈틈없이 메워지고 있다.
통일대불청동좌상은 햇빛과 비바람이 지어낸 걸작이다. 시나브로 나이테를 그려가는 색깔은 근엄함이 엿보인다. 약한 자들에게 용기를 주며 교만한 자들에겐 겸손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대불의 준엄함에서 팔만대장경의 구절이 연상된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부처 앞에서 경의를 표하는 속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햇살은 구름을 가르고 계곡으로 내려온다. 입구를 가득 메운 인파는 비선대와 비룡폭포, 권금성과 흔들바위로 가는 부류로 나뉘어진다. 탐방객을 위해 정비가 잘 되어있는 울산바위길은 걷기에 편안하다. 가을 풀벌레의 악보 없는 연주가 지휘자 없이도 잘 이어진다. 물소리와 바람소리 등 자연의 조화로움에 수목이 쑥쑥 자라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그늘로 이어진 산책길을 가다보니 울산바위가 가까워지고 흔들바위도 눈에 들어온다. 계조암繼祖庵 바위굴은 자연이 내린 위대한 선물이다. 자장율사가 창건 이후 쉼없이 이어오는 계조암자가 멋을 더한다.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조급함은 사라지고 여유로운 마음이다.
하산길에 탐방팀 하현주 명창의 사철가 한대목 들어본다. 갈참나무 사이로 흘러가는 곡조는 한편의 인생곡이다. 고수와 반주 없는 가락은 마음을 흔든다. 계절의 봄은 또 다시 오건만 인생 사계절은 덧없이 흘러가면 그만인것을. 노래로 한限을 풀어놓으니 지금 있는 자리가 어디쯤인지 짐작이 간다.
바람 맞는 버들가지와 눈이 쌓인 매화가 제격이다.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에 설악산 계곡의 물소리와 어울린 사철가는 금상첨화이다. 우리 민족이 남긴 역사는 시련과 역경 속에서 소리와 가락이 함께했다. 흥이 없으면 삶의 의미가 있을까! 계곡으로 흘려보낸 한대목의 소리는 여전히 메아리져 숲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2024.08.24.
첫댓글 30년 전에 가 본 설악산 흔들바위를
지금 사진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허 선생님, 사진과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기차 여행 실어 울산에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