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하아... 내가 왜 지금 학교에 있는지..“ - 예성
“어차피 졸업도 얼마 안남았는데 참고 학교 다녀라.“ - 재현
“큭, 사실 점심시간에 3반이랑 축구하는데 수비수가 부족해서 너 끌고온거야.“ - 유진
“뭐야 그러면 축구때문에 나 학교까지 끌고온거냐? 나 다시 집간다.“ - 예성
“아아 예성아 미안해 ㅜ_ㅜ 가지마아.“ - 유진
“바보같은 성유진. 그니깐 왜 쓸데없는 걸 얘기하고 그래.“ - 재현
학교에서 투닥거리는 재현과 유진,예성
그때 한 남자아이가 그들에게 허겁지겁 달려온다.
“허억... 야 애들아. 큰일났어.“
“왜그래?“ - 재현
“정민영이랑... 최한별 싸운데.“
“뭐...?“ - 재현
“한별이가 막 민영이한테 정가영 욕 했나봐. 여자라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정가영... 여자...?“ - 예성
재현과 예성은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서둘러 9반으로 달려갔다.
유진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다가, 재현과 예성의 뒤를 쫓는다.
그렇게 셋이 9반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반 앞으로 몰려있었고
그 속에서 서로에게 주먹질을 하는 민영과 한별을 발견했다.
재현은 터벅터벅 최한별에게 다가가더니 멱살을 잡아올린다.
“아윽 .. 우재현! 갑자기 뭐야?“ - 한별
“뭔..소리야.“ - 재현
“뭐가!“ - 한별
“정가영... 무슨 소리냐고.“ - 재현
“아... 큭. 너 정가영이랑 같은 기숙사 썼지?“ - 한별
최한별은 재현을 바라보며 비웃듯이 말한다.
재현의 손에 더 힘이 들어가자, 켁켁거리더니 이내 말을 이어가는 최한별
“정가영 여자야. 나도 처음에는 들은 소문이라 안 믿었는데... 정민영 보고 확신이 들더라.“ - 한별
“...뭐?“ - 재현
재현은 스르륵 한별의 멱살을 잡은 손을 내려놓고 민영을 바라보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바닥에만 시선을 거두고있는 민영
재현은 이번에 민영에게 다가가,
ㅡ퍽
민영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이게... 뭔 상황이야.“ - 재현
“...“ - 민영
“뭔 상황이냐고 이 새-끼야!!!“ - 재현
“미안하다...“ - 민영
“뭐야? 우재현도 정가영이 여자인 거 알고있었던거야? 큭 완전 사기단이네.“ - 한별
한별은 그들을 바라보며 비꼬듯이 말했고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예성이 한별의 복부를 걷어찼다.
한별은 신음을 내더니, 예성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넌 뭐야 김예성!!! 씨-발 양아치 새-끼가...“ - 한별
“찌질하게 그러고싶냐?“ - 예성
“뭐?“ - 한별
“정가영... 건드리지마라. 죽여버리기전에.“ - 예성
“허...“ - 한별
주변 아이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정가영이 정말 여자냐는 이야기부터, 재현과 가영이 무슨 관계냐는 얘기까지
“어쩐지 우재현이 정가영 유난히 잘 챙겨주드라.“
“대박이다 정가영 여자인 거 알면서도 가만히 냅둔거야? 아니. 그것보다 쟤네 같은 기숙사라며?“
“우재현 몰랐는데 완전 더러운 새-끼네.“
재현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때, 재현의 교복 뒷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벨소리
재현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꺼내었고, 가영에게서 온 전화였다.
... 재현은 아이들을 피해 9반을 빠져나오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영의 전화를 받았다.
“...응.“ - 재현
[목소리가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무슨 일 있어?] - 가영
“아니.. 아무일도 없어..^^“ - 재현
[응! 나 예전에 다녔던 여고로 전학왔어. 애들도 다 잘해주고 너무 좋아.. 나 지금 완전 이쁜데, 니한테 보여주고싶다..] - 가영
“응.. 나도 보고싶네..“ - 재현
[응! 하아.. 우리 언제 보는거야? 오늘 끝나고 햄버거나 먹으러 갈까?] - 가영
재현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가영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가영의 비밀을 이미 모든 아이들이 알고있다는 걸 말해야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지 못해서.
“응... 저기 가영아.. 할말이 있는데.“ - 재현
[응? 뭔데?] - 가영
전화기 너머에 들려오는 밝은 가영의 목소리가
이 이야기를 듣고 슬퍼지지는 않을까. 가영의 걱정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재현이였다.
“너가 여자인 거... 지금 모든 아이들이 다 알게됐어.“ - 재현
[...응?] - 가영
“미안하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였는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니 비밀.“ - 재현
[... 괜찮아~ 뭐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나게 되있고... 그러니깐...] - 가영
“...응..“ - 재현
[애들이... 많이 실망했겠지? 내가 여자라는 거 알고...] - 가영
“...“ - 재현
[나... 마지막으로 반 아이들한테 인사하고 싶어] - 가영
“뭐..?“ - 재현
[그동안 속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싶어... 안될까?] - 가영
“... 괜찮겠어?“ - 재현
[응. 나... 지금 당장 갈게.] - 가영
ㅡ뚝
어느새 끊켜버린 가영의 전화
재현은 끊긴 가영의 전화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갔다.
교실에 가니 이미 수업이 시작되고 있었고, 반 아이들의 시선이 재현에게로 향했다.
재현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도 재현을 한 번 흘겨보다가 이내 다시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렇게 한참 수업이 진행됐을때 즈음,
드르륵 --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재현도 역시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엇을 보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교복치마를 입은 한 여자아이가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으니까.
아이들은 다 저마다 예쁘다고 수근거렸고, 수업중이시던 선생님이 그 여자아이를 보더니 한마디 하셨다.
“넌... 뭐니? 어떻게 학교에 들어온거니?“
“...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마지막 인사 드리려고 왔어요.“
“마지막.. 인사?“
선생님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여자아이를 바라보았고
여자아이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는 터벅터벅 교탁 앞에 슨다.
모든 남자아이들의 시선이 그 여자아이에게 향해 있었고,
그 중 한명이 여자아이의 교복 명찰을 보더니 놀란듯이 말했다.
“정가영...?“
가영이란 이름에 또다시 수근거리는 아이들
재현은 가영의 여자 모습을 단번에 알아보았고, 예성은 처음보는 가영의 여자 모습에 놀랐는지
한참을 멍때리고 쳐다보았다.
민영도 갑작스럽게 여자모습으로 나타난 가영때문에 놀랐는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가영은... 수줍게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들아... 안녕. 나 너희가 아는 그 정가영 맞아. 성일남고 3학년 정가영.“ - 가영
“...정가영...“ - 유진
“너희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왔어.“ - 가영
가영의 말에 모든 아이들이 침묵-
가영은 처음에 조금 뜸들이다가... 이내 용기내서 말한다.
“미안해... 나 여자인데도 남자인 척 하고 너희를 속였어. 정말로 미안해.“ - 가영
“와 진짜 대박이다.“ - 한별
“나... 정말 즐거웠어. 짧은 시간이였지만 여기서 너희와 함께 생활하면서 알았어.
너희는 너무 좋은 애들이라는 거... 그래서 가끔은 너희를 속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밉고, 너희한테 미안하더라.
언젠가는 이런 일이 생길거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 막상 너희한테 여자라는 거 내 입으로 말하려니 좀 떨린다.
너희가 용서 못할거라는 거 알지만, 한번만... 용서해주면 안될까?“ - 가영
“용서는 무슨! 나랑 애들 속이니까 재밌었냐?“ - 한별
가영을 향해 막말을 내뱉는 한별
하지만... 한별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의 생각은 한별과는 달랐나보다.
모두 가영을 바라보며 괜찮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아이들의 태도에 당황했는지 한별은 애들에게 큰소리로 소리친다.
“야! 니네 화 안나? 정가영이 여자라고 우릴 속였는데?!“ - 한별
“오버떨지마라 최한별.“
“뭐? 니네 다 정가영 여자라는 거 알았을 때 같이 욕했으면서!! 진짜 이러기냐?“ - 한별
“... 최한별.“ - 예성
“...“ - 한별
예성이 한별을 째려보자, 한별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다시 제자리에 앉는다.
가영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해댔고,
의외로 가영에게 악심은 없는듯한 아이들이였다.
“정가영! 괜찮아! 그래도 재밌었다!“
“너도 참 좋은친구였어. 저번에 연애상담 해준거 고맙다!“
“다음에 니 친구들이나 소개시켜줘~ 봐줄테니깐.“
“가영아 너도 잘 지내라~! 가끔 놀러오고!“
가영은 그런 남자아이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영은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교실을 나갔다.
교실을 나가자마자 눈물을 쏟아내는 가영.
아마... 자신을 원망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자신을 용서해줘서...
너무 미안해서 눈물을 흘리는거겠지.
그때, 똑똑- 거리며 누군가가 교실 창문을 두드렸다.
가영은 조심스럽게 시선을 창문으로 돌렸고
남자아이들이 모두 창문쪽으로 붙어서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고 있는것이였다.
그러고는 한명씩 소리치며 말했다.
“잘가라!!!“
“너 무지 예뻐 정가영! 왜 난 널 여자라고 생각 못했었을까.“
“다음에 놀러와라!“
“잘지내 정가영~“
왈칵...
또 눈물이 나오려는 가영
가영은 애써 눈물을 닦고, 아이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 갑자기 교실을 빠져나와서는 가영을 껴안아버리는 재현
“우오오!!!“
“헐 우재현 뭐냐!!!“
갑작스러운 재현의 허그에 모든 아이들이 소리치며 열광하기 바빴고
이미 얼굴이 붉어질대로 붉어진 가영은,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갑자기 가영의 고개를 들어올려버리는 재현
재현과 가영의 얼굴이 서로 너무나도 가까웠다.
그리고... 아이들의 열광에 점점 뜨거워지는 분위기.
“뭐야 둘이 사귀냐!? 대박!!!“
“키스해! 키스해!“
재현은 조심스럽게 가영의 턱을 잡더니
그대로 가영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에 포개어버린다.
가영도 처음엔 당황하더니, 이내 재현의 목을 끌어당기며 키스를 즐긴다.
반 아이들은 모두 소리 지르며 난리치기 바쁘고, 다른 반 아이들까지 나와서 가영과 재현을 보며 열광을 한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아이들 앞에서 키스를 해버린 재현과 가영.
이날은 성일남고가 키스사건으로 떠들석한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