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10년 전 내가 어느 카페에 올린 꽃 영상을 보고
벨라라는 분과 댓글을 주고 받는데
느닷없이 금향이라는 70대 여성분이 나타나 아래와 같이 엄청 재밋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 벨라
Any Dream Will Do
블로그 처음할때 스크렙 많이 했었지요.
그때 저작권법에 걸려 법원가서 손가락 지문 10개를 다 찍으라기에 한바탕했습니다.
아주크게요...
.그래서 언제나 선생님의 음악을 들을때 참 감사함을 느낌니다
* 벽우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 한국음악은 안 올립니다. 시끄러울것 같아서...
*금향
두 달 전,** 경찰서로부터 출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말로만 듣던 저작권 법으로 고소장이 접수 되었다고 했다.
출두하라고 한 날짜에 맞춰 부평 경찰서로 갔다.
괜히 맘이 편치 않아서 가까운 거린데도 택시를 탔다.
경찰서로 가자니까 택시 기사가 흘낏 나를 룸밀러로 훑어 봤다.
할머니가 뭘 잘못했나 하는 눈치다.
날씨가 덥긴했지만 바짝 긴장이 되어선지 줄줄이 땀이 흘렀다.
택시에서 내려 경찰서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주눅이 들었다.
현관 안으로 들어서며 두리번 대다 보니 내가 가야할 과가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마다 취조를 받는 범법자들(?)이 보였다.
내 담당형사 이름인 ***명패가 보이길래 그 앞으로 쭈삣거리며
다가 가서 저작권 법으로 온 황 아무개인데요 하며 인사를 했다.
형사는 나를 보더니 본인이세요? 하고 물었다.
권하는 의자에 앉으며 그렇다고 했더니 "혹시 손자나 자제분이 한 건
아니세요?"하고 물었다.
"아니 제가 올렸는데요." 형사는 서류를 꺼내 뒤적이면서
"아니 연세가 올해 70이시네요!"
"네!"
"아유, 대단하시네요. 그 연세에 블로그도 하시고...'
(대단하긴, 할머니들도 블로그는 보통으로 하는 세상인데..)
어떤 걸로 고소를 당했나 했더니 바로 <황야의 무법자>였다!
제목이라도 좀 고상했으면 덜 챙피했겠다.
이를테면, <백조의 호수>라던가, 아님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이라던가 했으면 얼마나 좋아.
근데 할머니가 저작권법으로 고소당한 게 총잡이 영화인
<황야의 무법자>라니...쩝!
고소장을 보니까 지난해 2월달에 올린 거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블로그에 영화 연극 폴더가 있었는데
그 방엔 영화를 다운 받아 올린 게 아니라 영화나 연극 소개나
영화 리뷰를 주로 올려 놓는 폴더였다.
그런데 내가 어느 카페에 들어 갔다가 마침 <황야의 무법자>
를 보게 되었는데 그 황야의 무법자는 우리 남편과 스물 다섯살때
같이 본 영화였다.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영화로
<엔니오 모리코네>음악이 주제가였다.
그래서 옛날 생각도 나고 모리코네 음악도 좋고 해서 갖다가 내 폴더에
영화를 다운 받아 올린게 아니라 영화 포스터와 주제가만 올렸었는데
그게 딱 걸린거였다.
그나마 갖다 놓자마자 음원이 끊겨 한 번도 다시 듣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형사가 자꾸 웃는 거였다.
겁나고 쪼그라든 내게 웃으며 대해 주었으니 고맙긴 했지만 피의자를
앞에 놓고 웃으니 나도 따라 웃긴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를 고소한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합의를
보거나 그냥 법대로 처벌을 받거나 하라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후후 형사에게 묻다니...)
"그건 제가 뭐라 말씀 드릴 수 없고 댁에 가셔서 생각해 본 다음 결정하세요."
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합의를 보면 다시오실 필요가 없고 합의를 하지 않게 되면 내주
월요일 오전 10시까지 오라고 했다.
집으로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합의를 하라는 사람도 있고,
그냥 조서 꾸며 넘기라는 이도 있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 주변에서도 합의를 본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개가 30만원에 합의를
봤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형사가 알려준 변호사 전화 번호를 들여다 보고 생각해 보니
시장에서 물건 값 하나 제대로 흥정 못하는 바보 같은 내가 어떻게
변호사와 합의를 보나 겁부터 나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차라리 날 보고 웃어준 형사와 진술서를 작성하는 편이
휠씬 나을 것 같아 합의를 포기하고 월요일 정해준 시간에 다시 갔다.
이번엔 여유가 좀 생겨서 천천히 걸어서 (도보 30분 거리)** 경찰서
까지 갔다.
형사는 내게 "왜 합의를 하지 않으셨어요?"하고 물었다.
"겁이 나서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냥 형사님과 의논하려구요."
형사는 웃으면서 진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형사는 질문을 하고 나는 답변을 했다.
컴퓨터앞에 앉아 자판으로 질문과 답변을 치는데 어쩜 타자 속도가 그리
빠른지 속으로 감탄했다.
생년월일, 주소, 이름등을 확인한 다음, 자작권 법을 몰랐느냐, 황야의
무법자를 올린 이유가 뭐냐, (이 블로그엔 하루에 몇명이 들어 오느냐? 주로 어떤 내용들을 올리냐 등등을
물었는데 들어 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대답하려다가 이실직고를 했더니
그러길 잘했지, 이미 형사님께서도 내 블로그를 들어와 봤다고 했다.
나중에 작성한 진술서를 내게 보여주고 틀린 거나 추가할 게 있으면 얘기
하라고 해서 읽어보니 고칠 곳이 없어서 확인 란에 서명했다.
진술이 끝난 다음, 형사는 내게 내주 쯤 검찰청에서 연락이 갈 거라고 했다.
나 때문에 고생한 형사님께 두번 세번 절을 한 다음에 경찰서 문을 나왔다.
그런 다음 하루 하루를 기다리는데 어떤 판결이 나올지 걱정이 되었다.
아는 분들한테 내가 저작권법으로 고소를 당했다며 조심하라고 했더니
무슨 걸 올렸냐고 묻는데 <황야의 무법자>라고 했더니 모두들 웃는 거였다.
젊은이라면 몰라도 할머니가 웬 총잡이 서부 영화 그것도 옛날 고리짝 영화
였나싶어서 그렇게 웃는 건지 몰라도 열이면 열, 모두 하나같이 웃어대는
거였다.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없고(?)어쩜 그리 하나 같이 웃냐!)
그렇게 열흘이간 날, 드디어 전화가 왔다.
**검찰청, *층 **호실, ***검사실로 *일 오후 2시까지 출두하라는 거였다.
그날이 되자 아침부터 찾아 갈 일이걱정이었다.
그래서 작은 아들한테 전화를 했더니 거기 찾아 기시려면 좀 복잡하다면서
전철로동막역까지 오시면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훨씬 안심이 되어서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전철을 타고 갔다.
동막역이 종점이어서 마음 놓고 책을 읽으며 갔는데 문득 방송이 들리는데
<센트럴파크 역> 어쩌구 하는 낯선 역이 들리는 거였다.
깜짝놀라 일어서서 인천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까 역이 어느새 더 연장된 걸
몰랐다.
다시 전철에서 내려 7분이나 기다려서 다시 동막 방향으로 바꿔 탔다.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어서 아들과 만났다.
아들차에 올라 타고 건찰청으로 들어섰는데 현관에서 주민 등록증을 맡긴 다음
아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나만 *층 으로 올라 갔다.
두리번 거리며 긴 복도를 한참 걸어 가니 검사실이 나왔다.
심호흡을 한 다음 검사실로 들어가니 50대쯤 되어 보이는 검사가 어찌 왔냐고
해서 이러저러한 일로 왔다니까 옆 책상에 앉은 아가씨가 그리 오라고 했다.
아가씨가 내 이름을 물었다. 이름을 댔더니 내 서류를 찾아 내어 읽어 보더니
서류 석장을 내 줬다.
두 장은 주소와 이름, 주민 번호등을 적는 거였고 한 장은 서약서였다.
서류는 그 자리에서 쓰는게 아니라 가지고 나가서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에
가서 써 오라고 했다.
긴 긴 복도를 지나서 휴게실에 들어서니 어떤 아가씨 두 명이 있었다.
그 아가씨들도 저작권 법에 걸려 왔다고 했다.
별 게 다 반가웠다.ㅎㅎㅎ 매도 같이 맞음녀 덜하단 말이 맞다.
나는 서약서에 이름을 쓴 다음. 앞으로 본인은 저작권에 위배 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겠음을 서약함, 이라고 간단하게 써가지고 다시 검사실로 갔다.
아가씨는 내 서약서를 읽어 보더니 참 간단하게도 쓰셨네요. 공문을 많이
써 보셨나봐요. 했다. (ㅎㅎㅎ 공문이야 신물 나도록 써봤지.)
그런데 검사님 말씀이 이제 다 처리 된 게 아니고 판결이 나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언제 받냐고 했더니 그건 교육 센터에서 연락이 갈 거고 장소는 서울이라고 했다.
서울에서도 여러 곳이 있는데 그건 연락이 갈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교육은 4시간 짜리부터 8시간, 12시간까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난 다음 7월말에 법원에서 우편물이 왔는데 기소유예 판결이 났다.
이제 남은 건 교육을 받는 건데 또 연락을 기다려야한다.(기다릴 것도 많지)
죄질에 따라(^&^) 교육 시간이 결정되나 본데 난 몇 시간에 해당될지 궁금하다.
지난 번에 가족 피서를 가게 되었는데 그 기간중에 교육 받으러오라고 할까봐
조마조마했다.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으니 맘이 편하지가 않다.
벌금? 기소 유예 판결 판결 받은데다가 교육을 몇 시간 받는 거다.
70대 할머니가 벌금 내지 않고 몇 시간 교육 받는게 훨씬 낫다 싶긴하다.
하긴 경찰서 두 번 가고, 검찰에 불려가고 기소 유예 처분 받고, 교육받고....
사람에 따라 합의를 보는게 낫다는 사람도 있으니 어떤게 나은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12시간짜리가 걸리면 이 더위에 70대 할머니가 곤욕을 치룰 거다.
늙은 할머니 데려다 놓고 교육시킬 강사님도 안됐다!
어느분이 블러그에 올린글 올려 봤읍니다. 쉽게 해결하셨다니 다행이군요.
*벽우 :
금향님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쩌면 그토록 생동감있게 글을 쓰시는지요?
쭈욱 단숨에 읽어내리면서 여러번 감탄했습니다.
아마도 공직에 근무하셨던 걸로 추측이 되네요.
저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배경음악을 빼버리면 앙꼬없는 찐빵이 될까봐 그럴 수도 없고...
그냥 갈데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긴 댓글 감사합니다.
음악 저작권은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 실연자의 전송권은 (사)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음반제작자의 전송권은 (주)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신탁관리하고 있읍니다.
그런데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외국음악의 경우(황야의 무법자의 경우 등)에는 상기 3개 신탁관리사가
친고죄로 고소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외국으로부터도 신탁을 맡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설마 그럴리가...
국내음악은 당연히 고소할 수 있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