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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수, 나의 사장님
< 3화 >
#. 03 죽 먹고 가실래요?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끊임없이 떠오르는 왕따 사건으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하다. 사이렌 소리가 귀 앞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거 같고, 눈앞이 핑글핑글 어지럽다. 정신력 하나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연회장을 다 둘러보아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은 어수선한 연회장에서 못 버틸 것만 같아 그와 실장님을 찾는 걸 멈추고, 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윤 비서님?”
연회장 안에서 내쉬지 못한 숨을 헉헉대며 몰아쉬는데 고동색과 검은색 남성 구두를 신은 2명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잡으며 날 부른다. 몸을 반쯤 숙이고 있어서 누군지는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와 느낌만으로도 내가 그토록 찾은 실장님과 사장님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나는 긴장이 풀려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왜인지는 몰라도 성 준을 부르면서.
* * *
- 과거 시점 (1) -
(과거 시점의 아이들의 말은 영어입니다.)
따돌림의 첫 시발점은 ‘내가 들었는데~’ 이 말부터다. 자신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대놓고 욕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도 어디서 들은 것처럼 말하면 주도자가 원하는 대로 그 무리에 껴있던 아이 중 한 명이 또 다른 곳에 가서 들은 내용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점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될 때까지, 부풀려지고 커져서 주변 아이들마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믿을 만한 시기가 되면 그때부터는 주도자와 무리에 껴 있던 친구들은 겉으로 표현한다.
만약, 누군가가 ‘걔, 그런 애 아니야.’라고 하면 그 이야기를 말하고 다니는 애들은 표정이 굳어 버린 채 ‘아님, 말고.’라고 하지만, 결국, 따돌림당하는 아이를 도와준 그 친구조차 같은 처지가 되어버려서 도움은커녕 아예 피해버린다.
어떤 변명을 그 아이들한테 해보아도 소용이 없을 때가 되면 이 거지 같은 굴레는 그들이 재미없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 내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는 반 아이들이 바뀌지 않는다. 잦은 이동수업과 활동하는 동아리가 다 달라서 바꿀 필요가 없다고 들었지만 난 지금 실현 가능성 없는 새로운 반 배치를 간절하게 원하는 피해자이다.
“어머, 세라~ 내가 책 좀 빌려 갔어. 이해하지?”
그 시작은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는 계절이었다.
나와 말도 잘하던 아이들이 이상하게 자꾸 날 피하는 것으로 바탕이 되어서 점차 그 강도가 강해졌다. 예를 들어, 이렇게 책을 빌려 갔다고 해놓고선 걸레가 된 교과서를 다시 책상에 올려놓거나.
“세라는 남자밖에 모른대요~”
“어휴, 쟤는 나중에 침대에서 일하게 될걸?”
이런 언어적인 수치심까지. 아주 가지가지도 많이 당했다.
나는 보통 무리에 껴서 같이 돌아다니거나, 다른 사람을 욕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 얼굴을 보고선 직접 말하는 타입이라 저렇게 뭉쳐서 날 비웃는 것에 대해 어떠한 화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쓸데없는 말만 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정작 일대일로는 나랑 제대로 말도 못할 애들인데 상대하고 싶지 않다.
이 짓거리도 중학교 졸업만 하면 끝이니까 ‘무시하고 살자.’ 하는 마음이 오히려, 날 더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 만들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큰 가시가 날 찔러왔다.
“에이미,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아주머니께서 너 데리고 오면 좋아하는 떡볶이 만들어주신다고 하셨는데 올 거지?”
“어? 아.......응. 너 먼저 집에 가 있어. 나 청소 당번이라 하고 갈게.”
같이 미국에 살고 있는 아빠에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동안 미국 생활하면서 많이 외로웠고, 쓸쓸했다. 그런 내 속사정을 알아준 사람은 나에게 먼저 거리낌 없이 다가와 준 성 준과 에이미였다. 성 준은 소꿉친구처럼 많이 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남자애라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을 채워 준 사람이 에이미였다.
중학교 시절을 좋은 추억만으로 가득하게 해줄 것만 같았던 내 소중한 친구, 에이미.
하지만, 그 날 에이미는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았고, 믿었던 그 아이마저도 나를 떠났다.
* * *
“아........”
머리가 깨질 듯하고, 목 안에서는 물을 달라고 소리친다.
여긴 어디지?
깔끔하게 정리된 가구들이 낯설지 않은 방.
“.......객실?”
아까 전, 사장님이 옷을 갈아입으러 사람들과 들어가셨을 때, 얼핏 본 내부와 매우 흡사하다. 멍하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는 데 순간적으로, 내가 연회장에서 나와 숨을 쉬다 실장님의 목소리에 기절한 장면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종종 있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바쁘게 살다 보니 이젠 없어진 줄만 알았는데 또, 엿 같은 트라우마가 내 발목을 붙잡을 줄은 몰랐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오니 바로 눈에 띄는 식탁에선 아직 식지 않은 전복죽과 물, 그리고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일어나면 죽 먹고, 집으로 가.’
“쓸데없이 챙겨주는 척은.......”
정갈한 손글씨 속에선 쌀쌀함이 묻어 나오는 것 같지만 간단하게 차려져 있는 음식을 보면 약간의 포근한 느낌도 드는 것 같다. 찬물과 따뜻한 물을 오가는 것처럼 오묘한 느낌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가 직접 차려놓은 건 아닐지 해도 누군가의 정성이 담겨 있는 거니까 앉아서 숟가락을 들려 하다 난 문득 지금이 몇 시인지 궁금해져 벽에 달린 시계를 올려다봤다.
9시 30분.
아직 10시가 안 된 시간에 설마 퇴근하신 건 아니겠지 싶어 사장실에 들리러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달칵
“.......일어난 건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 놓은 순간, 누군가가 반대편에서 확 잡아당겼고 놀란 내가 중심을 못 잡고 같이 앞으로 이끌렸다. 멍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들어 오시려던 사장님과 나가려던 내가 무척 가까운 거리에 서 있다.
적잖이 당황한 둘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얼어 있는데 먼저, 땡하고 풀려나신 사장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네......”
바보 같은 대답과 함께 서둘러 한 발자국 물러난 나의 행동을 그가 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선 문을 닫고 들어온다.
“죽은 먹었나?”
“아직 이요.”
“물은 마셨나?”
“그것도 아직.......”
분명 만나려던 건 맞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만남이 이어지니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이건 아직 처음 만난 사장님이라 그래.’ 라고 속으로 외쳐보지만, 오히려 몸이 더 굳어온다.
왜 이러는 거야.
“원래 일어나고 나면 바로 물 마시잖아.”
“아, 그건 맞는데........네? 그걸 어떻게......”
긴장 하면 땀이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어깨가 뭉쳐와서 한 손으로 저릿저릿한 어깨를 꾹꾹 누르고 있는데 사장님이 나의 습관을 자연스럽게 말씀하신다.
무엇인가 이상한 기분에 그를 빤히 바라보는데 그런 내 옅은 의심이 섞인 궁금증을 짓뭉개는 것처럼 보통 사람들 그러지 않냐고 대답하신다.
“나도 일어나면 물부터 찾아서 말해본 거야.”
“그렇구나......그나저나 사장님은 언제 퇴근하세요?”
둘만 있으니 어색함이 맴도는 분위기가 불편해서 아무 말이나 막 했는데 식지 않은 죽을 다시 한번 데우려는 듯 그가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며 무심하게 답한다.
“책상에 쌓여 있는 서류 다 처리하고.”
하아........괜히 쓸데없는 질문 해서 그에게 동정만 느꼈다.
처음 해보는 거라 부담감도 크고, 힘들 텐데 탑처럼 쌓여 있는 서류들까지 모조리 해치우려면 족해도 새벽 3시에 끝난다. 아무리 내가 비서라는 직급으로 인해 사장님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지만 처음 만난 데면데면한 사이에 응원의 말을 할 수도 없고, 무엇인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손만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전자레인지가 소리를 내고선 멈추니 그가 죽을 다시 꺼낸다.
“앉아서 먹어. 연회장에서 뭐 먹었던 것도 없을 거 아니야.”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미안하다.
의자까지 손수 빼주시니 앉긴 앉았는데 차마 숟가락을 들 수가 없다.
벗어둔 재킷을 다시 집어 든 그가 나가려 하자 무슨 정신이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장님도 저녁 안 드셨을 텐데.......같이 드실래요?”
내가 지금 죽을 먹고 있는 건지 죽이 날 먹고 있는 건지 가늠이 안 된다. 괜한 오지랖 때문에 어색했던 공기가 더 악화되었다.
내 말에 사장님은 다시 재킷을 벗으셨고, 지금 내 앞에 앉아서 반으로 나뉜 죽을 맛있게 먹고 계신다.
그래, 불편해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내가 미친 거지, 미친 거야..........
“쓰러지기 전에 성 준이라는 이름을 불렀는데 난 아닐 테고, 혹시, 친구 중에 성 준이라는 애가 있는 건가?”
깔끔하게 죽을 싹 비운 그가 싱크대 그릇을 갖다 두고 컵에 물을 따르면서 성 준에 관해 물어온다.
아......내가 아까 성 준을 불렀었지.......
“........미국에 살았을 때, 잠깐 친하게 지냈던 남자애예요.”
‘내가 제일 아끼는 가장 소중한 친구예요.’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려 했지만 괜한 말 했다간 섣부른 오해가 생길까 봐 간단하게 답했다. 도저히 죽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릇을 들고 싱크대에다 버리고선 뒤도니 그가 물이 담긴 컵을 나에게 내민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뭐. 옷 챙겨서 나와, 데려다줄게.”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순간 사장님 얼굴에 물을 뿜을 뻔했다.
아니, 아 넓은 객실 안에 있는 것도 숨 막혀 죽을 것 같은데 사방이 밀폐된 차 안에서는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지만, 저 독단적이신 사장님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 들어.’ 이 한마디만 내뱉고선 나가버리셨다.
“이런, 이기주의......! 내가 괜찮다고, 내가!”
그렇게 간절하게 소리친 결과, 나는 지금 모든 걸 포기한 채 사장님의 차에 타서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다. 창문을 반쯤 열고, 이 답답한 공기를 환기하려 하지만, 차라리 내가 창문에다 목 찍혀 죽는 게 더 빠르고,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으......추워......”
낮에는 따스한 봄이지만 밤만 되면 뚝 떨어지는 온도 탓에 나는 다시 창문을 올렸다.
부드럽게 올라간 창문을 바라보다 운전을 하는 그의 모습이 비춰줘 빤히 바라보는데 신호가 걸린 그 순간, 그의 고개가 내 쪽을 향했다.
“뭘 그렇게 바라봐?”
“네? 아, 아니에요.”
설마 내가 본 걸 알았을까 싶어 조마조마하게 고개를 돌리는데 아직 날 보고 있었는지 그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맞물린다.
“......사장님은 몇 살이세요? 되게 어려 보이시는데.”
“서른. 그쪽보다 한 살 위야.”
만약에 나보다 어렸으면 저놈의 짧은 반말부터 고쳐보려 했지만 한 살 차이도 어쨌든 위인 건 위니까 어쩔 수 없다.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내가 회사 생활은 너보다 한 수 위야.’ 라는 걸 표현하고 싶지만, 딱히 찾아낼 흠이 없다. 얼굴도, 낙하산 같지 않은 능력도, 심지어, 한 살 차이 나는 나이조차도 그보다 뛰어난 게 없는 거 같아 자책감마저 든다.
“그럼, 호텔 오기 전까지는 경영 수업받으셨겠네요?”
“대학교에서 수업은 받았어도 졸업하고 나서는 직접 실천하느라 그럴 시간 없었어.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아버지 배경으로 물려받는 화려한 호텔 따위가 아니거든.”
젠장, 저 작은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마저도 완벽하다.
그와 사소하지만 작은 말들을 나누어 볼수록 살얼음판 같았던 전과는 달리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이제 차 안을 맴돈다.
“안녕히 가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화기애애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친해진 것 같다.
아직 그에게는 답이 정해진 온점보다는 물음표가 더 어울리지만, 오늘이 첫 만남이었으니 만족한다.
“역시 채찍보단 사육사의 애정이지.”
* * *
“안녕하세요.”
호텔 로비 데스크에 앉아계시는 프런트 직원들에게 지나가면서 인사를 한 뒤,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내가 지나온 로비가 갑자기 어수선해진다.
‘무슨 일이지?’ 싶어 시끄러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저 멀리서 주변 직원들한테 인사를 받으며 그 길쭉한 다리로 걸어오시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저 남자는 어제 분명 날 데려다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 새벽 늦게까지 서류와 씨름했을 텐데 어떻게 호텔 직원 중에서 제일 멀쩡하고, 심지어 완벽한 얼굴로 출근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안녕하세요, 윤 비서님.”
“네에......좋은 아침이네요.”
꽃 미소 날리며 하지도 않던 존댓말을 써주니 멀쩡했던 두 팔에 소름이 돋는다. 왜 하필, 오늘은 같이 타는 직원들조차 없는지 승강기 안에는 사장님과 나, 둘 뿐이다.
“일찍 출근하시네요.”
“원래 이 시간에 출근해요. 그리고 사람도 없는데 존댓말 안 쓰셔도 되는데......”
“원하시는 거 같아서요. 어제, 처음 볼 때부터 윤 비서님이 나이 물어보셨을 때까지요.”
누가 채찍보단 애정이랬냐.
뜨끔한 부분도 있지만, 청개구리같이 얄밉게 구는 저 남자한테는 다시 생각해보니 애정보단 채찍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냥 편하게 하세요. 저도 막상 당해보니 말 놓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래요, 그럼.”
여유롭게 미소 짓는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나도 따라서 내리는데 언제 오셨는지 실장님께서 로비에 계신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리고 윤 비서님.”
같이 내린 사장님과 나를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시더니 실장님께선 다시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인사를 하신다.
“그런데 무슨 일로?”
“보고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가시죠.”
“그러죠. 윤 비서님, 커피 두 잔만 가져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데스크로 가서 편한 구두로 바꿔 신은 뒤, 난 커피잔과 커피 통을 꺼내 갈아진 원두를 잔에 넣은 다음, 뜨거운 물과 잘 섞이도록 저은 후에 쟁반을 들고 사장실에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윤 비서님.”
“아니에요, 뭘.”
사소한 일에도 당연시하지 않으시고 한참 어린 나한테 늘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실장님 덕분에 오늘도 괜히 뿌듯해져 살짝 웃고선 나가려는데 실장님께서 커피를 한 입 드시고선 질문을 하셨다.
그것도 아주 사람 당황하게 하는.
“두 분께서 많이 친해지셨나 봐요?”
“네?”
“어제랑 다른 거 같아서요.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장님과 내가 무언갈 특별히 한 것도 아니고, 별로 달라진 건 없었지만, 연륜 가득한 실장님께선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까워진 틈을 눈치채신 것 같으시다.
괜스레 얼굴이 빨개지고 더워지는 것 같아 실장님에게 ‘사장님, 비서니까요.’ 라는 말 한마디만 어물쩍 하고선 사장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무슨 저런 말에 당황하냐.......주책이야, 아주.”
* * *
“귀엽지 않나요?”
“윤 비서님이요?”
세희가 서둘러 나가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두 남자가 하는 이야기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일 이야기가 아니었다.
“네. 어제부터 저 곰탱이가 하는 짓 보면 귀여워 죽을 거 같네요.”
“벗겨질 것 같지 않은 콩깍지네요.”
“그럼요, 제 첫사랑인데요.”
오로지, 화창한 아침 햇살과 잘 어울리는 세희와 관련된 이야기뿐이었다.
첫댓글 아...... 성준이는 알아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