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차 신년 영흥도답사를 다녀온 지도 오래지만 답사후기를 쓰는 건 더 오랜만입니다.
10월의 구룡령 답사부터 11월 제주도, 12월 송년 답사후기까지 걸렀으니 염치가 없습니다.
더욱이 카페에 잘 출석도 하지 않고 꼬리글 하나 달지 않고 내빼는 불량회원이었으니...
뭐가 그리 바뻐 이토록 싹수없이 지냈나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송년답사 때 개근상도 탔는데 ...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 첫 답사만은 꼭 참석해서 답사후기를 올리려 맘먹었더랬습니다.
헌데 하마터면 신년답사부터 펑크낼 뻔했습니다.
16일, 눈은 소담스레 내려 아침부터 엉덩이가 들썩이는데 병원에서 검사결과를 통보해주더군요.
가벼운 수술을 해야된다고... 맘이 퍽 울적해집디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너무 잦은 병원출입에, 그것도 가벼운 수술로 안 되면 막판에 큰 수술을 해야 된다니...
눈 덮힌 경복궁을 친구와 거닐었지만 찌그러진 기운은 살아나질 않았고 술이라도 한잔 우울히 마시고 싶지만
저녁에 참석해야할 자리가 부담스럽기만했습니다.
껄끄러운 행사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만 들이밀었다가 자리가 파하자마자 주당들과 콩나물 해장국집을 찾았습니다.
16일씩이나 날 심란케 한 증상의 정체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단 해보자는 수술권유는
술을 유혹해서라도 내몸에 퍼붓고 싶을 만큼 여간 껄쩍지근한 게 아니었습니다.
모처럼 만난 주당들과 신년인사 겸 울적 모드 해소란 핑계의 술자리는 내일 답사를 전혀 부담스러워 하질 않았습니다.
17일! 모닝콜이 울리기 전 긴가민가하는 정신에 답사가 어렴풋이 생각났습니다.
어제 술자리는 초반에서 기억이 잘린 채 침대에 누워있는 현재의 모습으로 바로 연결이 되더군요.
기억을 더듬을 새도 없이 모닝콜이 울렸어요, 어쩜 그 정신에 신기하게도 6시 반으로 모닝콜을 맞추었다니...
저 자신에게 감동???하며 일단 일어났습니다. 희한하게 술기운은 남았지만 움직일 만큼 깔끔합디다.
그렇지만 전날 답사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심란하기도 했지요.
그 정신에 화장도 했습니다, 사진발도 사진발이지만 추위 예방 차원에서...
옷을 찾으려 옷장을 열었다가 재차 감동했습니다.
올 겨울에 한번도 입지도 않고 꺼내놓지도 않았던 파카가 바로 눈 앞에 있지 뭡니까?
어젯밤 이리도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해놓고 자다니...
제가 확실히 주당의 길에 입문했나보다고 자찬을 하면서도 한 가지는 포기했습니다.
차 뒷자리에 모셔둔 운동화를 신고 가자면 주차장까지 가서 신발를 꺼내 신고,
뒷차가 언제 차 빼달라 할지 모르니 열쇠를 집에다 두고 가야 하므로 그것만은 냉정히 접고
부담스럽지만 부츠를 신고 가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현관에 나서니 하얀 운동화가 얌전히 절 맞이하고 있습디다.
제 스스로 저에게 "뻑" 가는 대목이라 기절할 뻔했습니다요.
여러분도 예의를 아는 분이라면 기립박수라도 쳐주셔야지 않을깝쇼?
모놀에 대한 저의 예의는 이 정도이니 몇 번 답사기를 빼먹었다더라도 용서 가능하쥬?
아참! 이 대목에서 너무도 다행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은사시님의 답사취소입니다.
다름아니라 답사 가기 며칠 전에 은사시님이 신년답사에 호박설기를 접대하고 싶은데 저더러 배달해줄 수 있느냐고요?
혹시 모르니 절대로 미리 말하지 말라는 부탁도 곁들이면서...
당근 오우케이를 외쳤는데 어김없이, 용케도 (^^) 은사시님의 답사는 산통이 깨져
전날 저의 술잔은 부담이 없었고 압구정동을 향한 제 발걸음도 가벼웠던 게지요.(은사시님 땡큐!!!)
덜깬 주님이란 닉네임으로 답사 참가한 지 1년 반만에 이름값을 여지없이 드러낸 신년답사의 전주곡은 이랬던 겁니다요^^
날씨가 흐릿한 탓과 물 때를 헷갈려 영흥대교 밑에 두 번 들른 걸 착각한 저를 두고
애맨소리 잘하는 대장께서는 제가 술이 덜깨서 오락가락한다고 했지만 일순간도 정신을 놓은 적이 없음을
이 연사!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제가 답사기를 자세하게 쓰지 않는 까닭도 단지 기억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놈만 확실히 패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교훈을 되살리고자 함이란 것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선재도로 향하는 모세 기적의 길은 둘째치고 가리마 탄 갯벌 사이로 흐르는, 어떤 이름도 붙여줄 수 없는 맑디맑은 그 생명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해 준 레오님께 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제 눈으로 직접 봤지만 그건 바닷물이 아니고 전인미답의 깊은 산속에서 속세를 저어하며 아무도 모르게 숨어 흐르는 청정수였습니다.
어쩜 물길도 그리 예쁘던지요.
짠 바닷물이란 게 아무래도 미심쩍어 찍어 먹어봤습니다, 물론 짰지만 전혀 서운하지도 찡그려지지도 않았습니다.
순간이었지만 짜고 단맛의 경계를 탓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발걸음이 떼어지지도 않고 그냥 머무르고만 싶어 지나치는 모놀 식구들을 불렀습니다.
맵시님에게 물이 달 것 같지 않느냐며 내 식대로 찬미했더니만 아! 글쎄 맵씨님은 두 손 모아 한 움큼 물을 떠서 맛을 보더니 저한테 눈을 흘겼습니다.
참고로 말씀을 드리자면 맵씨님 본인은 온갖 은유와 풍유, 반어법 등을 주저없이 쓰면서
남의 말은 직설법으로만 해석하는 이중성(?)이 있음을 여러분께서 꼭 염두에 두셔야만 후환이 없을 것이옵니다 ^^
누에섬을 잔잔하게 트래킹한 일,
굴이 즐비하게 널린 바닷가에서 해장용으로 짭조름한 굴을 따먹던 맛,
참전비 앞에서 체육과 출신의 무서운 기량을 훔쳐본 재미,
궁평항의 일몰을 배반한 채 석화, 해삼, 개불, 가리비를 곁들인 깔끔한 해물접시에 눈독들이며 젓가락을 바삐 서두른 짓 등
잡히는 것이 많은 아름다운 답사길이었지만
내게 신년답사의 백미는 찰떡처럼 차진 갯벌에 살포시 제 몸을 드러낸 처녀수에 내 맘을 송두리째 바친 일입니다.
동해나 남해의 물빛을 보면서 감탄하는 내 눈과 입은 서해 물빛에는 벙어리였고
서해는 낙조와 심심찮게 떠있는 자그마한 섬에낭만어린 점수를 주곤 했는데...
뭔진 모르지만 물 자체를 본, 물을 느낀 새해 선물로 답사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근데 제 별명이 덜깬 주잖아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덜깼을 때 제가 훨씬 맑아지는 것 같애요.^^
술을 사랑하는 덜깬 주의 군색한 변명은 여기까지고요, 제가 이글을 쓰고 있는 곳은 병원이랍니다.
위에서 밝힌 대로 간이 수술을 했는데도 효과가 없어 21일 입원했어요.
그런 까닭에 신년음악회를 함께하지 못했고 애꿎은 동백언니가 수고를 해주셨지요.
내일(아니 오늘이네^^)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오늘 수술을 할 수도, 며칠 뒤에 할 수도 있는데
오늘 수술을 하게 되면 일도 아닌 가벼운 수술인 거고, 미뤄지면 좋지않은 결과거든요.
그런데 수술 앞둔 제 맘이 이리 편안할 걸 보면 아마도 괜찮을 것 같지요?
여러~분 잘 주무시고요, 제가 2월 답사도 참석할 수 있도록 기억해주세요^^
예비 빈궁마마 덜깬주
첫댓글 아이고...새해 벽두부터 병원에 들락날락 하고 그러시깁니까? ^^ 건강하세요~~ 조직검사 결과 잘 나올겁니다. 지방간!! 뭐 이정도쯤이야~~ 씩씩하게 훌훌털고 퇴원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뭔 예비 빈궁마마 십니까? 중전마마시지요~~~~ 푸하하하하하~~~
땡아! 연휴 끝에 지각하지 말고 일찍 자거래이~~ 난 오후 수술이라서 배곯고 있을라면 힘등께로 아직 안 잔다만서두 땡님은 주무시게나^^
덜깬주님~!!다 자~알~될 겁니다. 항상 밝은 그대모습 영원할 수 있을겁니다. 기도할께요~~화이팅~!! 대전 친정에서 잠시 들왔더니만....
늘 웃음과 씩씩함을 잃지않는 비법은 뭐다요? 모쪼록 바라고 싶은건 수술이 미뤄지지 않았으면 하고요~ 앞으로 50년은 지나온 날처럼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거요. ^^
신년 멧세지에 감동먹고도 답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병원에서 계실줄이야! 밝은 모습은 계속 이어가시고 아픔은 그까잇것 하세요^^* 좋은 결과 있으실껍니다. 일일이 인사챙기시는 마마님 감사해요!!
오늘 수술 하는게 더 좋다니 오늘 수술하고 마이소~~이 와중에 모놀에 대한 예의를 갖추시는 덜깬주님에게 저도 '뻑'갑니다..부디 간단한 수술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간단한 수술이길 간절히 빕니다.
제가 찍은 사진 가져다가 첨부했으면 더 좋았을것을...갯뻘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를 보며 어린아이 마냥 신기해 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연초부터 병원에 계시다니 마음이 아픕니다...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복잡한 생각이 많았을 시간인데도 모놀인들을 위해 애써주신 덜깬주님 좋은 결과 있을거라 믿습니다. 힘을 실어 보냅니다. 화이팅!
쿨~~~하고 멋~~~~진 여인답게 병도 쿨~~~하게 떨쳐 버리시오!! 아주 작은 수술로 마무리되게 기원합니다. 모놀에 대한 예의로 감동 먹었쪄~~ ㅎㅎ 홧팅!!!!!!!!!!!!!
헉~~! 주~~~~~~~~~우~~~~~!!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제가 먼저 빈궁이 된것 같은데요,,,편한 마음으로 잘 될꺼라 믿습니다,,,올해 답사땐 꼭 한번은 참석할께요,,,
부디 간단한 수술하시고... 얼른 쾌차하셨으면 합니다.
덜깬주~~~님!! 새해에는 더 좋은 일들이 기다리기를 기대합니다~~~~큰병치레대신 잔병으로 마무리할려나 봅니다~~ㅎㅎ
크든 작든, 아프고 나면 세상 보는 눈이 한결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픈 만큼 (영적으로) 성숙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해요. 고비는 껑충 뛰어넘기 위해 있는 것. 덜깬주님은 잘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쾌차를 빕니다.
빠른 쾌차 빌겠습니다. 2009년은 아무쪼록 모든 일이 다 잘되실꺼에요^^
모두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 지금에~!!!! 건강하게만 느껴지던 덜깬 주님의 수술소식에 우울해 지네요.... 활발한 성격만큼이나 빠른 쾌차 바라겠습니다.... 잘 이겨내리라 믿으며 건강한 2009년이 되기를 더 간절히 바래봅니다... ^^
덜깬주님, 껄쩍지근한 마음 훌훌 던져 버리시고 찌그러진 마음도 탱글탱글해지길 빌께요. 저도 이번 검사결과가 안 좋아서 확대검사를 했는데 괜찮다고 해도 껄적지근 하더군요.
무조건 홧팅!!!
버릴껀 무조건 버려야 되고...챙길건 열심히 챙겨야 되고.... 그 중에 건강은 더 열심히 챙겨야 되고...
나쁜것 떼내시고 이젠 아프지 마셔요.....빨랑 쾌차하여 답사에서 뵈어요.
이런 일이 있었군요...지금쯤 수술 잘 끝내고 회복중이시려나......벌떡 일어나 활발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난 선재도, 누에섬도 그 긴 길을 걸어가다 도중하차 했는데..덜깬주님의 글을 보며 안간걸 후회 하게 되였네요...병원에서 이 긴후기 쓰느라고 눈치는 안 봤는지...ㅎㅎ부디 큰 수술 안하게 되길 힘껏 기도 할께요~덜깬주님,사랑해요~힘내요!!!!
언냐, 신년 액땜 하시는 껀수치고는 너무 크구만요, 지금쯤 회복실로 오셨을 텐데....많이 아프지유? 호오~~~~~~~호오~~~ 빨리 나으셔요^^ 나의 취소가 언냐의 한 짐을 덜어주었다니 그나마 기뻐요 ㅠㅠㅠ
역시 덜깬주야! 뭐에덜깼던지...술이던 마취던 대단하네...걱정안해도 되는거지!
정말 많이 심란하셨을것 같은데도 마음은 항상 밝고 긍정적이신 분 같습니다. 처음 이 글을 읽을때는 남자분이진가 했는데 읽다보니 여자분이시네요. ㅋㅋㅋㅋ 덜깬 주님의 긍정적인 사고때문에 지금쯤은 좋은 결과가 나왔으리라 믿으며 앞으로 더욱 더 건강 챙기시고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요란한 수술을 했네요^^ 조선 8도 소문 안 난 데가 없게시리 ㅎㅎ 이젠 저도 드디어 회복에 속도가 붙었나봐요 어제와 오늘 이 확실히 다른 걸 보니... 모놀식구들의 한결같은 기도에 힘입고 있음을 늘 감사드립니다 더없이 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