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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성수여고 김홍주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학의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만든 수학일기 노트를 살펴보고 있다. 이진우 |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식부터 복잡한 수학을 1순위로 꼽을 것이다. 그러나 성수여고 김홍주(56) 교사는 자신만의 독특한(?) 공부법으로 학생들에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학을 재미있는 과목으로 변화시킨다.
그의 공부비법은 학생들에게 수학일기를 쓰게 하는 것이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수학에 관한 글을 써보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려는 의도다.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면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복습과 예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단순히 문제 풀이가 아니라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는 글쓰기부터 교과서에서 제시된 용어나 기호가 아닌 자신이 나름대로 파악한 수준의 말과 글로 수학에 대해 풀어쓰도록 하고 있다.
수학을 감성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학생들이 수학적 개념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수학일기를 쓰게 하는 공부법은 김 교사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기적처럼 깨어났지만 시신경을 크게 다쳐 가까이 있는 사물도 좁게 보이는 시각장애 5등급 판정을 받았다.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지만 불편한 눈은 공부에 항상 걸림돌이었다.
김 교사는 “머리를 크게 다치고 눈이 안 보이게 된 후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 지 고민했다”며 “예전부터 일기를 쓰던 습관을 살려 수학일기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독특한 학습법으로 임용시험 준비에 큰 효과를 봤고 지난 1983년 강릉명륜고에 임용된 첫 해부터 30년간 아이들에게 수학일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고 복습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다양한 형태의 일기로 발전했다.
그가 제시한 기본적인 틀은 날짜와 그날의 수업 내용, 복습 문제 5~10문제 풀기다.
학생들은 수학일기를 기계처럼 또는 과제처럼 작성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 문제풀이에 어려운 점, 하루의 일과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수학일기를 보면서 학생들의 학습 정도와 수준, 이해도를 알 수 있다”며 “하루 일과에 대해 세세히 적는 아이들도 늘어나면서 생활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학일기를 쓴 학생들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며 성적향상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꾸준한 수학일기를 쓴 학생은 학창시절동안 1만개 이상의 수학문제를 풀 수 있어 자연스럽게 수학공부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김 교사가 수학을 가르쳤던 3학년 학생들의 경우 특성화고교 학생들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수능 수학영역에서 1~2등급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또 대입에서 수시가 중요해지자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면서 학창시절 3년간 수학일기를 쓴 내용이 이색 경험의 단골메뉴로도 소개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수학일기 쓰기를 숙제처럼 싫어했던 학생들도 나중에는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며 “수학일기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위한 공부법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를 잇는 하나의 끈과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교직 은퇴후 제 3세계 아이들에게 교육기부를 하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인도 청소년을 위한 교육사업에 나서 남인도 첸나이에 신학학교를 세우는데 공동으로 참여해 방학 때마다 교육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교직생활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인도로 떠나 제3세계 아이들에게 수학일기를 전파하며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훈 lshoo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