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는 연결되지 않은 외롭고도 아름다운 섬으로 떠났다. 바다엔 바람을 닮은 물결만이 까만 돌에 엉겨 붙어 있는 초록 잎사귀를 흔들고 있었고 바닷물은 깊어서 진한 쪽빛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처음 타 본 비행기에 대한 긴장감은 파도와 함께 휩쓸려 사라졌다. 원래 바람 부는 걸 좋아하는 나여서 그럴까? 아름답다는 관광지도 풍요롭다는 인심도 서서히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아직까지도 제주도의 신선한 바람은 내 머리 속에서 늘 돌고 돌아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내게 있어 제주도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써의 수학여행지가 아니라 처음이란 이름으로 출발해서 아름다움으로 두 번째란 말을 붙여 준 곳이다. 처음 타 본 비행기, 처음 온 제주도, 처음 몸을 맡긴 배, 처음 가 본 우도, 처음 본 관광지 등 처음이란 이름이 붙은 것들이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사람들의 인심으로, 웃음과 미소로 하나 둘 채워진 아름다운 것들이다. 그러나 내가 그 곳에서 배워 온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내 자신의 본질이다. 조금씩 세상에 물들어 간다고 나를 확정지었던 나이지만 유채꽃밭에서 파스텔 빛 연노랑으로, 바다
위에선 쪽빛으로 가득 채워지는 내 가슴과 고동소리에 나에겐 아직도 순수라는 이름과 지킬 수 잇는 동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없이 느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킬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난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가? 난 이제 누군가 가장 소중하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나 자신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단순히 아름다움만 느끼고 온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이번 제주도여행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여행이었던 셈이다.
4/14
우리나라 사람 중 제주도의 똥돼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제주도는 얼마나 식량이 소중하고 소박했으면 거친 성격을 가진 흑돼지에게 자기 엉덩이를 내밀며 대변을 먹이는 것일까? 지독한 냄새와 파리 때가 이글대는 우리 겸 화장실 안의 돼지를 보고 있자니 신기하다는 것보다는 단순히 더럽고 비위에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끓었다. 마치 돼지의 눈빛이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는 건 내 과장된 상상력일까? 아마도 이건 그 일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내 편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편견은 음식점 안에서 모두 무너졌다. 점심메뉴가 돼지고기였는데 매우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 편견과는 달리 그들은 가장 맛있는 고기를 얻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을 쓴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편견으로 확정지은 결과가 오차가 가장 심한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있는 곳, 이는 한라산의 산봉우리의 형태를 본 따서 만든 말이다. 관광버스 아저씨가 말해 준 그 한마디를 믿고 난 그 날 내내 한라산의 봉우리만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뚜렷한 얼굴의 윤곽선과 머리카락. 마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다 굳어버린 거대한 거인같은 한라산의 봉우리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이고 중요한 역할이었던 건 틀림없는 사일일 것 같다. 제주도의 꿈이요, 수호신이요, 자연환경인 한라산이 지금은 중요한 관광지이자 연구지이니 그들에겐 분명 삶의 터전의 일부쯤 될 것이다. 내게 있어 내 고장의 수호신은 무엇일까? 난 쉽게 대답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내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오늘부터라도 내 주변을 하나 둘 둘러보며 지켜보는 것, 이는 아마 내게 나만의 수호신을 만들어 줄런지도 모르겠다.
4/15
물결소리마저 고요했던 제주도의 밤은 조용했다. 제주도에서 2박 3일의 짧은 여정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난 지친 몸을 이끌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난 쉽사리 잠들
수가 없었다. 대낮도 아닌데 시끄러운 사람들의 말소리며 아이들이 장난치는 폭죽놀이며, 제주도와는 달리 너무 시끄러워 눈 뜰 수도 감을 수도 없는 혼란 그 자체였다. 그 때 제주도의 바닷바람이 회오리로 변해 내 머리 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하지만 제주도의 바람이 없는 그 때 난 단순히 그 바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했다. 심지어 지금도 난 비가 오는 날이면 비냄새 속에서 제주도의 바람을 찾으려 애쓴다. 조금이나마 정화된 도시에 제주도의 바람이 깃들기를 바라며... 난 다른 이들에게 제주도의 바람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찌 보면 병적이겠지만 그만한 매력이 있기에 나도 모르게 제주도의 바람에 빠져드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오늘도 난 제2의 제주도 바람을 꿈꾼다. 그리고 짧았던 2박 3일의 여정을 이젠 손에서 놓으려 한다.
자신안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순수의 감정과 동심을 발견한 뜻 깊은 수학 여행이 되었네요? 간직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감성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애쓰는 인형의 꿈님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서도 많이 좌우 될겁니다. 계속 쭉 ~~ 간직하세요. 인형의 꿈님 반갑습니다.
첫댓글 눈이 좀 많이 아프네요..;;; 한글에서 바로 갖다 붙였더니....;;;;;;
인형의 꿈 님,제주도의 바람을 꿈 꾸시나요~ 어디를 가나 쪽빛으로 다가왔던 그 곳 제주도의 바다가 늘 꿈 꾸어지곤 한답니다...수학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자신안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순수의 감정과 동심을 발견한 뜻 깊은 수학 여행이 되었네요? 간직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감성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애쓰는 인형의 꿈님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서도 많이 좌우 될겁니다. 계속 쭉 ~~ 간직하세요. 인형의 꿈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