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石坡蘭

[약수거사]

JP의 石坡蘭

2015. 2. 25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운정(雲庭) 김종필입니다. 그는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대통령을 만든 주역으로 김종필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도 없을 것입니다. JP와 64년을 해로한 박영옥 여사의 5일장이 TV로 생중계되다시피 하였고, 그 속에 비쳐진 전 현직 정치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소판을 본는 것 같습니다.

  고 박영옥 여사의 부친은 널리 알려진 대로 박정희대통령의 형이자 좌익계열의 독립운동가인 박상희입니다. 박상희는 조선 역사상 최초의 좌우합작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에서 활동을 하였고, 1930년대 조선과 동아일보 기자와 해방 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는 1946년 10월 대구항쟁에서 민중들에 의하여 죽을 뻔 한 경찰들을 보호하였고, 경찰과 시민들을 중재하다가 경찰의 총에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당시 박상희의 장녀인 고 박영옥 여사는 빨갱이로 몰려 죽은 아버지로 인하여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집을 떠나 구미의 방앗간 집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은아버지 박정희의 소개로 김종필과 만나 64년을 해로하였습니다.

   이제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김종필은 몸의 오른 쪽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휠체어에 앉아서, 부인 곁으로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편에 아련한 마음이 듭니다.   

   4.19 민주 혁명을 5.16 군사쿠데타로 뒤엎고 장기독재를 시작한 김종필의 역사적 평가는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시대인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조국이 일본으로 알고 태어나 6.25라는 전쟁을 겪고, 폐허가 된 조국에서 월남 전쟁터, 독일 탄광, 중동의 사막에서 오늘 날 대한민국을 일으킨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 부모님 모시고 동생들 공부시켜 시집장가 보내고, 자식들 힘껏 가르치고 길러낸 지금 노인세대가 단순히 박근혜와 여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수구꼴통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참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우리 부모와 할아버지 세대는 모든 것을 다 떠나 최소한 사회의 예우만은 제대로 대접받아야 할 것입니다.

   김종필 역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입니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지만, 필자는 그에게서 여유와 풍류, 젊은 시절 도전을 봅니다.

   한일국교 당시 반대 여론이 들끓자 서울대에 직접 찾아가 대학생들과 토론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종필, 박정희 정권의 2인자로서 김형욱과 이후락의 끊임없는 사찰과 견제를 받았던 김종필이었습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하여 부정축재자로 몰려 청구동 자택에 연금된 채, 그 좋아하던 커피가 떨어질 정도의 경제적 고통도 당했던 김종필입니다. 

   그런 그가 1987년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여 문민정부 김영삼 정권 탄생과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인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켰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버림을 받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종필의 정치에 여유와 유머, 풍자와 풍류가 넘쳐났습니다. 오늘날 상대를 향하여 막말과 독설을 뿜어내는 삭막한 정치가 아닌, 김종필의 정치는 유머와 재치가 있는 풍류를 아는 정치였습니다. 필자는 이런 김종필의 여유로운 정치를 현역 정치인들도 좀 배웠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런 김종필의 여유가 외아들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며, 이번 부인상에 그 많은 정치인과 지인들이 문상을 오게 만든 이유일 지도 모릅니다.

   이제 몸 오른쪽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그 좋아하던 골프도 치지 못하고 64년을 함께 한 부인을 떠나보내는 JP의 눈물을 보면서 인간적인 아련함을 느낍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이 그토록 믿었고 절대 배신당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던 자신의 친구 노태우에게 배신(?)을 당했던 전두환이, 어느 날 갑자기 병들어 누워있는 한 동네에 사는 노태우의 병문안을 간 것과 같은 인간적 아련함인지도 모릅니다.

   “막상 닥쳤을 때는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는데, 다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니더라.”라는 필자 모친의 말씀이 오늘 날 JP를 보면서 세삼 실감을 합니다.

   이제 휠체어에 앉아 부인 곁으로 가는 날을 기다리는 한국 현대사의 주역이자 살아있는 역사인 김종필, 필자는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석파란(石坡蘭)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을 함께하길 바랍니다. 김종필이 그토록 아끼고 좋아하던 흥선대원군의 석파란(石坡蘭)이 1980년 신군부에 의하여 강탈당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고 합니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에 의하여 납치되어 수 년 간 중국에서 억류되었다 귀국한 흥선대원군이 인생의 마지막을 공덕리 별장에서 마무리한 쓸쓸함이, 부인을 떠나 보내는 석파란(石坡蘭)을 사랑한 雲庭 김종필에게서 느껴집니다.

약수거사  

(若水居士의 世上談論 http://blog.daum.net/geosa3661)

[인쭈맘]

김종필씨가 권위적인 딴 정치인들과 달리 풍류를 알고 예술을 사랑해서 인간적으로 호감가는건 사실입니다김종필씨모습을 보니 인생무상이 느껴지대요! 근데 그분이 중앙정보부 만들고 부정축재한건 엄연한 사실이죠! 말년에 김대중 대통령를 도와서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하게된건 고맙고요...

[시선너머]

정치적으로보면 ... 비열하고 술수에 능한 정치인으로 보고...
인간적으로보면.... 능력이 탁월하고 처세에능한 인물...
국가적으로보면.... 태어나지 말아야할 인물...

[여름바다]

지금 배신한 이경재가 쓴 김형욱의 회고록을 보면 김종필이는 그야말로 권모술수의 대가
부정축재를 얼마나 했던지 또 중앙정보부 만들고 아주 나쁜짓이란건 다하고 또 실제로
박정희도 이번 박근혜부정선거보다 더 심하게 해서 사실 김대중이 이긴거나 마찬가지 뒤집은게지
김형욱회고록으로 본 김종필은 김대중을 대통령만든 김종필이란 인간이
시대를 읽는데 얼마나 탁월한지 알게한다
솔직히 김종필이 만든게 아니라 독재자들 기득권층이 만든 IMF의 재앙으로
조금이라도 눈을 뜬 시민들이 만든걸 눈치채고 김종필이 숟가락얹었다고생각한다
죽기전에 나라를 위해 "애도 난 년이 무슨 정치!" 이 말의 배경을 설명하길바란다

[미스 불여시]

이 글만 보면 엄청 좋은 할배처럼 착각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