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라이카 SL2와 R7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을 펜탁스로 하여 다른 일제에 대해서는 기웃거리지 않았지만 라이카에 대한 열망은 오랜 시간 제 당면목표였는데 처음부터 SLR방식에 익숙해져 M보다는 R이었습니다.
다른 사진인들은 기계식인 R6, R6.2를 더 선호한다고 들었지만 저는 조리개 우선과 프로그램 노출이 되는 R7을 더 낫다고 판단해서 처음 구입한 것이 R7이었고, 뒤에 오래 된 기계식 기기인 SL2를 들여왔습니다. 이 두 사진기와 15/3.5 슈퍼엘마에서부터 280/4.0 아포텔렛까지 열 개나 되는 라이카 렌즈를 갖추고 한참 폼을 잡았습니다. 그뒤에 R8, R9가 나왔지만 눈길 한 번 안 주다가 4년 전인가 갑자기 가격이 착해진 R8에 이끌려 90만원대의 R8을 구입하면서 그보다 두 배도 더 비싼 R9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에 갑자기 R9에 빠져 제 R8과 R7을 처분하고 빚을 얻어 R9를 장만했습니다. 라이카 R 시리즈의 정점이라는 R9는 정말 멋진 사진기였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면, R9애 대한 질문에, R9를 사려면 니콘 F6나 캐논 EOS 1V를 사라는 충고들을 보곤 했는데 그것은 R9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얘기였습니다. 정말 R9를 손에 잡아 본 사람이라면 어찌 감히 F6, 1V와 비고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R9를 살 돈이면 M시리즈도 좋은 것을 살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역시 R9를 만져보지 않은 사람들 얘기라고 봅니다.
'인체공학적 설계'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그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다 그냥 하는 얘기정도로 알고 있지만 R9를 손에 잡아보면 그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고, 만져보면 더욱 정이 가는 사진기가 제게는 R9였습니다.
제가 가졌던 R9는 올 블랙이었는데 엊그제 SLR 장터에 와인더 포함해서 150만원에 내어 놓아 바로 그날 예약이 되어 팔렸습니다. 세 분이 바로 연락을 주셨는데 렌즈 두 개와 함께 사시겠다는 분에게 넘겼습니다. 예약하신 분이 부산에서 KTX표를 못 구해 비행기로 아침에 온다는 메시지를 받고는 한참 서운했습니다. 막상 팔려고 내어 놓았지만 제 손에서 그 사진기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면서 인터넷으로 여러 점포를 검색하여 아주 비싼 곳은 제외하고 제가 내어 놓은 가격보다 조금 높은 곳을 하나 찾아 전화로 예약을 했습니다. 제것은 불랙이었는데 거기는 R9 (Anthracite)라고 하는 상판이 그레이색으로 투톤인 셈이었습니다. 제 사진기를 바로 가져갔고, 저도 바로 나가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블랙을 원했는데 다들 투톤이 더 고급스럽다고 해서 그냥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다시 구입한 R9를 가지고 어제 나가서 필름 열일곱 컷을 찍었습니다. 그 셔터소리하며 밝은 파인더, 손에 딱 잡히는 그립감,,,,, 역시 제게 딱 맞는 사진기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닮은 것 같은 이 묵직한 사진기, 이제 다시는 떠나보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또 있을지 모르지만 이 친구만은 제 무덤까지 같이 가고 싶습니다.
마루
첫댓글 leica 는 기본적으로 silverchrome, black(paint 혹은 chrome) 을 만들어내나 간혹 기념판모델의 경우에는 hammertone, anthracite 등의 회색계열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M/R 바디에 동일하게 적용되나, R9 Anthracite 가 정확히 기념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전 샵에서 만져봤던 기억으로는 매끈하게 잘생긴 놈이었던 듯 합니다. 좋은 바디 영입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나중에 DMR 도 들이셔서 사용해보시면 좋으실듯 합니다.^^
고맙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지만 또 마음이 변하겠지....
구입한 사람 바로 장터에 계속 내놓네요^^ 왜 사는지 이유를 알아야되는데 장비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