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李賀)-감풍오수중 기삼(感諷五首中 其三)(느껴 풍자한 다섯 수 중 셋째)
南山何其悲(남산하기비) 남산은 어찌 이다지도 쓸쓸한가
鬼雨灑空草(귀우쇄공초) 귀신이 흐느끼듯 빈 풀밭에 비는 뿌리고
長安夜半秋(장안야반추) 장안의 깊은 가을 밤
風前幾人老(풍전기인로) 바람에 몇 사람이 늙어 가는가
低迷黃昏逕(저미황혼경) 안개 서린 황혼길
裊裊靑櫟道(요요청력도) 흔들리는 참나무 길 들어서니
月午樹無影(월오수무영) 달은 중천에 떠 나무 그림자도 없고
一山唯白曉(일산유백효) 산은 희미한 새벽 같은데
漆炬迎新人(칠거영신인) 검은 횃불 들어 새 사람 맞느라
幽壙螢擾擾(유광형요요) 무덤 속은 도깨비불만 어지럽구나
*이하(李賀, 790~816, 당나라 중기의 시인, 자는 長吉)는 당고조 이연의 숙부인 정효왕 이량(李亮)의 후예로 평소 병약하여 27세로 요절할 때까지 240여수의 시를 남겼고, 그의 시는 대부분 뼈아픈 좌절과 깊은 절망에 따른 비애 의식과 세상에 대한 강한 반감에 따른 염세의식에 젖어 살았으며, 중국시가사에서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시인으로 회재불우(회재불우(懷才不遇,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인재가 때를 잘못 만나 세상에서 쓰이지 못하고 불우한 처지에 있는 것)에 따른 좌절감과 절망감,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 등의 짙은 비애 의식을 기본 정서로 하면서 풍부한 상상력, 기발한 구상, 아름다운 시어, 다양한 신화, 전설, 강렬한 색채 감각, 귀기 어린 시어, 감각적인 표현, 음악적, 청각적, 시각적인 요소의 융합, 단련된 시구 들을 요소로 하고 있으며, 천부적인 재능으로 7세부터 시와 문장을 잘 지었고, 그전까지 누구나 꺼려했던 귀신과 유령 등을 시의 제재로 삼아 귀신 세계를 노래한 신괴시(神怪詩)를 지어 중국시가 사상 처음으로 귀재라 불렸습니다.
*이하 시인은 가족과 자식이 없었고, 옷과 음식을 대 주어야 살림을 꾸렸을 정도였고, 그이 시는 대개 초나라 굴원의 이소(離騷)를 계승한 것으로 내용은 비록 이소에 미치지 못하나 수식은 간혹 이소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하 시인의 시는 과거의 잘못된 관습 때문에 당시의 과거시험인 진사과를 볼 수 없는 시인의 불우함과 경제적인 곤궁으로 점철되었던 현실세계와 달리, 저승에서는 화려하게 현실적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염원이 담긴 측면이 있고, 3언에서 9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하여 자유롭고도 폭넓은 사고와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창신의 정신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위 시는 중문학박사님이신 송행근님의 “이하시선집”과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 본 것입니다.
*南山(남산) : 장안의 남산인 종남산
鬼雨(귀우) : 죽은 이의 영혼이 훌쩍거리고 있는 듯, 처정거리는 비
灑(쇄) : 뿌릴 쇄, 나눌 시, 끊어지지 않는 모양 리(이) 1.(뿌릴 쇄) 2.(물을)뿌리다 3. 깨끗하다, 소제하다(掃除--)
空草(공초) : 인기척 없는 이운 풀숲
低迷(저미) : 희미하여 분명치 않은 일
裊裊(요요) : 바람에 나뭇잎 따위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양, 길이 꼬불꼬불한 모양
櫟(력) : 참나무, 靑櫟道는 푸른 참나무길, 곧 묘역墓域에 들어섰음을 뜻한 것
月午(월오) : 달이 하늘 가운데 있는 시각, 한밤중
漆炬(칠거) : 깜깜한 횃불, 까막횃불
炬(거) : 횃불 거 1.횃불, 홰 2.등불 3.불사르다(불에 태워 없애다), 불태우다
幽壙(유광) : 어두운 광중, 壙은 묘혈墓穴
擾擾(요요) : 여러 가지가 뒤섞여 시끌시끌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