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보고 두려워할 줄 아는 자는 화를 면한다.
비 오다가 그친 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보면 신기한 것들을 많이 발견한다. 꽃에 매달린 이슬방울도 신기하지만, 거미줄에 매달린 영롱한 이슬방울이 마치 찬란하게 빛나는 수정과 같고, 밤하늘에 은하수와도 같다.
생각만 바꾸면 빗방울이 진주도 되고, 수정도 되며 은하수도 되는 이 세상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얼마나 되겠는가?
열에 한두 가지만 되어도 그나마 다행인데, 모든 것들이 자기 뜻대로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다가 보니 세상이 항상 어지럽고 문제가 많다.
‘내 잘못을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 데 나만 몰라서 그렇다’는 말이 정답이라서 그런가.
거미가 거미줄을 치면 나비가 거기에 걸려들어 죽는다. 종 녀석이 뜰에 그물을 치고 그 안에 곡식 낱알을 뿌려 두고는 새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루 종일 한 머리도 잡지 못하였다,. 내가 사립문을 열어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이는 각자가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지, 저 나비는 벌레이기 때문에 모였다가는 흩어지는 그 상태지. 그런데 냄새와 맛을 탐하고 좋아하면서도 보고 듣는 것은 늘 어두워서 날아가면서도 조심하지 않지.
거미는 나비에 뜻을 둔 것이 아닌데도 나비가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어, 그에 반해 저 새들은 늘 겁내는 성질이 있어서 낟알 하나를 물고는 천천히 서성거리다가 곡식 한 알을 쪼고도 뒤로 물러서지, 기침소리를 들으면 돌아보고 사람 흔적을 보면 일어나서 그물 주의를 돌아다니다가 기미를 눈치 채면 들어가지 않아, 이는 이익을 보고도 두려워 줄 아는 것이지,
조금 뒤에 다시 말하였다.
“세상에서 욕심을 무릅쓰고 채우려고 하는 자는 무망無妄의 재앙에 걸려들게 된단다. 그러나 이익을 보고 두려워할 줄 아는 자는 화를 면하니 이것은 유념해둘만하다.”
조선 후기의 문장가인 남공철의 글이다.
남공철과 같이 누군가에게 눈치 보지 말고 충고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옳게 말해주면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니 그저 지켜보고 입을 다물 뿐이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격구擊毬를 하는데, 보아히니 이기고 지는 것에 따라 돈을 걸었다. 그래서 이긴 아이들은 십금十金을 따고 진 아이들은 십금을 잃었다. 격구에서 져 돈을 잃은 아이가 다음날 술집에 가서 동전키기를 해서 붉은 담요 하나를 땄다. 그런데 전 날 돈을 딴 놈은 매를 부리며 급히 달리다가 다리를 다쳤다. 무릇 사물은 서로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며, 얻고 잃은 것 또한 때가 있는 법이다., 마침 어떤 이에게 이러한 일이 있는 것을 보고 적어둔다.”
다시 남공철의 <잡설雜說>이라는 글이다.
지나고 보면 세상에서 잠시 살다가 가는 인생길에서 모든 일이 잃은 것도 없고, 딴 것도 없는 것, 불교에서 말하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인데(空手來空手去), 무슨 욕심들이 그리도 많고, 연연 해 하는 것들이 그리도 많은지,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말라” <로마서> 12장 16절이다.
“인생의 거미줄은 선한 실과 악한 실을 섞어 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을 이해하고 산다면 세상살이가 그나마 편안하지 않을까?
2024년 10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