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혼(許渾)-함양성동루(咸陽城東樓)
一上高城萬里愁(일상고성만리수) 고성에 한 번 오르니 만 리에 시름이로구나
蒹葭楊柳似汀洲(겸가양류사정주) 갈대와 버들은 사주와 비슷하다
溪雲初起日沈閣(계운초기일침각) 개울에 구름 일자 해는 성각에 지고
山雨欲來風滿樓(산우욕래풍만루) 산 비가 오려는 듯 누각엔 바람이 가득하다
鳥下綠蕪秦苑夕(조하녹무진원석) 새는 잡초 우거진 옛 진나라의 궁터에 내려앉고
蟬鳴黃葉漢宮秋(선명황엽한궁추) 누른 잎에서 매미 우니 한궁의 가을이로다
行人莫問當年事(행인막문당년사) 길손이여 당시 번성했던 때의 일을 묻지 마오
故國東來渭水流(고국동래위수류) 옛 도읍지에는 동으로 위수만이 흐르나니
*허혼[許渾, 791?~854, 자는 용회用晦]은 만당 시대의 사람으로 진사 급제후 윤주사마, 영주자사郢州刺史 등을 지냈고, 병으로 사직 지금의 강소성 진강시의 정묘교 부근에 은거하여 시작에 전념했다. 율시에 능하여 두목, 위장 등의 존경을 받았으며 그의 시에는 水자가 특히 많아 뒷사람들이 그의 시 1천 수를 읽노라면 물에 흥건히 젖는 듯하다 하여 ‘許渾千首濕’이란 말을 들을 정도였고, 시집으로 《정묘집丁卯集》2권과 530여 수의 시가 전한다
*위 시는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와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 본 것인데, 세월무상의 느낌이 짙게 흐르고 있습니다.
*咸陽(함양) : 섬서성에 있는 진秦과 한漢 두 왕조의 도읍지로 한나라 때는 장안長安으로 불렸다. 수隋나라 때 동남쪽으로 옮겨 새로 성을 쌓았는데, 당조唐朝에서도 이곳을 도성으로 하고 장안長安이라 하였다.
蒹葭(겸가) : 갈대
汀洲(정주) : 물가의 사주沙洲, 토사가 침적되어 평평해진 땅, 원래 ‘汀’은 물가에 있는 땅을 말하고 ‘洲’는 물 가운데 있는 땅을 가리킨다.
當年(당년) : 전조前朝, 즉 진한秦漢 두 왕조
綠蕪(녹무) : 푸른 풀 우거진 거친 들판
秦苑(진원) : 함양에 있었던 한대漢代의 궁전
渭水(위수) : 황하의 지류로서 장안, 함양 사이를 흐르는 강. 위하渭河라고도 함.
故國(고국) : 옛 땅, 옛 도읍지, 곧 진의 고도인 함양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