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송정란
바싹 마른 입술로
나뭇잎 하나 애절하게
자작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곧 어디론가 떠날 듯한
몸짓으로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고개를 내젓고 있다
양재동에서 안양으로 가는 913번 좌석버스
차장 밖으로 이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해마다 잎을 갈아치우는
나뭇가지의 완강한 팔뚝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매달린 잎들이 모조리 소스라쳐 있다
더 이상 내줄 것 없는 막막함으로
온몸 바스라질 것 같은 눈빛으로
속이 다 삭아버린
사랑에 매달리고 있다
입을 앙다문
여윈 나뭇잎 같은 계집 하나,
바싹 마른 입술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 알버타 문학 카페에서 옮겨옴-
11월의 시/ 나태주
https://www.youtube.com/watch?v=PgwgsoCJbCQ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르건만
나에겐 넘 눈부시다
일어나니 4시가 넘었다
일기 마무리하여 톡을 보내고 나니 아직 여섯시가 안되었다
체조와 스쿼트를 해야하는데 몸이 힘들어 하기가 싫다
에라 모르겠다며 다시 잠자리로
깜빡 한숨 자고 일어나니 일곱시가 넘었다
잠깐 사이에 한시간 넘게 잤다
집사람이 머리 아프다며 누워 있다
나 때문에 신경 써서 아플까?
아침을 지었다
쌀뜨물 받아 호박 된장국을 끓였다
집사람이 일어나 어제 아산아짐이 가져다 준 얼갈이를 다듬어 데쳐 무침지를 한다
맛있겠다
밥 뜸 들이는 사이
동물 챙겨주었다
알을 잘 낳지 않으니 모이 주는 것도 시큰둥
왜 알을 낳지 않을까?
원인을 알아야 조치를 할 수 있을 건데...
때되면 낳겠지
호박을 하나 쪼개주었다
호박지짐 들침지 무짠지에 호박된장국까지
모두다 맛있어 밥 한그릇 다 먹었다
날마다 밥맛이 이래야하는데...
집사람이 집에 있을 때도 선글라스를 쓰는게 좋다며 선글라스 하나를 내준다
눈 수술을 했기 때문에 직접 햇빛을 보는 건 삼가야한다고
또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눈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번도 써보지 않은 선글라스를 쓰려니 좀 어색하다
그래도 눈을 보호한다니 써야되겠지
오후에 안과 예약
오전에 별로 할 일이 없다
집사람은 머리손질이나 하고 오겠다며 나간다
난 눈안대 쓰고 잠
요즘 관절마다 아프다
그러다보니 몸이 힘들고 짜증이 난다
늙어 가니까 관절통이 생기는 걸까?
예전 나이드신 분들이 아구구 무릎아 어깨야 하던 말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관절이 부드럽지 않고 뻑뻑해지니 아픈 것같다
특히 날씨가 궂을려하면 더 아프다
내일 비온다는 예보 있어 미리 아픈 걸까?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한숨 자고 일어나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백내장 수술을 해서 몸을 반듯하게 누워자야하기 때문에 허리가 더 아픈 것같다
더 이상 누워 있기도 답답
밖에 나오니 하늘이 맑고 햇볕이 따뜻하다
노적봉을 바라보니 뚜렷하게 잘 보인다
백내장 수술하면 멀리는 잘 보인다더니 그말이 맞는 것같다
가까이 있는 건 좀 흐릿한데 멀리는 밝게 보인다
가까운 걸 보려면 돋보기를 하나 맞추어야할까보다
베란다에 널어 놓았던 밤을 간추렸다
벌레 먹은 건 버리고 괜찮은 밤만 골라 비닐 봉지에 담아 다용도실에 가져다 두었다
뒷산에 가서 밤을 주웠다
산으로 올라가기 싫어 길에 떨어진 밤 중 큰 것만 골라 주웠다
주운 밤이 반됫박 정도
이걸로 올해 밤 줍기는 땡
남은 밤은 다람쥐 몫으로 남겨두어야지
주워 온 밤을 씻어 껍질을 벗겼다
껍질을 벗겨 말려 보관해 두었다가 닭죽 쑬 때 넣으면 맛있다
또 생으로 냉장실에 놔두고 먹어도 좋다
밤은 관절에 좋은 식품이라고 한다
주워 온 밤을 칼로 한참 깠더니 칼에 닿는 손가락이 아프다
닿는 자리가 부어 물집이 잡히려 한다
아이구 그만
나머진 나중에 까야겠다
깐 밤은 햇빛드는 곳에 놔두었다
말려서 보관해야겠다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집사람이 머리 손질하고 들어 온다
점심 한술 하고 병원 가자고
고구마 두어개 먹었더니 입맛 없다며 생략한다니 그래도 한술 하란다
그럼 식빵이나 구워 먹자고
집사람이 후라이 팬에 버터 둘러 식빵을 구워 식빵사이에 달걀 후라이와 양배추를 넣어 준다
호박즙과 같이 먹으니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1시 넘어 병원으로
도착하니 두시가 다 되간다
접수하니 오늘은 원장님 예약 환자가 많아 좀 기다려야할 거라며 검사실에서 대기하란다
한참을 기다리니 검사실에서 부른다
눈 상태를 찍고 시력을 검사하는데 오른쪽 눈은 어제보다 더 좋게 나오는데 왼쪽 눈은 전에 시력보다 훨씬 떨어져 버렸다
왜 이러지
검사가 끝났다며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라고
2시 40분 넘어 진료
의사샘이 수술이 잘 되었단다
왼쪽 시력이 나쁘다고 하니 어제 수술했기 때문이라며 점차 좋아질 거라고
어허 그랬음 좋겠는데...
약을 처방해주고 다음주 목요일 오후에 나오란다
약국에 가서 처방전대로 약을 지었다
수술했기 때문에 항생제 3일분과 매일 잠자기 전 눈에 넣는 안약을 지었다
한달 동안은 관리를 잘해야한단다
집에 오는데 3시가 좀 넘었다
파크볼이나 치고 갈거냐니까 좋다고
황룡파크장에 가니 볼치는 분들이 꽤 있다
대부분 매일 나와 치는 분들
그분들은 오전오후 종일 치는데 그게 그리도 재미있을까?
난 모르겠다
집사람과 두어바퀴를 돌았다
난 매홀마다 거의 오비
지난번부터 오비를 내더니 고쳐지질 않는다
자세가 잘못되었나?
그만 치자니까 집사람은 한바퀴 더 돌겠다고
난 힘들어서 더 이상 못치겠어 차에서 기다렸다
집사람이 한바퀴 돌고 아웃
황룡마트에 들러 비닐 장갑과 양배추에 뿌려 먹는 소스를 사서 집으로
인터넷쇼핑몰에서 산 돼지 뒷고기를 꺼내 고추장 넣고 볶았다
뒷고기는 맛있는 부위인데 이번에 산 건 고기 부스러기를 섞어서 판 것같다
다음엔 이 쇼핑몰에선 사지 않아야겠다
돼지고기를 볶아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 먹기 전에 고구마를 한 개 먹었더니 밥 한공기를 먹지 못하겠다
이젠 밥양도 줄어 들었나?
하루 일과 대충 정리
오늘도 일찍 잠자리로
적막속 가로등 불빛만 깜빡깜빡
님이여!
11월이 문을 열었습니다
곧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겠지요
이 달에도 님에겐 건강 행복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