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도 도道가 있었다.
언젠가 유명한 도둑인 도척盜跖에게 부하들이 다음과 같이 물었다. “도둑에게도 도道가 필요합니까? ”물론이다.“ 말한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무엇을 하는 사람에겐 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들로서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 가를 꿰뚫어 보는 것이 성聖이요, 맨 먼저 침입하는 것이 용勇이며, 맨 마지막을 지켜서 철수하는 것이 의義요, 전진과 후퇴를 그르치지 않도록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지知요, 얻은 것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 곧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 덕德에 체득치 못한 채 큰 도둑이 된 전례는 없다.”
이와 같이 성인의 도에 의존 하는 일은 착한 사람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도척과 같은 큰 도적만 하더라도 성인의 도에 의하지 않고는 큰 도적이 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착한 사람이 적고 악한 사람이 많은 것이 이 세상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성인은 이 사회에 공헌하기보다 는 해독을 끼친 편이 훨씬 더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차다. 노魯나라가 술을 아꼈기에 조趙나라 서울이 포위하였듯이 성인과 큰 도둑 사이에도 똑같은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성인이 있음으로써 성인의 지혜를 훔치는 큰 도둑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태평시대를 실현하려면, 도둑 따위는 안중에 두지 말고 성인부터 근절시킬 일이다.
냇물이 다하면 골짜기가 마르고, 언덕이 무너지면 못은 묻힌다. 마찬가지로 성인이 없어지면 큰 도둑도 자취를 감추게 되어 틀림없이 태평무사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장자>외편에 실린 글이다.
시대가 어수선하다가 보니 어떤 사람이 도둑이고 어떤 사람이 성인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도둑만 해도 그렇다. 어떤 사람이 진짜 큰 도둑이고 어떤 사람이 작은 도둑인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도둑도 지켜야 할 도道가 있었고 다섯 가지 덕이 있었다는데 도道는커녕,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고 허기가 지는 큰 위胃만 가진 괴물(공직자도, 우리들이 뽑은 시의원. 시도의원. 국회의원은 말할 나위도 없고, 임명직 장차관에서 재벌가들, 공기업 임직원들까지) 같은 사람들만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이 아니라, 이리 보아도 도둑 저리 보아도 도둑만 많은 나라에서 힘도 없고 비빌 언덕도 없으며, 어디에 기댈 사람도 없는 대다수 선한 사람들은, 누구를,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나,
정녕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사는 태평성대는 있기나 한 걸까?
2024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