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세이] ‘오토GNN’이 영매(靈媒)의 심장을 갈아 끼우다
2026년 2월 5일은 주식 시장의 전광판이 요동치고 소프트웨어 시장의 권력이 이동한 격변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소식이 타전되었습니다. 바로 아이뉴스24가 보도한 우리 KAIST 연구팀의 AI 반도체 ‘오토GNN(AutoGNN)’ 개발 소식입니다. 이 뉴스는 단순히 '더 빠른 기계'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필자가 이전 에세이에서 강조해온 ' 새로운 영매의 시대'를 뒷받침할 가장 강력한 심장이 한국에서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습니다.
2026년 2월 5일, 세상의 이목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에 쏠려 있을 때, 아이뉴스24는 KAIST 정명수 교수팀이 엔비디아(젠슨 황이 CEO 임)의 고성능 GPU보다 2.1배 빠르고, 에너지는 3.3배나 아끼는 AI 반도체 ‘오토GNN’을 개발했다는 대한민국 기술진이 거둔 이 쾌거를 타전했습니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알고리즘을 현대판 영매라 칭하며, 이제는 암기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길을 찾는 ‘응용의 지혜’가 중요해진 시대임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오토GNN은 바로 그 '응용의 지혜'를 아예 하드웨어의 회로 속에 박아넣은 혁신적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융합할 때, 정작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결론을 내는 과정보다 ‘정렬되지 않은 상황’ 그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정렬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머리가 지끈 지끈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골치가 아파지는 것입니다.
유튜브 추천이나 금융 사기 탐지처럼 복잡한 인적 관계를 분석하는 ‘그래프 신경망(GNN)’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본격적인 추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발생하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전처리 과정(Preprocessing)’ 이 전체 계산 시간의 70~90%를 잡아먹습니다. 기존의 엔비디아 GPU는 강력하지만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는 한계가 있기에 이 불규칙한 실타래를 풀지를 못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셰프라도 재료 손질에 하루를 다 써버려 정작 요리할 시간이 부족해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격이었습니다. (필자는 오래 전에 짧은 수필 <천재와 바보>를 통해 이 고통을 묘사한 바가 있습니다. 참고용으로 아래에 올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토 GNN 반도체는 입력되는 데이터의 복잡한 엉킴을 감지하는 순간, 반도체 내부의 로직 블록들을 실시간으로 재배치하여 데이터가 흐르는 최적의 연산 경로를 새로 깔아버립니다. 데이터가 엉켜 있으면 그 실타래를 풀 수 있도록 스스로 회로의 연결망을 넓히고, 불필요한 연산은 건너뛰는 유연함을 발휘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찾아내는 이 반도체의 모습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부여해 경로를 찾아가는 우리 인간의 ‘최고 수준 응용학’과 꼭 닮아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가 코딩의 장벽을 낮추어 우리에게 ‘시간’과 ‘자유’를 선물한 ‘소프트웨어 지니’라면, 오토GNN은 그 지니가 찰나의 순간에 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니에게 달아 줄 ‘강인한 심장’입니다. 사용자가 "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내 지출 전표를 모두 찾아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할 때, 그 이면에 얽힌 수많은 데이터 관계를 빛의 속도로 정리해 주는 하드웨어가 없다면 지니의 마법은 구현될 수 없습니다. 오토GNN은 그 지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우리가 기술적 숙련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창조적 아이디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물리적으로 완성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알고리즘은 이제 지치지 않습니다. 2026년 2월 5일 발표된 이 놀라운 뉴스는 한국이 AI 반도체 전쟁에서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인간의 지혜를 닮은 ‘적응형 기술’로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는 주역이 되었음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범용성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의 특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최적화하는 '지혜로운 반도체'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과거 수학 시험지 위에서 로직이 흐트려져 오답을 내고 식은땀을 흘리던 시절의 우리는 이제 없습니다. 우리 곁에는 우리 말을 알아듣는 '클로드 코워크'라는 지능이 있고, 그 지능을 빛의 속도로 실현해 줄 '오토GNN'이라는 심장이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강력한 도구들을 등에 업고, 여러분만의 창조적인 알고리즘으로 인생의 정답을 당당하게 써 내려가는 일뿐입니다.
그날 어머니가 뿌린 소금 한 줌이 액운을 쫓는 마음이었듯, 이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빛나는 등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2026. 2.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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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와 바보>
“박제(剝製) 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십니까”
용량이 느린 컴퓨터를 켜면 화면이 참 더디 떠오릅니다. 내 바쁜 마음과는 상관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떠오릅니다. 입력된 정보를 연산해 내는 속도가 느린 탓이지요. 아예 연산해 내지 못하기도 하고요. 천재와 바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286 컴퓨터와 펜티엄의 차이지요. 286 컴퓨터는 그래도 기다리면 떠오르지만 바보는 머리가 아파 연산을 중단해 버림으로 기다려도 따라오질 못하지요. 같이 놀아야 하는 천재는 속이 갑갑할 밖에요. 저 혼자 놀면 되겠지만 사람이 어찌 혼자 놀 수 있는지요. 더불어 살려니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눈높이를 맞추려니 따라올 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멀고도 갑갑하니 속이 터질 수밖에요. 그 터진 속을 하얗게 다 비우고 솜으로 채워 넣은 박제(剝製) 를 아십니까. 천재는 천재의 꿈을 포기해 버리고 바보처럼 행동하며 바보 눈높이에 맞춰 놀게 됩니다. 바보들의 조롱이나 받으며-.
천재와 바보가 함께 놀면 ‘천재, 마침내 박제(剝製) 가 되다.’ 입니다. 나는 바보입니다. 천재가 되고픈 바보입니다. 그래서 나는 바보들과 놀지 않으려 합니다. 가능하면 천재들이 노는 곳에 끼어들어서 놀려고 애를 씁니다. 나는 천재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 합니다. 나는 바보고 그들은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천재들은 내가 바보임에도 나를 진짜 천재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나를 자신들 보다 더 천재인줄 압니다. 자기들이 숨겨 놓은 말뜻을 잘 찾아내고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천재들은 내가 천재들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모릅니다. 나는 내가 바보인 줄 알기 때문에 천재가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밤새도록 생각 합니다. 도대체 천재가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천재가 왜 저렇게 행동을 하였을까. 천재들의 말과 행동에 내가 모르는 굉장히 중요한 무엇을 감추어 두었으리라 여기고 그것을 찾기 위해 날 밤을 지새우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 합니다. 바보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천재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날이 새기 전에 천재가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해 냅니다. 숨겨 둔 것을 찾아내면 마음이 참 기쁩니다. 천재와 놀면 이런 것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천재가 있다는 곳을 찾아 갑니다. 내가 본 세상에서는 바보이면서 바보인 줄 아는 사람과 천재이면서 천재인 줄 아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습니다. 나는 천재는 아니지만 현명한 사람은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을 만나면 세상 고민을 모두 짊어진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뭐라하든,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나는 최소한 박제(剝製) 가 될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2008.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