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산행에 동행을 거부한다.
겸백농협에 차를 세우고, 캔 맥주 하나와 물 하나를 산다.
석호에서 임도로 오른다.
2,30미터 오르다 평길 또 그러기를 반복
경운기가 오르기 적당한 길을 계속 걷는다.
정상까지 4킬로를 한 시간이 걸렸을까?
난 산길을 평지 걷듯 했나? 이런 길에서?
몇 팀을 앞질러 정상에 이르니 철쭉은 다 져간다.
무등쪽으로 보며 앉아 땀을 식힌다.
사람들은 헬기장과 바위 쪽으로 간다.
이백의 월하독작 두 편과 대주문월을 공책에 옮겨적으며
캔맥을 마신다.
하늘이 파랗다. 구름이 한가롭다.
어젯밤 후배와 친구 집에서 본 달이 밝더니.
철쭉봉과 주월산 방장산이 가까운데 수남마을 쪽으로 하산하다.
수많은 등산객 때문에 자주 멈춰선다. 지루하다.
12시 반쯤 주차장에 도착했다.
고민이 된다.
건너편 방장산을 오르기로 한다.
길을 모르겟다.
논둑에서 씀바귀와 엉겅퀴 꽃을 찍어본다.
고속도로 건설현장을 건너 밤밭을 지나 산으로 접어든다.
길이 없다.
돌아오지 않고 들어간다.
거미줄이 막고 가시가 막는다.
힘을 내자고 연양갱과 자유시간 하날 먹는다.
물이 적다. 벌교 매제가 준 솔잎차를 탔더니 물이 달다.
단물은 갈증을 줄여주나 더 불러오나
송화가루 앉은 취나물 끝을 뜯어먹는다. 된장이 그립다.
다시 힘을 내어 오른다.
썩은 나무 사이로 찔레에 청미래 덩굴 거기에 산딸기 종류까지
온통 가시들의 공격이다.
반발인 팔을 긁어댄다.
팔을 땅에 대고 네 발로 긴다. 배낭이 걸린다.
팔뚝에도 송화가루가 앉고 배낭에도 바지에도 송화가루다.
얼마나 올랐을까? 보이던 봉우리에 올랐다고 여겼는데
아직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금강산악회가 지나간 흔적을 찾아 따라간다.
며칠 전에 나무를 베어내며 길을 열다가
임도를 만났나보다.
임도는 흔적도 없는데 작업 때 표시인가 비닐을 나무에 묶어 둔게 썪었다.
방장산 정상이다.
송신소인가 건물 옥상에서 보다가 소나무 그늘에 자릴 잡고 예당 벌판을 사진 찍는다.
오도재까지 갈까 고민하는데
호동고개에서 수남마을 이정표를 보고 내려온다.
길이 편하다.
다리가 팍팍해진다.
찬송가를 보내주던 수남교회는 숲과 잘 어울린다.
주차장 버스는 길이 또 생겨 좋겠다.
마을 회관위 숲에 들러 사진을 찍어본다.
관광버스는 식탁까지 내려 상을 차리며 하산객을 맞이한다.
더위를 걷는다.
긁힌 필에 햇뼡이 따갑다.
사곡마을들어서는 고개집에 들어가 물을 먿어 마신다.
문강공 박선생의 사당에 들어갔다 나와 담 아래서 쉰다.
겸백 소재지에는 4시가 다 되어 도착한다.
아스팔트 한 시간여에 지쳤다.
주조장에 가서 2500원주고 막걸리 한통을 사서 한 잔 따라 마신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 들러 지리산에서 잃어버린
스틱과 버너 배게를 샀다.
밥을 많이 비볐는데, 다 먹지 못하였다.
점심을 먹은건가 안 먹은 건가?
삼장은 이레 동안 물한모금 넘기지 못하고 사막을 건었다던데.
왜 재미있는가 가만 보니 거북이 코가 돼지코다.
이수쪽의 조각이 더 세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