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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인기 높아지며 잡음도 커져…플랫폼 대응책은 미비
[네이버 제공]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기자 = 서울 노원구에 사는 임모(41)씨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자주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서 한 무리의 아바타가 채팅 기능을 활용해 아이에게 욕설과 협박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이 프로필에 적힌 이름을 부르면서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임씨는 "우선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경찰에 신고하긴 했는데 현행법으로 조치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워킹맘이라 이런 상황을 항상 옆에서 지켜볼 수도 없는데 걱정"이라고 7일 말했다.
최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제페토·로블록스를 비롯한 메타버스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사이버불링이나 성희롱 등 범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친구들과 제페토에서 캐릭터 꾸미기를 즐겨 했다는 김모(11)양도 "다른 아바타에게 실수로 반말을 했다가 한참 동안 욕설을 들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며 "무서워서 그 뒤로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초·중·고교생 4천9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7%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발생 공간은 '온라인 게임'(50.5%), 가해 대상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45.8%)이 가장 많았다.
아바타를 이용해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음성 대화 기능으로 상대방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근 온라인 맘카페에는 "제페토에서 누가 아이에게 '변녀'를 검색해보라며 집요하게 성희롱을 했다", "딸이 모르는 사람에게 '반바지 입은 사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라 계정을 탈퇴시켰다"는 등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지난 3월 영국에서는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20대 남성이 로블록스와 어린이용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7∼12세 남자아이들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 성희롱 예방 명령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
그러나 플랫폼 차원에서의 대응책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뒀지만, 이용약관에는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됐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한 로블록스 역시 '모욕적·선정적·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을 이용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이용자의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인 만큼 범죄 사각지대로 남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원상 조선대학교 교수는 "아직 규범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메타버스는 자칫 범죄의 배양소가 될 수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하게 되면 이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도록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iroow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