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남성적인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 김영철은 힘주는 것만큼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이다. <달콤한 인생>의 보스에서 <그놈 목소리>의 우직한 형사로 돌아온 그가 편하게 사는 법을 말한다.
김혜선 기자 <그놈 목소리>의 김욱중 형사는 꽤 귀여운 중년이다. 궁예, 김두한,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 등 그동안의 김영철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김영철 <그놈 목소리>는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에게 박진표 감독을 소개받아서 하게 됐는데, 난 시나리오 보지도 않았어요. 두 사람이 적극 권하니까 했지. 그리고 박진표 감독은 처음 만났을 때 시골 옆집에 사는 총각으로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하니까 사람이 그렇게 집요하고, 굉장히 예민해. 많은 걸 배웠지. 그간 센 역할만 많이 했는데 김욱중 역할을 하다 보니 참 재밌고, 끝나고 나서 영화를 봐도 재밌더라고.
김혜선 기자 드라마를 워낙 많이 해서 형사 역할도 당연히 여러 번 했겠지만 김욱중처럼 순박하고 우직한 형사 역은 안 했을 것 같다. 김영철 이상하게 형사 역 한 번도 안 해봤다.
김혜선 기자 한 번도? 그럼 김욱중이 나름 신선한 캐릭터였겠다. 김영철 난 김욱중을 형사가 아니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 분장팀한테 냄새 나는 놈처럼 땀 많이 묻혀 달라, 머리도 많이 헝클어뜨려 달라 그러고, 외모에서부터 땀 냄새 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지.
김혜선 기자 영화 속에 김욱중 형사가 '그놈'에게 당해 발가벗겨진 채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전라의 노출이었다.(웃음) 그렇게까지 발가벗겼어야 됐나? 김영철 김욱중의 캐릭터는 아마 픽션일 거다. 박진표 감독이 김욱중을 발가벗긴 건 그 부분이 드라마의 반환점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재미를 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긴장감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관객들이 깜짝 놀라면서 다시 드라마를 되짚어가는 계기를 만들어주려 그랬다고 본다.
김혜선 기자 <업> <달아난 말> 등 한동안 충무로에서 영화를 찍다가 중단하고 거의 12년 만에 <달콤한 인생>에 출연했다. 그동안 왜 영화작업을 안 했나? 김영철 그 사이에도 시나리오가 많이 왔는데, 뭐랄까, 영화계에 실망을 많이 했지. 드라마 현장보다 의욕적이지도 않고, 뭘 연구하지도 않고. 찍다 보면 필름값 많이 든다는 소리나 하고. 시나리오를 보내왔는데, 별 마음에도 들지 않는 데다가 쓸데없이 옷 벗는 게 많아.(웃음) 그래서 안 했죠. 그렇게 한두 번 거절하다 보니 저 새끼는 안한다, 이렇게 된 거지.(웃음)
김혜선 기자 <그놈 목소리>는 옷을 벗어도 과거에 옷 벗는 것과 차원이 달랐겠다. 김영철 쓸데없이 벗는 게 아니니까. 옛날 작품에서 옷 벗은 건 아무 이유 없는 거라 얼굴이 뜨겁지.
김혜선 기자 <그후로도 오랫동안> 같은 예전 영화들이나 <달콤한 인생>, 지금 촬영 중인 <마이 파더>에서도 당신은 평범한 사나이가 아니다. 늘 사연 많고, 과거 있고, 콤플렉스가 있는 사나이로 등장한다. 김영철 내가 늘 이유 없이 그럴 듯해 보이는 인물에 잘 맞았다. <그후로도 오랫동안>을 보면 내가 우물가에서 목욕하는 신이 나와요. 그 역할이 오토바이 타고 목장에서 일도 하고 그러다 밤 되면 나이트 가서 여자 꼬드기는 역할이었는데, 그 인물이 굉장히 농촌풍이면서도 도회적이었지.
김혜선 기자 그 역할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김영철 거기도 괜히 이유 없이 옷 벗었으니까.(웃음)
김혜선 기자 궁예 때문인지 사극 이미지가 강했는데, <달콤한 인생> 이후부터는 대단히 도회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도 더해진 것 같다. <그놈 목소리>는 완전히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변신이 어렵다는데, 당신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김영철 김욱중 역할도 그렇고 <마이 파더> 사형수 역할도 그렇고 이렇게 찌그러진 인생들을 좀 하고 싶어요. 그러다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너무 강한 것만 하다 보니까 사람이 힘들어. 힘주다 보면 끙, 더 힘줘야 하잖아. 어깨가 다 아퍼.(웃음) 그래서 내가 설경구 얘기를 자꾸 하게 돼. 난 <그놈 목소리>를 하면서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해 또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김혜선 기자 어떤 면에서? 김영철 경구는 살 빼고 찌는 거 해야 되니까 그냥 한다, 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마이 파더>라는 영화 때문에 10킬로그램을 빼보니까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경구가 너무 귀하게 보이더라고. 전에는 TV에 나오고 그러면, "아, 쟤 되게 힘들게 연기하는 애" 그랬어요. 진짜.(웃음) 근데 같이 연기를 해보니 굉장히 영화를 사랑해. 근데 경구가 해왔던 연기가 거의 강한 역이잖아. 경구가 이제 확 발가벗고 코미디를 해야 돼. 저 새끼 미쳤나 그럴 정도로. 그럼 연기 패턴이 또 달라져. 코미디를 하다가 다시 예전 모습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면 몸이 풀어져서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해지지.
김혜선 기자 그런 경험을 한 적 있나? 김영철 옛날에 <머나먼 나라>라는 KBS 드라마에서 김민종 아버지 역을 했었지. 전과 8범의 도둑놈인데, 시장 가다가 사과도 훔쳐 먹고, 담배도 주워 피는 굉장히 나약하면서도 굉장히 아버지 냄새를 풍기는 역이었어. 그거 하고 나서 내가 굉장히 압축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경구도 이젠 센 역할이 아무리 좋은 게 들어와도 당분간 하지 말아야 해. 어떻게 보면 송강호가 할 수 있는 걸 설경구가 할 수 있고, 설경구가 할 수 있는 걸 송강호가 할 수 있어요. 근데 송강호는 같은 역할이라도 약간 페이소스가 있어. 그리고 재미있어. 굉장히 센 역할도 슬그머니 희화적으로 만들어. 근데 경구는 고지식하게 만들어. 어떻게 보면 경구가 더 정직한 배우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힘들지.
김혜선 기자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 같은 아래 세대들이 있고, 위에는 50대 후반에서 60대를 넘어서 다시 영화로 회귀하는 조연들이 있다. 그런데 따져보면 당신과 같은 50대 중반의 배우들이 별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이동하지도 않고. 김영철 같은 나이대인 이덕화, 유인촌이 별로 활동을 안 하니까. 우리 나이가 참 애매한 나이야. 외국은 사십 후반부터 육십까지 굉장히 좋은 배우들이 많아요. 근데 한국은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까지는 힘들어. 할 게 없어. 아버지도 못 해. 50대 배우가 아버지를 하면, 할 때가 되긴 했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지. 60대는 돼야 좀 아버지 같다 그러고. <마이 파더> 같은 경우는 어쩌다 한 번 오는 거고.
김혜선 기자 <마이 파더> 찍을 때 상대 배우인 다니엘 헤니와의 대화는 편한가? 김영철 헤니가 이젠 한국말 잘한다. 그래서 내가 “헤니야, 너 한국말 너무 잘하면 안 돼. 응? 신비감이 깨지잖아. 잘하지 마.” 그러지.(웃음) 내가 스탭들한테도 "헤니 앞에서 한국말 절대로 하지 마" 그런다.(웃음)
김혜선 기자 <마이 파더>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김영철 제작사인 씨네라인투에서 시나리오를 가져왔는데, <마이 파더>라는 타이틀 하나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 이 영화 소재가 된 다큐멘터리가 내가 일전에 KBS 일요스페셜에서 본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하고 싶다 생각했지.
김혜선 기자 시나리오 선택 기준이 시나리오 자체와 만드는 사람들인가? 김영철 그런 편이다. 사실 난 연기 잘한다는 것보다 사람 좋다는 소리 듣고 싶어. 저 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 이런 소리.
김혜선 기자 그런 말로도 연상되지만 굉장히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타입인 것 같다. 대사는 절대 안 외울 것 같고. 김영철 <그놈 목소리> 할 때 경구하고 창고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을 찍는데, 대사를 못 외운 거다. 당황했는데 박 감독이 그냥 리허설부터 하라고 하더라. 몇 번 했더니 그때야 대사가 외워지는 거야. 난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인데, 대사는 안 외워요. 김욱중이라는 사람 생각을 많이 하지. 그 사람 대사를 어떻게 올리고 내릴지는 중요하지 않아. 숲을 봐야지 나무만 보면 안 되니까.
김혜선 기자 1973년에 민예극단에 입단했고 TBC 방송국에서 1977년 연기자로 데뷔했다. 김영철 방송은 차비 벌려고 시작했다. 내가 장남인데, 어머니한테 매일 돈 타 쓰는 게 미안해서. TBC 시험 볼 당시 3,800명이 와서 18명이 뽑혔는데, 여자 10명, 남자 8명이었다. 지금 그 동기들이 다 사라지고 나만 남아 있다. 방송국 한 달 월급 8,000원을 받았는데 동기 8명이 당구 내기를 해서 이기는 4명은 자기 돈을 갖고 가고, 4명은 돈을 토해내서 그 돈으로 놀았지. 근데 나는 당구를 잘 쳐서 항상 잃은 적이 없다.
김혜선 기자 수준이 어느 정도셨는데? 김영철 500. 김혜선 기자 당구 고수시네. 김영철 에이, 그 정도는 아니고.
김혜선 기자 지금 옆에 앉아계시지만 부인이 된 탤런트 이문희 씨와는 어떻게 연애를 하게 됐나? 김영철 집사람이 나보다 TBC에 1년 후에 들어왔다. 난 꼭 도둑놈, 강간범, 그런 역만 했고, 이 친구는 여형사로 나오고 그랬다. 그러니 감방 들어가려면 꼭 만나잖아.(웃음) 그래서 자주 만나 점심도 먹으러 가고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이 사람이 감독한테 인사하는 거나 수위 아저씨한테 인사하는 거나 똑같애. 어떤 사람들은 다르잖아. 그거 보고 괜찮구나, 싶어서 고백했지.
김혜선 기자 센 역할을 많이 맡는 외모를 갖게 된 건 어린 시절이 험난했기 때문인가? 김영철 그런 면이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잘 살았다. 아버지의 영향력 때문에 학교 담임선생님이 늘 우리집에 숙식하면서 날 가르치는 거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우리 가정교사인 줄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쫄딱 망해서 아버지 어머니가 날 빚쟁이 집에 볼모로 놔두고 지방에 가셨다. 돈 받을 집 아이는 심지어 나하고 동창이었다. 그 집에서 눈칫밥 먹고 살다 보니까 중학교 1학년 1학기 때는 수줍은 애였는데, 딱 1년 지나고 나선 완전 깡패가 됐다.(웃음) 처음엔 애들한테 돈을 뜯었는데, 나중엔 애들이 아예 나한테 돈을 걷어서 줘. 어느 날 액수가 좀 아니다 싶어 집어던지면 그날 교실이 다 비상이야.(웃음) 애들이 돈 다시 걷어서 주면 조회만 하고 바로 나가서 동네 극장 다니고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만난 담임선생님이 나를 잡아주셨다. 그 선생님을 에서 찾았지. 그리고 고등학교를 못 가고 1년 휴학했는데 그때 당구장에서 살아서 500이 됐다.(웃음) 그때 사귀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걔한테도 돈을 뜯었어요.(웃음) 걔를 만나러 나갈 때는 러닝셔츠에 막 흙을 묻혀. 불쌍하게 보이려고.(웃음) 여자애네 집은 아버지가 건설업을 하셔서 부자였는데, 그 친구가 날 보면 불쌍하다고 막 울면서 돈을 줘요. 그럼 난 슬픈 표정을 더 지으면서 연기하는 거지.(웃음)
김혜선 기자 그때부터 연기를 하셨네. 김영철 너무 험하게 살았어. 학교 매점에 들어가서 돈도 훔치고. 그래도 그때 중학교 시절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요. 한 놈은 지금 SBS 골프채널 사장이야. 중학교 때 일레븐 클럽 친구들을 두 명 빼고 아직도 만난다.
김혜선 기자 '영철스 일레븐‘이었단 건가.(웃음) 그러고 보니 올해로 연기인생 35년째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겠다는 생각이신가? 김영철 죽을 때까지 한다는 건 욕심이지. 외국 배우들도 어느 시점 이후로는 안 보이잖아요. 코끼리도 죽을 때는 몰래 죽는다잖아. 이 이상 나를 보여주면 추한 거야, 라고 생각하면 안 보여줄 거 같아. 근데 저번에 주현 형님이 <상상플러스>에 나오셨더라. 그 양반이 지금 63세인데, 거기서 굉장히 젊어 보이시더라고. 야, 짜샤…. 이러는 게.(웃음) 배우가 다 발가벗어서 색깔이 없는 사람이 됐을 때, 힘주지 않고 색깔이 희석됐을 때, 그 모습도 좋더라고. 어떤 때는 다 털고 나와서 나 이런 생각하고 살아요, 라는 것도 필요한 거 같아.
김혜선 기자 배우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나? 김영철 잘했지. 배우가 안 됐으면? 아마 돈을 무지하게 벌었거나 감옥에 있을 거다. 김혜선 기자 감옥에서도 방장을 했겠다.(웃음) 김영철 그렇지. 배우 안 했으면 집사람 같은 여자도 못 만나고. 사실 난 영화관 만드는 게 꿈이다. 하나 꼭 해보고 싶다. 김혜선 기자 왜 그런 생각을? 김영철 되게 배부를 것 같다. 사람들이 막 줄서서 기다려 영화 보러 오는 거 보면 굉장히 즐거울 거 같다. 아, 사람들이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싶어서. 옛날에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님이 단성사 통으로 대관했을 때, 단성사 앞 2층 커피숍에서 관객들 몰려오는 거 내려다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는 거다. 나도 느껴보고 싶어요. 내가 밥 해놨는데, 다들 밥 먹으러, 한 숟갈씩 먹으려고 오는 거 아냐.
김혜선 기자 어떤 영화 좋아하나?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땡땡이 치고 동시상영관을 갔을 정도인데. 김영철 그때는 선택이 별로 없었지. 동시상영 그렇게 본 건 다 삼류영화였고. 대한극장 한 곳만 단체관람을 했는데, 그때 <벤허> <닥터 지바고> 이런 거 단체로 봤지만 사실 무슨 영화를 봐. 다른 여학교 학생들도 단체로 오고 그러는데, 영화 대신 다 여자애들 보지.(웃음)
김혜선 기자 배우는 누굴 좋아하나? 김영철 어렸을 때 말론 브랜도를 좋아했다. <워터 프론트> 좋아했지. 그 사람 영향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람을 보면서 제임스 딘을 보게 됐고. 그 두 사람은 액터스 스쿨을 같이 다녀서 연기의 느낌이 비슷하잖아. 굉장히 정적이면서도 에너지가 있어요. 나약하지 않고. 그 시대가 힘이 있어서 그랬나봐. 그래서 말론 브랜도 영화는 다 좋아한다.
김혜선 기자 <대부>의 말론 브랜도도 압도적이었는데. 김영철 <대부>라는 영화가 참 멋이 있는 영화야. 내가 지금 집에 유일하게 갖고 있는 DVD가 <대부> 1, 2, 3편이다. 세 편 중에는 1편이 제일 좋다. 로버트 드 니로도 드 니로지만 알 파치노라는 배우가 정말 멋있어요. 나약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예리해. 그 사람은 도끼로 찍는 게 아니라 면도칼로 그어버려. 알 파치노는 21세기 배우야. 드니로는 20세기 배우고. 옛날에는 드 니로를 좋아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알 파치노가 더 좋아진다.
김혜선 기자 자기를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알 파치노가 좋다는 게 다 털어내 보여주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나? 김영철 아마도.
김혜선 기자 근데 김영철이라는 배우 하면 떠오르는 역할, 궁예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물어봤는데. 김영철 궁예는 사실 나 자신에게 너무 거짓말을 시킨 역할이다. 사람들은 궁예 멋지다, 궁예를 다시 보게 됐다 말해주지만 연기하는 나는 나를 너무 감추고 다른 놈을 만들어낸 것 같아 별로다. 하지만 궁예는 불쌍하고 큰 사람이지. 우리나라는 모든 궁궐이 산을 등지고 지어져 있는데 궁예가 지은 철원성은 벌판 가운데 있다더라. 그만큼 궁예라는 사람은 자신이 있었던 거다.
김혜선 기자 궁예가 불쌍하다고 했는데, 그렇게 연민이 가는 역할에 끌리는 건가?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이나 <그놈 목소리> 김욱중 형사, <마이 파더>의 사형수 등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인가? 김영철 맞다. <마이 파더>의 사형수 역은 사람을 두 사람이나 토막 살인한 나쁜 놈이지만 난 나쁜 놈이 왜 이렇게 나쁜 놈이 됐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연민이지. 사람은 다 슬픔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 되게 애정이 가더라고.
김혜선 기자 본인의 지나온 세월도 떠올리고? 김영철 그렇지. 난 언제부터인가 집사람 얼굴을 본다. 내 얼굴이 이 사람 얼굴이거든. 이 사람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면 내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거고, 이 사람 얼굴이 편하면 내가 편한 거다. 잘 살아야지.
김영철 프로필 | 1953년 생 | 인천 전문대학 중퇴 | 드라마 <태조 왕건> <야인시대> <서울 1945> <얼마나 좋길래> 등 | 영화 <그후로도 오랫동안> <업> <달아난 말> <달콤한 인생> <그놈 목소리> <마이 파더>
사진 김병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