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의 트렌드
한마디로 삼겹살의 트렌드를 말하라면 두께다. 물론 와인으로 숙성 했다거나 허브를 뿌려 재운것 등도 있었으나 단연 두께의 크가가 트렌드의 햇심이다. 이 이유는 냉장·위생 상태 개선이다. 2008년부터 3.5㎝ 삼겹살 등장했다.
'3.5센치(㎝) 삼겹살'. 3.5㎝ 두께로 두툼하게 자른 삼겹살로, 두께 0.5㎝ 정도인 일반 삼겹살보다 무려 6배나 더 두껍다. 웬만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능가한다.
현재 3.5센치 삼겹살을 표방하는 식당은 `왕소금구이'가 많다. 3.5센치 삼겹살은 2008년 대구에 본점을 둔 맛찬들왕소금구이에서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제일 두꺼운 삼겹살이 2.5㎝였다. 두툼해야 고기를 구워도 육즙이 빠지지 않아 맛있다 고 한다.
1980년대 대중화되기 시작한 삼겹살은 그 폭발적 인기만큼이나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1990년대 초반 대패로 민듯 얇고 도르륵 말린 '대패삼겹살'이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와인·고추장 등 다양한 양념에 잰 '양념삼겹살'이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 삼겹살은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삼겹살이 소고기만큼 비싼 고급육이 된 데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콜드체인시스템(냉장유통체제)이 정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기 전문가인 경상대학교 주선태 교수는 "과거 도축장이 위생적이지 못하고 육질이 떨어질 때에는 삼겹살을 얇게 썰어서 바싹 익혀 먹어야 했지만, 삼겹살 품질과 안전성이 향상되면서 자연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두껍게 써는 방식이 유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겹살이 두꺼워지면서 2000년대 초반 유행한 메뉴가 '칼집 삼겹살'이다. 고기 표면에 무수히 많은 칼집을 가로·세로 직각으로 넣은 모양이 벌집 같다고 해서 '벌집 삼겹살'이라고도 불렸다. 칼집 덕분에 뜨거운 열기가 두툼한 고기 안쪽까지 침투해 잘 익는다. 벌집 삼겹살의 인기가 2014년 현재 '삼겹살 스테이크'로 옮아가는 중이다.
3.5센치 삼겹살은 외식 업계에서는 화제지만, 일반 가정용으로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정재영 신세계 SSG마켓 축산실장은 "숯불 등을 사용해 화력(火力)이 강하고 환기·환풍이 잘 되는 전문 식당에선 괜찮지만, 가정집에서는 굽는 데 너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기름과 연기가 많이 발생해 먹기 힘들다"면서 "현재 SSG에서 판매하는 삼겹살은 샤부샤부 등으로 먹는 두께 0.2㎝의 얇은 삼겹살과 일반적인 0.5㎝ 삼겹살이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관능검사를 해보면 1㎝ 정도 두께의 삼겹살이 가장 맛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3.5㎝는 너무 두껍다. 두껍고 바싹 익지 않은 돼지고기가 건강상 위험하진 않을까? 도축·유통이 현대화되면서 더 이상 돼지고기를 바싹 구울 필요는 없어졌다.삼겹살이 너무 두꺼우면 지방 함량이 높아 느끼하거나 먹고 난 다음 설사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집에서도 도톰한 삼겹살을 즐기고 싶다면 1~1.5㎝ 두께가 알맞다.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져 맛이 떨어지니 불판이 충분히 달궈지도록 예열한다. 육즙이 올라왔을 때 한 번 뒤집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두 번까지는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3.5센치 삼겹살을 맛보고 싶다면 정육점에 부탁하면 원하는 대로 썰어준다. 센 불에 구우면 속은 익지 않고 겉만 탈 수 있으니, 중약 불에서 천천히 익힌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초벌구이한 다음 굽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