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때는 군에 갔다와서 성돈이하고 인수야영 한달 화끈히 하고 하산하여 열심히 일할때고, 나중에 전설의 활공팀으로 바뀐
조나단패러글라이딩의 전신 건양산악회 시절 성발이가 코스개척, 초등하고 이름을 붙여준 인수봉 건양길.
이후 내가 그 끼를 못버리고 글라이더를 타게 되어 조나단은 스쿨로 우린 코리아이글스로 내청춘 최고 황금기를 보내게 된 시절얘기. 우연히 인터넷 써핑중 젊은분들이 산행기에 건양길 등반기를 보게 되어 반가워 퍼왔습니다.
이양반들 사진을 보니 ..
햐 ~~ ~ 나도 저시절에 바위에 미쳐 정말 열심히 했는데.. .
2023.05.31.(수)
참석자 : 가천대14권혁균,세종대16김승환
대상지 : 인수봉 건양길
최근에 크랙등반을 많이 하기도 했고, 손가락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오랜만에 스릴넘치는 슬랩등반이 하고 싶었다. 평일에 시간이 되는 나는 빌레이 파트너 구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닌데, 요즘 평일에 시간이 된다는 승환이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승환이도 등반에 굶주렸는지 손쉽게 번개 등반이 성사되었다. 내가 슬랩 등반이 하고 싶다고 말하니 승환이가 건양길을 가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건양길은 인수b나 크로니길을 가면 항상 보게 되는 슬랩인데 한눈에 봐도 반반해 보이는 슬랩에 걸맞게 무려 10c라는 난이도로 측정돼 있었다. 하지만 슬랩에서 개념도는 믿을 게 되지 못한다. 홀드들이 닳아서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 깨져서 더 쉬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지나가면서 본 건양길 1피치는 한눈에 봐도 닳고 닳은 뻐킹홀드였다.
등반 당일. 약속시간이 9시라서 7시30분에 집에서 나왔는데 출근시간에 딱 걸렸는지 도선사에 도착했을 땐 무려 10시가 되었다. 2시간 30분을 운전하고 무더운 날씨에 어프로치를 하니 피곤하고 지쳐서 그런지 속으로 정말 등반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건양길 시작점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등반 라인을 마주 보니 다시 등반 욕구가 치솟았다.
1피치 10c
첫볼트까지 굉장히 쉬워 보이는데 막상 붙으니 생각보다 발이 미끄러워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발가락에 힘을 주고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일어서니 무사히 첫볼트에 클립할 수 있었다. 그다음 두 번째 볼트까지 가는 게 크럭스인데 좁쌀만 한 돌기를 찾아 볼트 위로 한두 스텝 올라가다가 다음 스텝을 찾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 퀵을 잡고 말았다. 어차피 한 번에 오를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퀵에 매달려 다시 루트를 읽은 뒤 곧바로 등반에 나섰다. 코딱지만 한 긴가민가한 홀드를 찾아 디디며 초집중을 하며 몇 스텝 올랐을까, 아직도 다음 볼트까지는 두세 스텝은 더 가야 하고 밑을 보는 순간, 와우 떨어지면 x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미 볼트에서 나는 많이 올라와 있었고 추락하면 무조건 승환이와 합체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정말 다행히도 건양길 1피치에는 양옆에 좋은 크랙이 있어서 사실 이 크랙을 잡고 등반하면 두 번째 볼트에 쉽게 클립을 할 수 있다. 나는 당장의 자유등반보다는 생존본능이 강하게 발휘돼서 곧바로 크랙을 잡고 올라 두 번째 볼트에 클립을 했다. 그 이후로는 볼트 두 개 정도의 무난한 슬랩을 오르면 1피치 확보점이다.
2피치 10a 온사이트
2피치는 사선으로 진행되는 슬랩으로 길이가 짧아 1피치에 이어 묶어서 한 번에 끊었다. 전체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딱 한 구간 까리한 부분이 있는데 양호한 스탠스에서 부 대왕 포켓이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구간이다. 오른쪽 대왕 포켓으로도 등반이 가능할 것 같았고, 왼쪽 대왕 포켓으로도 등반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약간의 고민을 하다가 오른쪽 포켓을 딛고 올라섰는데 생각보다 한 동작이 까리했다. 백 퍼센트 확신이 없는 홀드를 오른발 아웃사이드 스텝으로 딛고 진행해야 했는데 아래 볼트에서 사선으로 꽤 올라온 모습을 보니 추락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결국 과감한 동작을 시도해 보지 않고 조심스럽게 백스텝 하여 다시 아까의 좋은 스탠스로 돌아왔다. 이번엔 왼쪽 왕 포켓 쪽으로 진행했는데 스텝 계산이 중요해 보였다. 오른발을 아웃사이드 스텝으로 들어갈까 고민했는데 자세가 영 불안해서 오른발을 최대한 좋은 곳으로 당겨 디딘 후 왼발 인사이트 스텝으로 돌파했다. 크럭스는 돌파했지만 볼트에서 조금 올라온 상태라서 부담스러운 구간이었다. 이후 양호한 슬랩을 오르면 2피치 확보점이다.
3피치 10a 온사이트
슬랩은 이래야 한다. 이것이 슬랩이다. 아래에서 봐도 촘촘한 볼트 거리가 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볼트 거리가 가까운 건 무릇 이유가 있는 법. 하지만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더 큰 모양인지 공포심보다는 맛있게 슬랩을 등반할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3피치는 딱히 어디가 크럭스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전체 구간이 적당한 긴장감을 갖게 하는 짭짤한 슬랩이었다. 특히 볼트 좌우로 적절하게 하체의 중심을 이동시켜 홀드를 찾으며 문질러 딛고 톡톡 일어날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했다. 슬랩에선 퀵하고 로프를 거는 과정이 제일 불안하다고 느껴지기 마련인데, 리드미컬하게 탱고를 추듯이 슬랩을 등반하다가 툭툭 끊겨 정적으로 들어가는 순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이 불쾌한 골짜기도 돌이켜 보면 짜릿한 순간인 것 같기도 하다. 추락 안 하고 안 다치면 죄다 미화되는듯하다. 껄껄껄.
3피치는 뒤로 갈수록 경사가 완만해져 등반이 쉬워진다.
4피치. 5.8 온사이트
아미동길 슬랩의 하위버전으로 쉽고 재밌는 피치이다. 첫 볼타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등반했다. 울퉁불퉁한 바위 결을 읽으며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 등반했다. 개념도에는 볼트가 한 개 있는 걸로 나와 있는데, 막상 등반을 해보니 볼트는 3개였다. 3개도 적다고 느껴졌는데 예전에는 1개였다니... 정말 선배님들은 어떤 등반을 하신 겁니까... 무한 리스펙을 표현합니다..!
5피치 A0 볼트 12개
5피치는 볼트따기로 나보다 키가 큰 승환이에게 선등을 맡겼다. 볼트따기를 대비해 프로그를 챙겨 왔는데 이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웬만해선 볼트를 밟고 클립이 가능한데, 어떠한 구간은 볼트를 밟고 완전히 만세를 하고 일어나나야 클립이 가능하다. 각도 또한 엄청 세기 때문에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다? 프로그!
사실 나는 후등으로 올라서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승환이가 고생해 줘서 그나마 편하게 등반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볼트 3개는 각도가 완만해져 슬랩으로 등반이 가능하다.5피치를 마치면 작은 오아시스가 나오고 여기서 마지막 정상을 향하는 쉬운 공용 루트를 통해 정상을 올랐다.
오늘 등반을 오기 전부터 항상 속으로 되뇌었던 말이 '겸손하자'였다. 온사이트는 정말 등반에 큰 의미가 있고 성취감이 큰 행위이지만, 무리한 온사이트를 도전하다가 다치게 되는 일은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오늘 건양길 1피치 또한 무리해서 등반을 했다면 등반에 성공했을 수도 모를일이지만, 실패했다면 그 결과는 상당히 처참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항상 쉽고 안전한 길만을 택해서는 안 되겠지만, 후퇴할 때와 전진할 때를 판단할 수 있는 클라이머가 되고 싶다. 물론 그 판단은 나의 처한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겠만 말이다.
산에 다닌지 그래도 몇년은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발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참 신기하다. 이 믿음은 과연 새로 장만한 암벽화에서 나오는 신력일까,하체운동을 한 까닭일까, 실력이 늘은것 일까.
[출처] 인수봉 건양길 등반기|작성자 권코몽
첫댓글 맞어 ! ! 김승환이라고 정말 친한 산친구가 있었어.
이젊은 친구들 사진을 보니 나 옛날모습 그대로 빼박이네..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