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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시
류 근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약력 1966년 경북 문경 출생 충북 충주에서 성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1992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상처적 체질』『어떻게든 이별』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시읽기 평생 앓아야 할 열병이라지만 사랑, 참 어렵다 더욱 내 맘 같지 않은 게 사랑이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든 사랑의 추억은 환하게 무겁다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으라 한다 사랑한 깊이만큼 오래 머물러주지도 오래가지도 않았지만.. 아름다웠던 날들은 아름다운 날들로 사랑 아닌 것으로 견디고자 했던 날들은 그 아픔대로 또는 상처들의 이름으로 모든 사랑의 추억이 가벼운 물방울로 떠오를 때까지 아프게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어야 한다.. / 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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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문시 올리느라 넘 수고가 많죠? 감사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회장님.^^
방학중에도 건안하시고 좋은 글도 많이 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