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죽장갑과 나와의 연은 딱 오늘까지인 것 같다. 몇년 전 추운 겨울, 아내 회사 매니저가 나에게 선물한 갈색 고급장갑인데, 매니저의 그 마음에 좀 아껴가며 끼곤 했다. 그러다 재작년 겨울인가, 길에 엎어지면서 한 쪽 장갑 가죽에 볼성 사납게 손상이 났다. 그걸 올 겨울에 낄까 말까를 저울질하다 일단 현관 테이블에 놓아두고 있었다. 오늘 오후 백석역에 나갈 일이 있어 현관을 나서다 그 가죽장갑이 눈에 띄길래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들고 나섰다. 가랑비가, 바람이 좀 세차다 느껴지면서 갑자기 진눈개비로 변해 맞바람과 함께 내 얼굴로 달겨들었다. 바람을 막으려 얼굴을 손으로 가리기에 그 장갑이 유용했고, 속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본 후 집으로 오기 위해 전철을 탔다. 한 정거장이다. 빈자리에 앉아 잠시 휴대폰 확인할 일이 있어 장갑을 곁에 놔뒀다. 그리고 내릴 역에서 내렸다. 역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가는데 바람과 진눈개비는 계속 되고 있었다. 장갑을 껴야지 생각하며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장갑이 없었다. 바지 주머니에도 없었다. 전철에 두고 내린 것이다. 집으로 오면서 그 장갑 생각이 많이 났다. 아깝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