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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꽃 피는 3월, 아니지 4월입니다.
복사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들이 총 출동하는 요즘이라 거리마다 참 흐드러집니다.
그런 눈부신 4월에 저는 문화생활을 좀 하게 되었죠.
연극 <파우스트>를 직관하기로 한 것!
우연히 뉴스에서 보고, 저기 가보자 싶었죠.
마침 저는 파우스트를 중고생 때 원작으로 읽은 적 있고, 동행자(아버지)께서는 연극은 물론 원작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네요.
시각장애인이 연극 직관을 하려면?
연극은 시각적 면모가 좀 강하기 때문에 원작을 읽고 가야 무대 이해에 도움이 되겠죠.
겸사겸사 작품을 한번은 훑고 가야 무대 소품 이해와 극의 장과 막을 연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요.
네, 더해서, 이번 책 추천은 저희 아버지를 위한 서평 노트도 되는 셈입니다. ㅋㅋㅋ
도서명: 파우스트 1, 2권
저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이 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통신망 넓은마을 도서관에 데이지 형태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누구나, 아니 정정하겠다. 대부분의 사람이 줄거리 정도는 아는 작품 《파우스트》는 독일의 문호 볼프강 폰 괴테가 집필한 작품이다. 하지만 완전한 순수 창작은 아니고, 민담과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했다.
요컨대, ‘파우스트 박사’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는 민간의 전설이 출전이라는 것이다.
괴테가 손을 대기 이전부터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는 소설, 인형극, 유랑극단의 공연 소재 등으로 널리 활용되었는데, 어쩌면 소년 시절 괴테가 그 인형극이나 연극을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에서 영감을 얻은 괴테는 20대 때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그 창작 활동은 약 60여 년간 이어졌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작가 본인도 그렇게 오래 《파우스트》를 붙잡고 있게 될 줄 몰랐을 것 같다.
각설하고, 괴테의 《파우스트》를 요약 및 소개한다.
자고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연극 <파우스트> 보러 가기 전에 읽고 가자.
😇 👼 👿
《파우스트 1》 - 학자의 비극과 소녀의 비극
1. 서두 - 신과 악마의 내기
본격적인 막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야기의 서두가 존재한다. 프롤로그 혹은 인트로, 그 배경은 바로 천상이다. 주님과 대천사들, 그리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대화를 나눈다.
인물 관계도상으로는 대판 싸울 것 같은 구도인데, 우리의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악마의 불만을 듣는 등 참 인간적으로 대해주신다.
악마는 지상이 못마땅하고 인간들 꼴이 너무 한심해 자신들도 인간을 동정할 지경이라고 조롱한다. 세상이 멋지면 뭘 하겠는가. 그 위에 사는 인간은 자승자박에나 빠져 스스로 타락하고 마는데.
한편 주님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파우스트를 언급하며 그가 지금은 방황할지라도 곧 빛의 길로 인도되게 될 것이라 말한다. 잠시 헤맬지라도 결국은 돌아올 것이라고.
이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즉흥적으로 주님께 제안한다.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파우스트》 이야기의 시작, 주인공 ‘파우스트’가 겪게 되는 모든 경험은 주님의 허락 하에 벌어지는 것이라는 대목이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주님이 악마를 내려보낸 까닭을 ‘나태해지기 쉬운 인간을 위한 친우’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네 재량에 맡기겠다. 그의 영혼을 그 근원으로부터 끌어내, 만일 그것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디 너의 길로 유혹하여 이끌어보려무나.”
이윽고 하늘이 닫히며 주님과 천사들도 사라진다. 그리고 나름대로 예의 있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지상으로 향한다.
2. 학자의 비극 - 절망한 박사 앞에 나타난 악마
온갖 학문에 통달한 파우스트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닿을 수 없는 ‘진리’에 절망한다. 그가 알고자 하는 건 인간의 정신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파헤치는 것.
학문적 회의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의 앞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난다.
그는 고리타분한 진리나 책 속의 가치 대신 좀 더 육체적이고 쾌락적인 것들을 누려볼 것을 권한다. 그러다 보면 파우스트 당신이 흡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악마는 그 시점이 될 때까지 자신이 박사의 종이 되리라 자청한다. 단, 파우스트가 만족을 느낄 때, 그의 시간은 끝나고 박사의 영혼은 자신의 소유가 될 것이라는 조건을 붙인다.
파우스트 박사는 망설이고 고뇌하다가, 결국 이렇게 답한다.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3. 소녀의 비극 - 속죄의 여인 그레트헨
악마가 파우스트를 안내한 곳은 마녀의 은신처이다. 그곳에서 비약을 먹고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성소에서 고해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소녀 그레트헨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저 소녀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무슨 수를 써서든 저 소녀의 마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까지 한다.
아니, 학문과 인간 정신 세계 이해에 전념한 고명한 학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게다가 파우스트는 외견상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속의 알맹이는 어르신 아닌가.
어쨌든 악마의 뇌물과 수작으로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에게 사랑을 품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갑자기 생긴 보석을 사제에게 헌납하는 등 외간 남자를, 또 그를 따르는 시종, 즉 악마를 경계한다. 그녀의 오라비 역시 그레트헨의 도덕심을 일깨우며 행실을 되집는 역할을 한다.
요즘이야 다 자유 연애 시대지만, 《파우스트》의 작품 배경은 중세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소 고리타분한 설정은 어쩔 수 없다.
각설하고, 파우스트가 그레트헨과의 진실한 사랑으로 인해 악마가 원하는 방향에서 자꾸 벗어나려 하자, 메피스토펠레스는 중간에 간계를 부린다. 결국 그레트헨은 수면제를 통해 예기치 않게 그녀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의 오라비를 죽이고 만다.
그런데 이 심각한 상황에서 악마는 얼씨구나 좋구나 하며 죄책감에 고뇌하는 파우스트를 마녀들의 연회 ‘발프르기스의 밤’에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사랑일랑은 다 잊고 쾌락을 즐기라면서.
1부 끝에서 파우스트는 뒤늦게 감옥에 갇힌 그레트헨을 구하려 한다. 그녀는 죄책감에 반쯤 미쳤고, 자신의 아이, 즉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의 결실을 익사시켰다. 그리고 감옥에 갇히고 만 것이다. 그러나 더는 순수하지 않게 된 여인은, 그럼에도 자신의 죄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그녀를 구하러 온 연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밖에 무덤이 있다면, 죽음이 절 기다리고 있다면, 가겠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영원히 잠자리에 들겠어요. 한 발도 움직일 수 없어요.”
결국 파우스트는 절망하고 악마의 손에 이끌려 감옥에서 사라진다. 그러면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말한다. 그녀는 심판을 받았노라고.
그러나 극적인 무대 장치는 또 괴테가 쓴 시나리오상에서는 이 장면에서 천사들의 목소리가 울리며 전혀 다른 말을 한다. 그녀는 구원받았노라.
💎 👑 👰♀️
《파우스트 2》 - 시공을 넘나드는 인간 존재의 가치 발견
1. 명예와 권력, 그리고 미를 향한 여정
“문득 생각난 것인데, 오늘은 마침 고전적 발푸르기스 축제의 밤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이분의 성미에 가장 맞는 그곳으로 데려갑시다!”
1부에서의 비극적인 결말로 파우스트는 심신의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자연적인 에너지, 즉 자연의 힐링으로 치유가 이루어진다.
이래서 우리가 몸이 지치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아무튼, 박사는 다시금 인간 정신을 탐구하며, 가장 완벽한 삶을 이루리라 다짐하고, 무대는 황궁으로 옮겨진다. 이번에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명예를 안길 모양이다. 박사는 어찌저찌 치국에는 영 소질 없는 황제를 위기에서 구하고 해안가 지대를 상으로 받는다.
하지만 경솔하게도 동서고금의 미녀 헬레나를 보고 싶다는 황제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해 버리고 만다. 여기서 ‘헬레나’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인이다. 본래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 왕의 비였다. 하지만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헤라와 아프로디테, 그리고 아테나 세 여신 간의 내기에 심판을 보게 되면서 그녀의 운명은 꼬이게 된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앙갚음으로 테이블 한가운데 황금 사과를 놓아둔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받친다는 문구와 함께.
이를 본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관장한다며 각자의 ‘미’를 주장한다. 결국 꽃미남 왕자 파리스가 심판을 보게 되었고, 가정과 명예의 여신 헤라는 권력과 부귀를,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모든 싸움에서의 영광된 승리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하며 자신을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파리스가 아프로디테, 즉 사랑이 가장 고귀한 가치라고 선택하면서 아프로디테는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나를 아내로 얻게 해줘야 했다. 문제는 그 헬레나가 유부녀였다는 거. 실랑이 이미 정해졌다는 거. 남의 가정 파탄 내는 일이 되었다는 거.
그리하여 ‘트로이전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아무튼 그 이야기는 여기서 접도록 한다.
파우스트는 헬레나의 환영을 찾고자 시공을 초월한 여행에 나선다. 어머니들의 나라에 갔으나, 헬레나를 놓치고, 결국 그의 옛 조수 바그너의 힘으로 탄생한 인공생명체 호문쿨루스의 힘을 빌려 고전적인 발프르기스의 밤, 즉 그리스 시대의 공간으로 향하게 된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시험관 생명체 호문쿨루스는 그곳을 헤매며 역사와 신화와 과거를 넘나든다. 그 과정에서 시험관을 벗어나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품게 된 호문쿨루스는 반짝이는 불꽃으로 산화하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파우스트는 자신이 동경한 아름다움의 화신 헬레나를 만나게 된다.
2. 덧없는 일장춘몽을 벗어난 각성
“나는 그대가 악령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선한 걸 악한 것으로 바꿔놀까 걱정이긴 하다만, 우선 그대를 따라 성채로 가련다. 자, 할멈, 앞장을 서라!”
당연하지만 파우스트가 헬레나와 조우한 데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간계가 있었다. 황제의 앞에서는 광대를 자청하더니, 이번에는 늙은 시녀의 모습으로 분해 스파르타 해변에 상륙한 헬레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메넬라우스 왕이 그녀를 제물로 삼고자 한다며 헬레나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그녀는 늙은 시녀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웃 맹주의 성, 즉 파우스트의 영역으로 향하게 된다.
자신의 원대로 헬레나와 맺어진 파우스트는 아들 오이포리온과 함께 행복의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그 시절도 짧았다. 부모의 보호와 평온한 생활에 질력을 낸 오이포리온은 바깥 세상, 섬이 아닌 더 넓은 세계로의 동경을 품는다. 그리고 결국 헬레나와 파우스트의 앞에서 떨어져 외투와 칠현금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만다. 슬픔에 빠진 헬레나 역시 파우스트의 품에 옷과 베일만을 남긴 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파우스트는 그 과정을 통해 결심한다. 이제 황제에게 받은 땅을 개간하여 이상적인 사회로 만드는 것을 숙명으로 삼겠노라고.
3. 방황의 끝, 구원과 속죄
여러 모험과 여러 허상에 집착하던 파우스트가 정착한 것은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개간의 삽질 소리가 들리고, 해안가 지대는 차츰 복낙의 사회로 변화한다. 그 광경을 보며 늙은 학자는 결국 소망하게 되었다. 이 순간이 그대로 있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시계의 바늘이 떨어졌다. 파우스트가 자신이 이루어낸 낙원에 만족하는 순간, 눈앞에 지금 이 모습이 영원하길 바라는 순간 그의 시계는 멈추었다. 조종이 울렸다. 그리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허물어진 박사의 육신을 받는다. 드디어 성취된 자신의 내기 조건에 만족하면서.
“굽어보소서, 굽어보소서, 비할 데 없는 당신, 광명으로 가득찬 성모님이시여. 자비로운 얼굴로 제 행복을 살펴주소서! 옛날에 사랑했던 그분, 혼미함이 사라진 그분이 돌아왔나이다.”
그러나 악마는 끝내 파우스트의 영혼을 손아귀에 넣지는 못한다. 그가 지옥의 문을 열고 무수한 악령과 함께 박사의 영혼을 꺼내려 할 때 천상으로부터 장미꽃과 신성한 빛과 천사의 합창이 내려온 것이다.
극중 속죄의 여인으로 묘사되는, 그레트헨의 탄언과 간청이 불러온 기적이었다.
🧐. 🌟 👼
괴테의 역작 중 하나 《파우스트》에 대하여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는 60여 년의 집필 기간을 자랑할 만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역사적 배경과 다양한 전설, 그리고 그리스 신화까지 종합한 글이다. 그렇기에 오늘날까지 다채로운 작품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일 테다.
《파우스트》는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관한 것, 지식에 대한 탐구, 죄악과 선, 끝으로 인간 영혼에 대한 구원을 다루었다.
인간은 나약한 한편 강인한 존재이다. 욕망에 휘둘리지만 그 사이에서 숭고한 가치를 찾으려 한다. 주인공 파우스트처럼.
물론 우리 주인공 박사님이 선인은 아니다. 욕망에 휘둘리고 아름다움에 탐닉하며, 가끔은 좀 노망이 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가 끝에 끝에서 택한 가치는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난 고전적인 미도 아니요, 권력이나 명예도 아닌, 자신이 이룩하고 만든 ‘사회의 행복’이었다.
파우스트는 완벽한 삶을 위해, 자신의 삶에 완성을 위해 방황하는 여정을 걷는다. 그가 추구한 가치는 크게 명예, 권력, 애정이라고 보여진다. 마치 그리스 신화의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여신으로 대변되는 가치와 동일하다. 그 시절에 나왔던 주제가 괴테 시절에도 통용되고, 또 지금에 와서도 계속 소재로 쓰이다니. 인간의 가치 추구는, 인간의 고민은 언제나 한점으로 소실되는 것인가. 늘 이렇게 귀결되는 것인가.
아마도 답이 제각각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좌우간, 파우스트는 그 와중에 헛된 욕망에 빠져 집착하고, 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를 선인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파우스트가 악인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악마의 꼬득임 속에서도 그레트헨에 대한 연심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헬레나에게 동경을 품었으나, 최후에 각성해 자신의 일생을 복낙 사회, 이상향을 건설하는 데 바쳤다.
때문에 그를 악인이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파우스트의 죄가 사라진 건 아니되, 그의 공적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노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숭고하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가지 어그러진 것도 아니다.
솔직히 파우스트가 구원받아 마땅한가 물으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 같다. 그의 사랑이 순결했느냐 물으면 그 또한 고개를 흔들 것이다.
그, 파우스트는 순전히 그레트헨에 의해 구원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괴테가 타인의 헌신에 의한 구원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오직 신적인 아가페적 사랑만이 인간을 구원할 열쇠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한 소위 말해 ‘개고생’이 좀 안돼 보이기도 한다. 그는 그토록 매달렸음에도 결국 인간 영혼의 끝자락도 얻지 못했으니까.
글쎄, 예나 지금이나 괴테 《파우스트》의 해석은 뭐라 정의할 수 없다. 단지 초반 주님이 했던 말씀만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그것이 이 기나긴 작품, 오늘까지 변주되고 있는 《파우스트》의 주제가 아닐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노력이 없다면 방황 또한 없다. 그대 헤매임은 당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니.
문득 카페 열람실 중 제2 열람실의 표제어가 떠오른다. 주로 여행기나 소설 쓰려고 찾은 각종 자료, 관심사 등을 포스팅하는 공간. 그곳의 표제어는 이거다.
[흔들리는 나침반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나침반은 흔들리며 방향을 잡는 까닭이다.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의 바늘은 고장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아마 이스라엘의 속담이라고 했던가.
파우스트의 방황, 흔들림, 유혹과 미혹도 더 나은 삶,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이지 않을까 한다.
그것을 방증하듯 그가 종장에서 바랐던 것은 결국 ‘더 나은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 소망’이었다. 연인과의 한순간도, 부와 명예에 대한 한순간도, 과거의 영광 속에 얻은 일장춘몽의 한순간도 아닌, 그 스스로 만들고 이룩한 한순간이 영원하기를 소망했다.
[순간아, 멈추어라. 너는 진실로 아름답다!(Werd ich zum Augemblicke sagen. Verweile doch du bist so schon!)]
내 카페 ‘작은 도서관’의 사진첩에 표제어이기도 한 이 대사는 인간은 결국 스스로의 발로 일어서, 자신의 걸음으로 성취했을 때 만족하는 생명체임을 나타내는 대사가 아닐까. 비록 그 노력의 과정 속에서 때로 헤매고, 실수하고, 죄를 지을지라도.
다음주 일요일에 연극 <파우스트>를 직관하러 간다. 마곡동에 있는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고 했다.
과연 원작 《파우스트》를 어디까지 각색했을지 궁금하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는데, 헬레나와 고전적 발프르기스의 밤, 호문쿨루스 등이 나오는 2부까지 다룰지, 아니면 원작 1부 내용만을 일부 차용해 그것만 주로 다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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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빠, 내가 요약본까지 썼으니까 연극 <파우스트> 무대 해설, 연출, 마술, 효과 등등 그런 설명 잘 부탁해~ ㅎㅎ
첫댓글 인생의 종막에서 파우스트를 보게 돼 흥미로운 기대를 불러온다.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번민과 갈등은 결국 인간의 본성인 선에 대한 욕구로 귀결 됨이 안심이 된다. 아무튼 감동이 와 닿는 연극이였으면 좋겠다.
끝으로 티켓 땡큐. 나를 위한 서평은 과분한 선물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