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가 은하수처럼 흐르는 날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숙박 객을 받을 수 없다
일본의 호텔측이 안내하자 로비에 몰려 있던 숙박 예약객 50여 명은 조용히 줄을 서기 시작했다.
노약자들이 앞에 세워졌다.
암흑 속에 일렬의 줄이 생겼다.
호텔 측이 긴급용으로 우동 10 그릇을 가져왔을 때다.
우동그릇을 향해 달려들기는커녕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고객의 허기를 걱정하며 뒤로 뒤로
우동을 돌리는 ‘양보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일본 전역에서 주인 없는 상점에서 약탈 행위가 있었다는 뉴스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규모 9.0의 대강진과 10m가 넘는 쓰나미가 동 일본을 덮친 2011년 우리나라 신문이 보도한
‘일본은 있다’ 기사의 일부분이다
일본인의 질서 의식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일본인이 이렇게 질서 의식이 높은 이유는 무얼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나는 그들의 긍지 높은 민족의식을 들고 싶다
일본은 ‘아마쓰미오야(天祖)이래 황위의 계승에 어지러움이 없이 단지 하나의 혈통이 황위를
이었으며, 이는 천축(인도)에도 없었다.
중국은 특히 난역으로 질서가 없는 나라였다.
하늘의 자손인 오직 우리 민족만이 만세 일계(萬世一系)다’ 라고 조상의 이야기를 날조하여
자랑하고 있다.
그 진위는 차치하고 그들은 하늘의 선택된 자손이라는 강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중국에 조공할 때 그들만이 조공권 에서 물러나 있었고, 유라시아를
정복한 원나라 역시 그들을 정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아가서 신이 보호하는 나라이기에 신풍(사실은 태풍임)이 불어 원나라를 물리칠 수 있었다는
생각은 마침내 2차 세계 대전 때 신풍을 하와이까지 가지고가, 젊은 목숨을 벚꽃 떨어지듯이
태평양 바다에 떨어지게 했다.
참, 가당찮은 일들을 자행했었다.
아무튼 하늘의 자손이라는 민족의 자긍심은 그들의 힘이요 사회 유지의 뿌리요
훼손되어서는 아니 될 가치가 된 것이다.
신의 자손이라는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
예의를 삶의 기본으로 한다는 것들이 신념화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뿌리에 대한 자긍심은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존엄하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나는 젊을 때 선친에게 우리 고향 세거(世居)마을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집안에서는 의병이나 독립 운동을 하지 않았어요?”
“글쎄, 의병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큰집 윗대 종손과 몇 분이 일본 순사 일행에게 돌팔매질을
하면서 혼내 준 일은 있지”
종손은, 우리 마을 청년을 불온한 사상의 소유자라며 강제로 붙잡아 가는 일본 순사 일행에게
거칠게 저항하다 인근 경찰서에 붙잡혀가 고생 했다는 것이다
젊은 나는 그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꽉 차 오름을 느꼈었다.
금세 종손 할아버지는 나의 이순신 장군이 되었다.
거북선의 불기둥처럼 돌팔매질은 화염이 되어 그들의 머리위에 내리 퍼부었다.
일본 순사는 큰칼을 휘둘렀지만 할아버지는 굽히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 옆으로 달려갔다.
전투를 독려하는 큰북을 정신없이 쳤다.
북소리는 계곡으로 울려 퍼졌다.
그 후 나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자랑스러운 후손이 되고자 노력했다.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교육 자료는 없을까?
그래서 우리 국민 모두가 민족의 자긍심이 상처받지 않기를 조심한다면, 우리의 질서는
아름답게 변화하지 않을까?
단군 왕검 이야기, 광개토대왕 이야기, 세계 최고 발명품이야기 등 손꼽아보면 우리의 자랑은
참 많다. 특히 조선의 선비정신은 조선 사회를 맑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청량소가 되었었다.
선비는, 어질고 지식 있는 사람, 지식과 인격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선비 정신의 근간은 ‘예의’와 ‘염치’이다
‘예의’ 바르고 ‘염치’를 알아야 선비로서 인정받을 수 있고, ‘예의’에 어긋나고 ‘염치’를 저버리면
선비로 대접받지를 못했다. 선비사회에서는 ‘무례하다’거나 ‘염치없다’는 지적은 다른 사람에
대한 가장 심한 비난의 하나였다. 선비문화는 바로 ‘예의문화’요 ‘염치문화’였다.
선비문화에서는 효자 효부가 골골마다 널려 있었으며. 의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었고, 어른과
젊은이 사이에는 예절이 있었다.
염치없는 일은 행하지 않았다.
질서가 은하수처럼 흐르던 사회였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는 천자의 나라 중국에서도 우리를 동방예의지국으로 부러워하였다.
적어도 오늘의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건전한 질서 문화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 ‘사회질서가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 또한 전형적’이라는 신문
보도를 보면서 ‘선비문화로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자’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구일보/신동환(경산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