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차법 폭주에 급등한 전세와 월세로 임차인들은 어려움이 많다.
조선비즈|연지연 기자|2022.04.23.
“2017년 5월 수준으로 집값을 되돌려준다고 해서 믿었다. 다주택자가 팔지 않으면 안 될 수준으로 세금도 올린다고 했다. 그 말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집 안사고 버텼더니 전월세 값 부담만 늘었고, 제 덕분에 집주인만 돈 번 거 같다.”(서울 강동구의 전세입자 A씨)
지난 5년간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계층은 무주택자다. 눈 깜짝할 사이 올라버린 집값에 발만 동동 구르면서 세월을 보냈다. 급등한 집값만 봐도 속이 쓰릴텐데 당장 더 큰 문제는 전셋값이나 월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이다. 임차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2020년 8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이 전·월셋값 상승에 기름을 부으면서 살던 동네를 떠나야 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1. 치솟는 집값에 서울 떠난다.
4월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서울은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아 인구가 순유출됐다. 서울을 떠나 다른 시도로 간 인구는 56만7000명이었다. 반면 경기도는 전입자가 더 많아 15만500명의 인구가 순유입됐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강원·충북·충남·전북 등에서 경기도 전입이 가장 많았다.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5만6000명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서울 인구가 순유출을 기록한 건 지속적인 추세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 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매년 평균 56만9066명이 서울을 떠났다. 특히 20·30대의 탈서울 행렬이 두드러졌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을 떠난 20·30세대의 비중은 전체의 46.0%를 차지했다. 30대(24.1%)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22.0%), 40대(14.1%), 50대(11.8%) 등의 순이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1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을 빠져나가는 주된 이유는 20대의 경우 가족·직업, 30대의 경우 주택·가족 순으로 꼽혔다. 치솟은 집값에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 밖으로 떠나거나, 부모님이 서울 밖으로 이사하면서 함께 떠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2. 임대차 3법 이후 전세값 2배된 은마아파트이다.
무주택자의 고통에 기름을 부은 것은 2020년 8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문재인 정부 들어 5년간 40.64%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 3년 2개월간은 10.4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시행 이후 불과 1년7개월 만에 27.33% 급등했다.
이는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때와 임대차 3법이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선의로 시작된 법안이었는데 오히려 악법이 됐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예상한 임대인들은 2년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금액까지 녹여 호가를 제시했다.
전세 매물이 많았다면 자연스레 조정을 거쳤겠지만, 당시만해도 각종 규제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조합원일 경우 2년 이상 거주해야 입주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나온 규제지만, 이와 같은 법안이 발의되자 집주인들은 직접 실거주에 나서거나 빈집으로 남겨두고 전입신고만 해두는 쪽을 택했다.
이 때문에 가격 왜곡이 가장 심했던 대표적인 곳이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다. 이 곳은 재건축 논의만 20년째 이어지는 아파트라 주거 환경이 낙후됐고 그만큼 전세가격이 저렴했다. 하지만 수요는 늘 많았다. 자녀가 좋은 학군에서 공부하길 바라는 ‘맹모’들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임대차 3법이 통과되자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전세계약이 9억~10억원선에 체결됐다. 2018년 10월 전세계약 최고가가 5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새 전셋값이 두 배가 된 것이다. 이는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이상 실거주를 의무화한 법안이 없던 일로 되면서 바로잡혔다. 최근 호가는 6억~7억원 수준이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을 전세장이 열렸는데 전세 물건이 없어 난리였던 상황”이라면서 “돌이켜보면 그 때가 과열됐던 것”이라고 했다.
3. 전세 오를만큼 오르니 월세로 불붙었다.
전세금만 오른 것도 아니다.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이상 꿈쩍 않던 월세 가격도 임대차법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자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에 이어 110.7을 기록했다. 2~3월 수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KB부동산 아파트 월세 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100)으로 전용면적 95.8㎡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 가격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대 5억원까지 나오는 전세자금대출로 뛰는 전셋값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들이 월세로 상승분을 보충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를 2억원 보증금에 월세로 산다고 할 때, 2021년 4월엔 190만원만 월세를 내면 됐지만 7월엔 300만원, 9월엔 420만원까지 오르더니 지난 1월엔 월세로 510만원을 내야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전세자금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시킨다는 소문이 돈 데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를 넘어서면서 차라리 월세살이를 택한 이들이 늘어나 월세도 오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살고자 하는 주택 수와 동네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생긴 일”이라면서 “급격하게 값이 오른만큼 전월세 값도 소폭 조정이 올 수는 있지만 5년 전 가격으로 되돌아가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조선비즈 연지연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