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5일,
미국 ‘탄저균 테러’ 공포 확산
2001년 911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탄저균 테러(2001 anthrax attacks)로 미국이
다시 혼돈과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아메리칸 미디어’ 직원 수명이 탄저병(炭疽病)에
감염되고, 그 중 한 명이 2001년 10월 5일 사망하면서 탄저 테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발생한 인간탄저병이 뉴욕 네바다주 등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지구촌을
탄저병 위협으로 몰고 갔다. 독일 슈뢰더 총리, 미국 민주당 톰 대슐 상원의원, NBC방송 뉴스앵커 톰 브로코,
플로리다 타블로이드 더선 편집실, 레이히 의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에서 탄저균이 담긴
편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배달된 우편
이중 톰 대슐의원에게 발송된 편지에서 노출된 탄저균에 의원실 직원 19명이 감염,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플로리다주 타볼로이드판 신문인 ‘더선’의 사진 편집인인 밥 스티븐슨이 흡입형 탄저균에 감염, 사망했다.
또 그리고 스티븐슨이 재직했던 신문사 우편물 정리실 직원 2명이 각각 탄저균에 양성 반응을 보였고,
NBC방송 뉴스진행자 개인비서가 탄저균에 감염 입원했다.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과 보건당국은 탄저균 테러에 극도로 긴장하며 전국에 최고수준의 경계령을
내렸음에도 뉴욕, 네바다 등에서 탄저균 양성반응이 연이어 나타났다. 이 때문에 NBC방송 뉴스편집실이
수 시간 동안 소개되거나 심지어 의회건물도 폐쇄되는 등 통제에 들어갔다.
당시 미국 상황
영어로는 “anthrax”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석탄’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탄저’를 가리킨다.
사람에게 탄저가 발생하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검은색 딱지가 앉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탄저는 소, 말, 양, 염소 등의 초식동물에게 탄저균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사람이나 육식동물도
감염된 동물과 접촉을 하게 되면 전염될 수 있다. 탄저를 감염 경로에 따라 분류하면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피부형,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소화기형, 공기중의 탄저균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호흡기형이
있다.
피부와 소화기에 발생한 탄저는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하지만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 탄저균은 감염 즉시
항생제를 투여 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80-95%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보고서에 의하면 50kg의 탄저균 포자가 최적 기상조건에서 50~5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20 Km2 넓이의 산업화된 도시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수직 방향으로 2km의 선모양으로 살포되는
경우 수만~수십만 명이 사망하거나 무능화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2001년 탄저균 테러로 5명이 사망했고 17명이 감염되었다. 당시 미 정부는 국제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를, 이스라엘 정부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Hussein) 당시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사건
발생 7년 만인 2008년 8월 테러의 유력한 용의자로 미 육군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브루스 아이빈스(Bruce
Edwards Ivins, 1946-2008)를 꼽았다
브루스 아이빈스
그러나 정작 FBI의 수사가 좁혀지자 아이빈스는 2008년 7월 29일 자살했다. 아이빈스는 35년간 미
메릴랜드주 포트 디트릭의 육군 생물학무기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미 수사당국은 아이빈스가 FBI로부터
기소 예정 사실을 통보 받은 뒤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2년 뒤 연방수
사국(FBI)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수사를 공식 종료했다.
하지만 아이빈스가 진짜 범인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있다. 한 심리 상담가는 그가 동료 연구원들을
살해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었던 인물로 증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아이빈스를 "적십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이직하는 동료에게 자작곡을 연주해 준 온화한 인물"로 기억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한 연구실 동료는 "그의 자살은 수사관들의 모욕, 압박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탓"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의 증거는 대부분 '상황 증거'다. 아이빈스의 연구실에서 에임스 변종 탄저균에 접근할 수 있었던
연구원은 10명 이상인데다가 그가 탄저균 우편물을 발송했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다고 NYT는 보도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에서 ‘탄저균 우편물 공격’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국내에서도
탄저균 의심 신고가 빗발치는 등 ‘흰색 가루’의 공포가 이어졌다. 2001년 10월18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발견된 흰색 가루를 생화학테러 대비 요원들이 수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