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출범이 채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불거진 양양군과 양양군의회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내년도 당초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작된 집행부와 군의회간의 갈등은 김진하 군수와 최홍규 군의장이 최근 만나면서 표면상으로는 봉합이 됐다. 하지만 삭감된 당초예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닌데다 양측이 앞으로도 예산 편성권과 심의·의결권을 놓고 언제든 이견을 보일 수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 예산안 심의
양양군의회는 최근 열린 제204회 정례회에서 양양군 각 실·과·소별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양양군의 2015년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했다.
군의회는 이 과정에서 세입에 잡혀있는 주청리 군유지 매각(20억원)을 부결키로 하고 양양군청 서고 철거 및 신축 7억원, 양양도서관 증축 및 리모델링 4억원, 전원마을 조성 3억원, 주민자치센터 운영비 2억원, 양양시니어클럽 운영비 1억원, 낙산사 꿈이 이뤄어지는 길 보강공사 4693만2000원, 예비비 등을 삭감했다.
군의회는 삭감사유에 대해 “서고 신축 관련사업 등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발사업에 우선 투자가 필요하고 전원마을 조성은 위치가 부적정한데다 낙산사는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어 사찰내 보수사업은 자부담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양군은 “그동안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수차례 검토하고 간담회를 통해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음에도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주요사업에 군의회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입장이다.
■ 갈등 심화
예산 심의과정에서 촉발된 양양군과 군의회 갈등은 지난 19일 열린 주민자치위원회 워크숍에서 표면화됐다.
이날 인삿말에 나선 김진하 군수는 자치위원들에게 예산삭감을 언급했으며, 앞자리에 앉아있던 최홍규 군의장은 삿대질과 함께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초예산 삭감을 계기로 시작된 집행부와 군의회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양측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군의회에서는 “양양군이 평소 군정 주요현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집행부는 “예산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군의회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예산삭감을 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양쪽 모두 “민선 6기 초반부터 기선을 잡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상대방에게 끌려다닐 것”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군의회가 성명서에서 “군수는 삭감된 예산이 꼭 필요하다면 의회를 찾아와 설득하고, 의원들도 이에 공감한다면 추경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것이 절차”라고 주장하고, 집행부는 “어차피 추경에 다시 세워줄 예산이라면 결국 불필요한 삭감을 감행했다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 주민반응
양양군과 의회의 갈등은 지난 23일 김진하 군수가 본회의 참석차 군의회를 방문하면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대립각을 세우던 군의원들도 한발 물러서기로 하며 일단락됐다.
양측의 화해에도 불구하고 양양군과 군의회의 갈등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색삭도 설치와 가톨릭관동대 양양캠퍼스 활용,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지역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민선 6기가 첫해부터 예산심의를 빌미로 서로가 기선잡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주민자치위원회 워크숍에서 충돌했던 불미스러운 사건은 이유를 불문하고 의회와 집행부 양쪽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의회와 집행부 모두에게 진정한 화해와 소통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준화 번영회장은 “잘잘못을 떠나 양양군과 양양군의회가 갈등을 털고 화합키로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양쪽 모두 주민들이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한 선량들인 만큼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양/최 훈 choihoo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