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균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녹여내는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작가 공상균
출판 나비클럽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의 공상균 저자는 현재 예순넷의 농부입니다.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산청의 어느 산속 빈집에서 시골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듬해에 결혼한 뒤 고향 경남 하동으로 내려가 아내와 흙집을 짓고 아이를 키우며 3000여 평 땅에 농사를 짓고 살아가다, 아들이 대학교에 갈 무렵 그는 만학도가 되어 쉰이 넘은 나이에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 아들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과 함께 시를 배웠습니다.
“그렇게 시는 삶의 소중했던 어느 순간 앞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시의 따듯한 숨결이 고단했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시가 주는 위로였다. 이렇듯 세월과 함께 늙는 몸과는 달리 마음 더욱 푸르게 돋아나는 경험을 하는 탓에 일기를 쓰듯 공책에 시를 옮겨 적었다. 시를 읽으며 열일곱 살의 나를 만났다. 스무 살, 서른 살, 살아온 모든 순간의 나를 만났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세월이라 한다면, 앞으로 맞이할 시간은 설렘이라 부르고 싶어 나의 시 읽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농부로 산 세월보다 시에 마음 얹어놓고 산 세월’이 더 길다고 말한 작가는 비록 등단하지 못했지만 시 한 편이 주는 감동과 설레는 마음을 계속 느끼고 싶어 ‘시’ 읽기를 멈추지 않을 거라 말합니다.
청춘의 어느 한 지점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 예순일곱에 멈춰버린 아버지 얼굴이 생각이 날 때, 인생이라는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어느 따뜻한 인연이 그리울 때마다 읽었던 시들을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화개에서 농부로서 땀 흘린 세월과 민박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과 묶어 이 책에 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집 1층을 책방으로 꾸미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을 사 모아 ‘뒹굴뒹굴 헌책多방’ 책방을 열려고 노력했지만, 제한지역에 묶여 열지 못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책 5000여 권으로 ‘지리산 달빛도서관’이라는 서가를 꾸렸습니다. 농장 옆에 작은 도서관을 갖는 꿈과 함께 ‘동화’를 쓰는 꿈을 꾸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고뇌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 읽는 농부’가 쓴 이 책은 젊은 날 자신에게 시집와 힘든 시골살이에 푸념 한 번 하지 않고 따라와 준 아내, 자신을 닮아 문학을 사랑하는 아들, 도시에서 내려와 농촌 길잡이의 뜻에 동참해준 딸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진한 바탕이 되었다는 공상균 작가가 쓴 시들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 수수하지만 보태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글이었습니다.
차가운 현실에 발이 묶여 멈춰있는 이 시간에도 흙과 종이 위에 꿈을 일구는 농부 공상균 작가의 책을 읽으며 ‘시’라는 따듯한 이불 덮고 두려운 마음, 불안한 마음 녹여내며 이번 겨울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