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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서 5·18 분과장을 맡고 있다는 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는 5·18 묘역에 방문하는 학생 중에 전두환 비석을 과격하게 밟으면서 욕설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교사 입장에선 이런 혐오의 감정이 확산하지 않으면 좋겠다”면서도 “전두환은 많이 아프면서 오래 고통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에 거리낌이 없다. 유력 대선 후보들조차 5·18 묘역을 방문할 때면 사상 검증하듯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가고, 또 이게 주요뉴스가 된다. 5·18의 이름으로 혐오와 증오를 가르치고, 5·18의 이름으로 사상의 자유를 유린하는 지독한 역설이 일상이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서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 교육청은 관내 초·중·고 모든 학교에 연간 2시간 이상 5·18민주화운동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부분 5월 18~27일 기념 교육주간에 계기 교육 형태로 실시한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 계기 교육 실시안에 따르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포함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현수막 게시, 계기 수업이 필수다. 여기에 주먹밥 먹기 체험 활동과 5·18 관련 주요행사 참여 등이 포함돼있다. 일선 학교에서의 5·18 교육은 공수부대 만행을 재현한 공연이나 영화 관람, 5·18 기념관 방문 등이 주를 이룬다. 5·18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 25년이 지나고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5·18 교육은 보편의 가치인 민주주의 교육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1980년 5월의 피해에만 갇혀있다.
20~30대 청년들에게 518을 처음 접한 기억을 물으면 대부분 "5·18의 참혹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라며 "성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는 충격"이라고 대답한다. 이들은 그나마 간접경험 세대지만, 50대 이상의 광주시민은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아간다. 고립된 도시에 밤마다 들려오는 총소리와 그에 맞춰 덜덜덜 떨리던 창문 소리의 공포가 여전히 생생하다. 해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면 전남대병원 영안실과 상무관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시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런 5·18 직접경험 세대의 트라우마는 제도권 교육을 통해 현재까지도 간접경험 세대에게 재생산된다. 그리하여, 80년대 투쟁구호가 2022년 초등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고 도심 광장에 설치한 흉물을 발로 차고 때리는 원시적 분노표출이 이어진다.
5·18은 민주화 운동이고 5·18 정신은 곧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면서 대의제와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하는 게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이러한 실질적 민주주의는 조화와 통합을 목적으로 하지 대립과 갈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보편타당한 민주주의 사상이 5·18 교육의 주류를 차지하지 못하고 트라우마를 재생산하는 비교육적인 교육에 자리를 내어준 건 지배 엘리트가 5·18을 사유화한 탓이다. 5·18 교육을 주도하는 파워 엘리트들은 5·18을 역사적 사건으로 객관화하면서 화해와 용서, 조화와 통합의 정신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 증오와 투쟁의 도구로만 이용한다. 사랑한다면, 현재를 잘 살아가며 아픔을 승화하고자 하지 시시때때로 아픔을 헤집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슬픔과 분노를 흘려보내고 5·18이 지켜낸 생명 존엄과 자유 존중의 가치를 드높일 거다. 사랑하기보다는 이용하려는 세력, 즉 5·18을 사유화한 세력의 존재를 빼놓고는 5·18 교육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고발한다. J’Accuse…! 다른 기사
5·18을 사유화한 정치세력은 5·18을 내세워 상대진영을 악마화합으로써 손쉽게 지지를 얻는다. 지배 엘리트를 구성하는 교사, 지식인, 활동가들은 공동체주의라는 공감대 아래 5·18 교육을 집단주의 의식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 결과 5·18은 1960년대생 35년 차 시민사회 활동가조차 다음과 같이 평가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020년 광주 동구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사무실에서 행사위 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전환된 5·18기념행사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0년 당시 5·18은 세계적인 5·18이었어요. 그런데 90년대의 5·18은 대한민국의 5·18로 줄어들고, 2000년대 5·18은 광주만의 5·18이 되어버렸어요. 열린 광주가 되지 못한 폐쇄적인 광주가 우리를 좀먹고 있는지도 몰라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오월을 묻고 광주를 듣다』에서)
우리 아이들이 5·18의 아픔을 넘어, 광주의 고립을 넘어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즐길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5·18을 사유화한 지배 엘리트의 각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배 엘리트의 위세에 눌려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시민이 저마다 존엄한 개인의 목소리를 내어 5·18을 사유화하고 있는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지배 엘리트를 교체해나가야 한다.
[광주 전교조의 공식반박]독일도 아우슈비츠 학살을 반복 교육한다
광주에선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 5·18 교육이 보편적인 민주주의 교육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분노와 증오를 자극하는 데 치우쳐있다는 배훈천 광주 카페 사장의 칼럼에 대해 김동혁 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이 공식 반박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배훈천 광주 카페 사장
배훈천광주 카페 사장
광주·담양에서 커피를 볶는 카페 사장.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만민토론회' 연설로 주목받았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비판한 『K방역은 없다』 공동 저자. 1980년대 전투력으로 이름을 날린 전남대 학생운동 조직 출신. 호남대안포럼·광주시민회의에서 활동 중.
중앙일보는 세대 갈등이 첨예하던 2021년, 2030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해 던지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 칼럼 시리즈 ‘나는 저격한다’로 온라인 공론장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그대로 유치한 채 필진과 대상, 주제를 확장한 ‘나는 고발한다’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매주 월~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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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대하는 다양한 시선Re:Think
공식반론
김동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
독일도 아우슈비츠 학살을 반복 교육한다
1959년 12월 24일 독일 쾰른의 한 유대교회가 습격당한다. 두 명의 극우 성향 정당 당원이 새로 문을 연 유대교회를 나치 상징과 구호로 훼손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독일에서 반(反)유대주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고, 국제적으로 반유대주의 물결이 퍼져나갔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 아도르노는 이러한 반유대주의 파시즘 현상의 원인을 과거 청산 교육의 왜곡에서 찾는다. 과거청산이란 말을 지나간 것을 진지하게 정리하고 밝은 의식으로 과거의 미몽을 깨부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종결점을 찍고 가능하면 그 자체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으로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나치즘은 민주주의 세력이 승리한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종식되었으니 이제 나치즘 얘기는 그만하고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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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ljb****9시간 전
광주를 걱정하고 지켜보는 국민입니다. 518 광수으로 폄하하는 사이비 과학자 못지 않게 518을 사업화하는 이익단체들을 보며 이제는 광주시민들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야 할 지역의 지성들이 좀더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이미 정치권에선 518로 공천권 따내는게 정석이 돼 전혀 기대를 할순 없읍니다만 교육 사회 문화 경제 등 비 정치권에서 활약하는 지역의 지성들은 그래도 할말은 하고 죽는게 후손들을 위한 바른 자세입니다. 특히 강기정 같은 강경 주사파가 광주시장 후보로 결정 됐다는건 다음 광주시장이 주사파 강기정이 확실하다는 것인데 이건 대도시 광주에 앞으로도 종합쇼핑몰이나 마트는 가망이 없고 그냥 소달구지 타며 으샤으샤 공산당 노래나 부르며 광주의 어린학생들이 세뇌되며 자란다는 이야기 입니다. 끔찍하지 않나요? 광주의 지성들은 그래도 한말씀 하고들 죽읍시다. 서울에선 최진석 서민 진중권 김웅 등 호남 출신들이 그래도 용감하게 좌파들을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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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ye****6시간 전
분노를 가르치는 교육은 세뇌라고 생각합니다.이제는 세뇌가 아닌 진정한 역사 교육을 해야하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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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qkqh****8시간 전
한국이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역사적 유산인 5.18을 어떻게 기억하고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숙의는 언제든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사장님이 상정하는 표현,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5.18 교육이 여전히 '5.18 교육'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5.18 교육을 의무화시킨 것은 5.18을 국가의 공식적인 기억 속으로 초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4.3의 제주가, 5.18의 광주가 겪은 일은 어디가지 않고 지역의 트라우마로 계승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역사의 상흔을 깊이 새긴 이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섣불리 '통합'을 논하기보다 5.18을 어떻게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일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통합이 아니라 '제도화된 갈등'입니다. 사회적 기억은 과거의 영역을 넘어,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합의를 일컫는 현재적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5.18 의무교육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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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14화나요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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