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번의 힘? BSBC VBS (20180707)
2018년 7월 2-6일, 월-금요일
이곳에서 서, 그리고 북으로 51마일 거리에 위치한 Bitter Springs Baptist Church에서 캘리포니아에서 방문한 팀에 의해 VBS 사역이 이뤄졌다.
(관례적으로 팀들의 지역은 공개하지만 사역교회 이름이나 사역자 이름들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동안 두 번 한 결과에 대하여, 특히 현지인들의 반응에 대해, 이러저런 생각을 하던 차였다.
세 번째...
우선 현지교회의 자세다.
그동안에는 상당히 피동적인 자세로 팀을 맞았는데 이번에는 아주 적극적으로 준비한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석양빛과 바람을 막기 위해 파빌리온(pavilion)의 서쪽을 천막천이 아닌 나무판으로 막은 점.
목재로 샤워장을 만든 점.
실내에 냉장고와 냉동기를 준비한 점.
아이들 동원에 적극 참여한 점.
장래 사역에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이다.
이 교회는 사실 숙식과 사역에 그리 유리한 시설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사역팀들의 적응이 많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팀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잘 감당했다.
하지만 이번 눈에 띠는 현지교회의 적극적인 태도에 나나 팀이나 많은 격려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역 내용도 창세기에서부터 요한계시록까지의 모험.
즉 각 책 이름 외우기였다.
대형출판사에 의해서 발간된 교재를 답습한 것이 아니라 현지 아이들의 수준과 필요에 꼭 필요한 과정을 취급한 것이다.
게다가 팀과 현지 아동들은 지난 2년간의 사역으로 인하여 형성된 관계에 근거하여 사역의 모든 과정들을 친숙하고 편안하게 잘 감당할 수 있었다.
더불어 현지 역점사업인 “연령에 적합한 성경책-Age-Appropriate Bible 공급”을 위하여 365 Read Aloud Bedtime Bible Stories도 공급하였다.
이런 것들은 아마도 3년이라는 그리 길다고 말할 수 없는, 세 번째라는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사역의 수고에 더해 기다림의 인내가 반드시 필요할 것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과연 우리의 인내는 충분했었나 자성해본다.
샤워장.
모처럼 현지인들이 우리와 더불어 벼르던 샤워장을 만들었다.
기둥을 세우고 널판으로 막고, 문을 달고, 게다가 물통받침을 높이 만들어서 수돗물로 물을 채워 태양열로 데우고 중력으로 흘려서 몸을 씻게 만든 것인데...
정성은 고마우나 아랫도리가 무릎정도까지 노출되는 점, 물통이 20갤런으로 작은 점, 문 잠금쇠 구멍이 잘못 뚫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 등이 아무래도 아쉬워 현지 짬밥(경험)을 토대로 약간의 개선도모...
주변에 흩어져있는 폐목재를 동원하여 아랫도리도 막고, 물통받침도 가외로 보강하고 물통도 50갤런짜리로 대체하고 그에 따라 약간의 배관도 변경.
예년에 비해 상당수준의 샤워환경 개선에 확실히 성공하였다.
모래강풍 엄습.
주민잔치가 사역의 마지막 날인 목요일 저녁에 열리기로 계획되어 파빌리온 아래 자리를 진설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이제 주민들의 당도를 기다리는 참에 저쪽 남쪽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모래바람.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기를 바라며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바람벽에 의지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모래바람 심하기로 유명한 보호구역 안에서도 보기 드문 강풍이 도저히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야외행사를 포기하고 참석인원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호간(Hogan, 원주민 전통의 팔각건물)으로 자리 이동.
그야말로 이런 형편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거의 난장판예측 수준이었지만...
그 좁은 곳에서도, 물론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겠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식사 외 계획했던 경품 뽑기, 단막극, 서로간의 간증, 인종과 연령을 초월하여 전 참석자가 다 함께 나바호어로 부른 “예수사랑하심은” 등 은혜로운 순서들이 모두 진행되었음에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한 담당 사역자들과 모든 참석자들의 섬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목요일 저녁 행사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는 현지 성인들과 아동들... (거친 바람은 계속되었지만 다행히 모래바람은 아니었다.)
금요일 아침, 팀들이 떠날 준비를 하는 와중에 교회 지도자들은 물론 다수의 현지 아이들이 교회를 찾아와서 밤새 스스로 만든 (그들 중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공예품을 만들어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공예품을 선교팀에게 건네는 등...
떠나는 세 대의 차량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피차간에 손을 흔들며 잠시 헤어지는 “하꼬~네” (다시 보자는 뜻의 나바호말) 장면...
마지막 저녁을 함께 일박하고 (차에 실려 있던 짐들을 트레일러로 다 옮겨 싣고 화물칸에서 숙박 성공) 현지 교인들과 미래를 약속하며 트레일러를 끌고 오는데...
애초에 전날 집을 출발할 때 잔여 연료가 분명히 왕복거리인 백여 마일을 훨씬 넘는 130여 마일 주행가능을 확인했는데, 아마도 트레일러를 끌어서인 듯, 급속하게 감소하여 도착 7마일 전에 드디어 0마일에 도달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지만 중간에 주유소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7마일 후 집에 도착, 트레일러 주차 (수차례 전, 후진 반복... ㅠㅠ)....
그리고 명일(토요일) 우편물 가지러 나가는 길에 기름을 넣었으니 최소 0마일 표식 이후 약 10마일 정도는 달리지 않았나 싶다.
하긴 제로마일 이후로도 꽤 갈 수 있다고들 하긴 한다만 그렇다고 그걸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 다행히 차를 길에 세워놓고 (이것도 어느 정도의 위험 동반) 휘발유를 사러 가야하는 형편은 면했으니 그것도 Thank God.
기타 자잘한 일들은 기억 속에 담아두기로 하고....
이곳에 기록된 일들이 이곳에서, 이번에만 발생하는 일들은 아니다.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요점은 이거다.
세월, 세월만이 줄 수 있는 힘...
세월의 흐름 속에서만 이뤄지는 일들이 있다는 것.
시간 속에서 인내하지 않으면 거둘 수 없는 열매들이 있다는 것.
아니... 모든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내가 꼭 필요하다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샤워장 내부 (대견해서... 물통과 샤워헤드가 다 장착되었을 때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뒤쪽. 수압을 위해 높이 설치된 물통 받침
마지막 팀들이 떠나기 전 선교팀과 배웅나온 현지인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아내가 찍음. 나는 맨 우측 위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