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자연 수명이 약 100년 쯤 된다면, 진공관 오디오의 수명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친구를 집에 들여 온 것이 2009년 12월 23일 이니 이제 만 12살이 지났다.
그동안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내 곁에서 노래도 크게 들려주고 바깥 소식도 잘 전해줬는 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입을 딱 다물고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뭐가 못마땅 한 지, 아무리 들여다보고 닦아주고 만저주고 전기를 넣어줘도, 진공관 속 불빛만 노랗게 껌벅일 뿐 도무지 아무 반응이 없다.
여기저기 전자제품 수리에 용하다는 의사(?)를 수소문 해 전화를 해봐도, "글쎄요~ 진공관은 제가 잘 몰라서" 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
결국, 그 친구를 만들어준 서울 제작소에 연락을 했다. "그동안 모델이 많이 바뀌어 전화로는 진단이 어렵고, 수리를 하려면 직접 서울로 가지고 오라"고 응답이 단호하고 냉냉하다.
내일은 대전 원동 중앙시장에라도 나가봐야겠다. 아직 그 곳엔 고서적 책방과 함께 LP 음반 판매점이 있고, 오디오 수리점도 있다고 한다.
시골에 사니, 몸 아프면 도시로 큰 병원을 찾아 나가야 하듯, 오디오 병원도 도시로 직접 찾아 나서야겠다.
아직은 가벼운 병 일뿐 제발 그 친구의 수명이 다 하지는 않았기를 조용히 기도해본다!
2022. 2. 10 병이 난 진공관 오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