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사진전
'배다리 헌책방'
2013.12.27 ~ 2014. 1
인천시립박물관과 사진공간 배다리가 함께하는 배다리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배다리'의 두 번째 이야기.
김승혜의 '배다리 헌책방'
지역 배다리는 일정시대에 한국서민들이 모여드는 가장 큰 시장이었다. 이곳은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파는 난전도 함께 벌어졌는데 이때 헌책들도 팔고 사는 물품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헌책들이 가게로 되고 이후 30여개 이상이 되는 헌책방들이 모여 있는 헌책방 거리를 이루었는데 인천이 신도시들을 만들고 구도심에 있는 학교들이 신도시로 빠져나가면서 헌책방 거리는 축소되어 현재는 6개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배다리의 헌책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서점의 기능을 넘어 문학을 이야기 하는 공간으로서 탈바꿈되고 있다. 아벨서점의 상설 책 전시와 매달 한 번씩 여는 시다락방 행사. 나비날다의 영화감상, 키타강습, 기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단순한 헌책방이 아닌 다양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이번 김승혜의 전시 '배다리 헌책방'은 이러한 배다리의 현재 모습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지금 2013년 12월에 존재해 있는 배다리 책방의 모습이다. 50년이상을 책만 팔아 오신 한길 인생의 삼성서림, 집현전의 서점 주인의 모습에서만도 진한 아우라가 느껴져 온다. 갤러리의 문을 나서면 왼쪽 오른쪽 서점의 문을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배다리의 헌책방들을 통하여 우리는 잊힌 기억을 꺼낼 수 있다. 오래 전에 읽었던 황석영의 '꼬방동네 사람들' 등 추억 속의 소설... 만화 삼국지 등이 전집으로 노끈에 묶여 있고... 몇 만원으로도 하나 가득 책을 헌팅할 수도 있다.심지어 500원으로도 시집 한 권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천정 끝까지 높이 올려 있는 책을 찾기 위해 세월의 흔적이 담긴 사다리로 올라가야 하는 즐거운 일도 만드는 곳이 배다리 헌책방이다. 김승혜는 이러한 배다리 헌책방의 모습을 27장의 사진으로 담아냈다.
배다리는 신기한 곳이다. 이곳에서 오면 80년대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향수가 있는 거리이다. 이 곳 헌책방 안에서 또 다른 시대를 만날 수 있다. 김승혜는 그 추억의 통로를 만들었다.
헌책방골목을 찾아서
사진. 글 / 김승혜
초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인천시 금곡동 배다리 헌책방 골목길은 한산했다. 60년대 중반엔 그렇게도 북적거렸다는 헌책방골목엔 이제 대여섯 군데만이 남아있고, (나비날다,대창서림,집현전,아벨서점,한미서점,삼성서림) 책장을 가득 메운 헌책들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준비 중’, ‘가게 세놓음’이라는 큼지막한 광고도 눈에 띈다.
헌책방골목은 창영학교 부근에서 시작되어 서른 대 여섯 군데 정도 되었는데 오고가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뚜껑도 없는 사전을 없어서 못 팔았고, 종이도 좋지 않은 누런색 헌 교과서가 나일론 끈으로 묶어놓기 무섭게 불티나게 잘 팔렸다.
그 시절엔 중앙시장이 조그맣게 있었고 국민은행 뒤쪽으로는 허허벌판이었는데 노점상 할머니들이 콩나물, 두부를 팔던 자리였다. 지금의 책방자리 부근에는 창영당 아이스케이크공장과 사진관, 중국집 등이 있었고 점차 책방골목이 형성되어 자리 잡았으나 하나 둘 없어지고 지금은 대여섯 군데만이 자리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고서적 허가증도 있었고 경찰에서 주1회 검사도 나왔는데 60년대 말에 다 폐기되었다. 지금은 국가에서 고물 수집하여 폐기처분할 것을 재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세금을 면제해 준다. 책의 질도 높아졌고 빠르고 편리한 스마트폰 검색이나 전자책까지 만들어내는 시대에 헌책방을 찾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십 수 년 전의 낡고 누렇게 변색된 헌책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편지지에 사연을 담아 우표 붙여 우체통에 넣던 시절. 어두운 불빛아래 헌책으로 어렵게 공부하던 세대는 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 그 추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게 세놓음’ 이라는 문구가 어쩐지 ‘헌책방은 이제 문을 닫습니다.’ 라는 의미로 느껴져서 어쩐지 아쉽고 마음 한편이 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