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문모 전]
제4부 아마겟돈(47)
4. 전쟁 모리배(7)
“뭐라꼬요?”
“명희 아부지가 동란 나기 전꺼정 시내에서 다른 여자캉 살림살고 있었다 말입니더.”
“머라카노, 시방 조사님이 날 한테 농담하는 기지예?”
음식상이 들어오자 말이 끊어졌다.
그러나 미우는 수저를 들 생각을 않고 맞은 편 문모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명희야, 기도하고 밥 묵자. 자, 손 모우고오! 옳지러. 아이 이뿌다.”
명희가 눈 감고 손을 모으자 문모가 짤막하게 기도했다.
두 사람이 아멘 할 동안 미우는 기도할 생각도 않고 계속 문모의 얼굴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자, 묵자, 명희야. 마이 묵어야 된데이. 다 묵자이?”
“예.”
명희가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문모도 숟가락에 밥을 퍼서 들면서
“명희 어무이도 숟가락 잡으소. 식사하면서 이야기 들어도 됩니더.”
하고 권했다.
바깥은 찬바람이 쌩쌩 불어도 방바닥이 뜨끈해서 좋았다. 고래에 장작을 많이 넣은 모양이었다. 이곳은 나무가 흔한가?
“전매리라 카는 여자가 있심더."
"전매리?“
미우가 그 크고 둥근 눈을 더 크게 뜨고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상이 앞에 없었으면 그의 코가 문모에 가 닿을 지도 몰랐다.
“전매리를 압니꺼?”
“도당 여성 동지라 카는 여자?”
“도당 여성 동지? 아하, 남로당. 그렇지예. 아마 그럴 깁니더. 아시는구나.”
“그 여자를 조사님이 우째 안다 말입니꺼?”
“허허허, 그 여자를 우짜마 명희 엄마보다도 나하고 남 집사님이 더 잘 아실 깁니더. 그 왜옥동네 살았거든예. 명희 엄마가 대구 와서 처음에 살던 원대동 일본집 안 있십니꺼? 바로 그 집 뒷집에 살고 있었심더.”
“뭐라카노? 그래서 우리 명희 아바이하고도 그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말입니꺼? 앞뒷집에 사는 사이라서?”
“아하, 그기 그래 되나? 글쎄, 그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모리겠고예. 하여간에 두 사람이 모도 같은 여학교 선생질했거든예.”
“같은 학교 선생이었다꼬예?”
“보소. 나보다 아는 기 아무것도 안 없십니꺼? 그 여자는 말입니더. 남 집사님이 다니는 성문교회 목사로 계시다가 지금은 은퇴하셔서 고향으로 가셨다는데……전쟁 바람에 다시 이쪽으로 피란 와 계시는지 모르겠네, 참. ……하여간에 그 목사의 딸입니더. 그 여자가 명희 아부지가 댕기던 그 여중에서 같이 선생질했심더. 말하자면 그 여중에서 같이 선생질 하면서 눈이 맞았던 깁니더. 그기 벌써 오년 전이네예. 십일 폭동이 나던 해 봄이지예. 그라이까네 명희 아부지가 그 여중에 선생이 되어 가자 말자 두 사람이 눈이 맞았분 깁니더.”
미우는 아연한 표정이었다.